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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4차 산업 혁명과 그리스도인: 혁명적 기술 발전과 경제 환경의 변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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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 혁명과 그리스도인] 혁명적 기술 발전과 경제 환경의 변화
요즈음 우리는 ‘4차 산업 혁명’이라는 표현을 자주 접한다. 텔레비전을 켜면 뉴스에서, 길을 걷다 보면 현수막에서, 심지어 사교 모임의 이야깃거리에서도 이 표현은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이에 대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떠한 생각을 할까?
필자가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종합해 보면 설레어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두려움을 보인다. 심지어 어떤 이는 ‘4차 산업 혁명’이라는 표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대중 언론이 쓸데없는 위기감을 조성한다고 말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말장난에 호들갑을 떠는 세태를 걱정하기도 한다. 과연 혁명이라고 할 만한 큰 변화가 머지않은 미래에 펼쳐질 것인가?
변화에 대한 논의와 준비
새로운 변화를 접한 사람들은 보통 이를 받아들이려는 부류와 거부하려는 부류로 나뉜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변화에 반응하는 모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이들은 엄청난 변화의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그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한편으로 변화 예측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그러한 미래가 예상처럼 구현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앞날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변화는 많은 불확실성을 내포하기도 하고, 돌발 변수는 예측을 빗나가게 한다. 최근 4차 산업 혁명의 미래도 이러한 예측의 한계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특정 시점을 고려한 예측의 정확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무엇보다 변화의 방향이 중요하다. 가까운 미래가 될지, 이보다 더 먼 미래가 될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인가 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변화의 방향을 고려하여 이에 대비하는 논의와 준비는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4차 산업 혁명에 대한 논의에서 거론되는 핵심 기술들은 경제적인 측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개인의 경제 생활과 관련한 일자리 문제,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생산 수단의 공유, 기업의 생존과 발전에 영향을 미칠 경쟁 환경의 변화 등의 주제가 경제학계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주요 경제 주체인 기업들의 경쟁 환경 변화에 대해 살펴보자. 시장에서 기업들의 경쟁은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는 경쟁이다. 따라서 기업 경쟁 환경의 변화는 또 다른 경제의 핵심 주체인 소비자들에게도 중요한 논점이다. 예상되는 가장 뚜렷한 특징은 ‘쏠림 현상의 심화’와 ‘플랫폼 중심 경쟁의 부각’이다.
쏠림 현상의 심화
‘쏠림 현상의 심화’를 예상하는 근거는 다음의 두 가지 측면으로 요약된다.
첫째, 기술 발전의 혜택이 해당 관련 기업에 편중되어 쏠림 현상이 지금보다 더 심해질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기술들은 지난날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일들을 가능하게 해 부가 가치를 높일 수 있다. 예컨대 디지털 정보를 입력하여 실제 물건을 만들어 내는 ‘3D 프린터 기술’은 제품 개발에 드는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로봇 공학의 결합은 생산 현장의 생산성을 대폭 개선시킨다. 빅 데이터의 분석은 더욱 효과적으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한다.
문제는 이러한 혜택이 기술을 주도하는 몇몇 기업들에 치우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술을 주도하지 못하는 대다수 기업의 경쟁력은 약해지고, 시장을 지배하는 강력한 몇몇 소수의 주도 기업으로 부가 가치가 집중되는 결과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4차 산업 혁명의 주요 기술들은 이른바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이라고도 불리는 매우 혁신적인 기술들이다. 기존 기술의 존재 의의를 무너뜨리며,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새롭게 할 파괴력을 갖춘 기술들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핵심 기술을 주도하는 기업으로의 쏠림 현상은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
둘째, 혁신 기술은 산업 간 경계를 무너뜨려 쏠림 현상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다. 지난날에는 산업을 나누는 칸막이가 비교적 뚜렷했다. 어떤 산업에서의 성공 요인이 다른 산업으로의 진출에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날 산업 간 융합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예컨대 지난날에는 방송과 통신이 다른 산업이었지만 세상이 디지털화되면서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점차 무너지고 있다.
