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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생명 주일 - 과학 기술이 인간 생명에 도움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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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5-07 ㅣ No.1646

‘생명 주일’ - 과학 기술이 인간 생명에 도움이 되려면


인간 손에 쥐인 유전자 가위… 생명윤리 위협 막아야

 

 

독일의 한 체외 수정 수술 클리닉에서 현미경을 사용하여 난자에 정자가 미세 주입되는 모습을 찍은 사진.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과학 기술 연구에는 ‘맞춤형 아기’를 생산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CNS 자료 사진]

 

 

5월 첫째 주일은 인간 생명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는 생명 주일이다. 

 

한국 교회는 2011년부터 5월 첫째 주일을 생명 주일로 지내왔다. 올해 제9회 생명 주일 담화 주제는 ‘인간에게 봉사하는 과학 기술’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등장하는 과학 기술이 인간 생명과 존엄성의 가치마저 위협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학 기술은 과연 인간 생명에 봉사할 수 있는가? 생명 주일 담화에서 다루고 있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들여다본다.

 

 

과학 기술은 왜 인간에게 봉사해야 하는가

 

생명 주일 담화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과학 기술은 인간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한다.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과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렇기에 인간이 만든 과학 기술은 인간을 위하여 존재할 때에만 그 가치와 의미가 있다. 과학 기술은 “인간과 인간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와 인간의 참되고 온전한 선에 봉사하는 것이어야 한다.” (「생명의 선물」 2항) 과학 기술이 인간을 파괴하거나 도구화하는 것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

 

 

유전자 가위란 

 

생명 주일 담화는 특별히 4차 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과학 기술, 그중에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해 다뤘다.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한 인간의 유전자 개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면서다.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는 DNA를 정확하게 절단하는 분해 효소다. 질병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바로잡아 정상적으로 기능하게 하는 유전자 치료에 사용할 수 있다. 이때 유전자 치료는 체세포 치료와 생식세포 치료로 나뉘는데, 체세포 치료는 질병 과정을 늦추는 데 사용하지만, 생식세포 치료는 난자와 정자, 초기 배아의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윤리적 위험성을 안고 있다.

 

2015년 4월, 중국 과학자들은 인간 배아에 최초로 유전자 가위 기술을 적용하는 실험을 감행했다. 급기야 지난해 중국에서 유전자 편집으로 쌍둥이 아기가 태어났다는 사실이 알려져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중국인 과학자의 연구를 두고 전 세계 과학계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중국 과학기술부도 “유전자 편집 실험이 실제로 진행됐다면 중국의 법과 윤리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며 연구 활동을 중단시켰다. 

 

 

유전자 편집, 무엇이 문제인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개발자인 제니퍼 A. 다우드나(미국 캘리포니아대 생화학) 교수는 이 기술의 악용 가능성을 우려하며 윤리적인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인간의 정자, 난자, 배아에서 소위 ‘생식세포’를 편집하여 ‘설계된 인간’을 창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유전자 편집은 태아에게 그대로 적용되어 훗날 태어날 후손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 생명윤리에 따르면, 인간 생명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순간부터 시작된다. 인간 배아에서 유전자를 편집ㆍ교정ㆍ설계하는 일은 인간 생명의 존엄을 거스르는 일이다. 배아 단계의 인간 존재를 실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생명윤리에 어긋난다. 

 

지난해 수원가톨릭대학교 이성과신앙연구소(소장 한민택 신부)가 마련한 학술발표회에서 발제한 전방욱(강릉원주대 생물학과ㆍ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 교수는 “만약 언젠가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배아에 사용한다면 사람을 개량하기 위해서도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인간 생식세포 변형에 관한 기초 연구는 연구로만 끝나지 않고, 편집된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착상하려는 시도를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케빈 피츠제럴드(미국 조지타운대 임상의료 생명윤리센터) 신부는 2017년 ‘4차 산업혁명과 인류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교황청 문화평의회 총회에서 “생식세포 치료는 후손에게 영향을 미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안전 기준이 마련돼 철저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그런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체외 수정과 같은 인간 생명을 파괴하는 시술은 현재로서는 절대 시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생명 주일 담화가 지적하듯 현대의 유전학은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 안전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간의 유전자에 섣불리 관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예상치 못한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도, 암을 일으키는 유전병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뿐만 아니라 선호하는 어떤 특성을 인간에게 부여하기 위하여 유전자를 조작하는 행위는 “일부 사람들의 뜻을 따라 머잖아 공동선을 해치는 데로 나아가게 될 것이기에 용인될 수 없다.”(「인간의 존엄」27항)

 

 

교회의 대응과 가르침 

 

인공지능과 로봇, 유전자 가위, 만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과학 기술은 새로운 인간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뇌과학이나 유전학, 신경과학자들은 “이미 새로운 기술들이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능력을 변형시키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가한다.

 

생명 주일 담화처럼 인류는 이제 새로운 갈림길에 서 있다. 인간됨의 본래 의미를 상실하는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과학 기술이 도덕적 한계를 존중하지 않을 때, 오히려 인간에게 두려움과 재앙의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교회는 그 어떤 것에 앞서 모든 인간 생명의 우선권을 강조해왔다. 인간 생명을 담보로 한 기술 발전에 단호한 반대 입장을 천명해왔다. “과학 기술은 인간의 것이고 인간을 위한 것이며, 언제나 그래야 한다”는 생명 주일 담화는 과학 기술이 인간과 인간 생명에 봉사해야 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교회는 과학의 놀라운 진보를 막으려고 하지 않는다. 과학과 이성과 신앙과의 대화를 촉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권고 「복음의 기쁨」에서 “복음화는 과학의 진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신앙과 자연법의 빛으로 이를