심지어 학계에서는 ‘비트’(bit)와 ‘아톰’(atom)의 경계까지 허물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곧 디지털 세계의 정보를 의미하는 비트로 현실 세계의 물질을 의미하는 아톰을 만드는 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에도 디지털 산업과 비디지털 산업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 만일 비트로 아톰을 만드는 세상이 되면 산업간 경계는 더욱 무너질 것이다.
보통 현실 세계를 오프라인, 디지털 세계를 온라인이라고도 부른다. 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 관계를 맺듯,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상의 온라인 세상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교류한다. 이처럼 예전의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서로 닮았지만, 그래도 두 영역은 나뉘어 운영되었다.
그런데 오늘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른바 ‘O2O’(online to offline) 비즈니스가 이러한 변화를 바로 보여 준다. O2O 비즈니스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졌던 서비스를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놓고 거래하는 비즈니스를 말한다. 기존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담당하는 사업 영역이 어느 정도 구분되었지만, 지금은 O2O 비즈니스의 등장으로 이러한 경계가 점점 흐려졌다.
만일 디지털 세계의 정보로 현실 세계의 물질까지 만들기 시작한다면 산업 간의 경계는 더욱 희미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디지털 세계를 주도하는 특정 기업이 오프라인을 포함한 여러 산업을 지배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요즘 거대 온라인 기업인 ‘아마존’과 ‘구글’이 혁신 기술과 플랫폼 우위를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에 진출하는 사례를 통해서 이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플랫폼 중심 경쟁의 부각
이러한 쏠림 현상 아래 ‘플랫폼 중심 경쟁’이라는 패러다임은 더욱 주목받는다. 플랫폼이란 개념이 다양한 분야에서 언급되고 있다. 기술 분야에서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기술의 토대를 제공하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경영 분야에서는 제품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 거래가 이루어지는 곳을 뜻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참여하여 자신의 목적을 잘 이룰 수 있도록 토대를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기차역의 플랫폼처럼 약속된 공간에서 다양한 기차가 오가며, 많은 승객이 타고 내리는 것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기술의 발전은 플랫폼을 주도하는 기업을 중심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되도록 촉진한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통합된 시장의 플랫폼을 선점하는 기업은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된다.
많은 사람과 기업이 자신의 다양한 목적을 이루려고 그 토대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정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업들로 구성된 생태계가 구축되고, 여기서의 경쟁은 플랫폼 간에 경쟁하는 형태로 펼쳐질 것이다.
한편 플랫폼 중심의 경쟁 시대에는 참신한 ‘비즈니스 모델’이 쉽게 나타날 수 있다. 예전과는 달리 디지털 플랫폼이 중심이 되는 경제에서는 적은 비용과 소수의 인력으로도 성공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수 있다. 플랫폼을 잘 활용하면 통찰력 있는 개인이나 기업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구현하는 것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곧 플랫폼 위주의 극단적 쏠림 현상이 일어남과 동시에 이러한 플랫폼 덕분에 더욱 쉽게 창업할 수도 있다. 결국 플랫폼을 제공하는 소수의 거대 기업과 이러한 플랫폼에서 창의적 발상으로 비즈니스를 펼쳐나가는 다수의 소규모 기업이 중심에 서는 시대가 될 것이다.
확신은 어리석은 일이다
혁신 기술로 앞으로의 경제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라는 주장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프랑스 계몽주의 작가 볼테르는 “의심하는 것이 유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확신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우리는 확신을 경계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혹시 ‘이러한 세상이 빨리 오지는 않을 거야.’, ‘우리는 문제가 없겠지.’, ‘우리에게는 긍정적 영향만 미칠 것이다.’라며 지나치게 확신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보자.
개인과 기업들이 혁신적인 기술로 일어나는 미래의 변화 방향에 주목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고민해야 할 때다. 다가올 미래의 어느 순간, 예전의 어리석은 확신을 한탄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김용철 - 가톨릭대학교 경영학 전공 교수.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보 통신과 관련한 정부 출연 연구 기관에서 근무했다.
[경향잡지, 2018년 10월호, 김용철] 0 1,330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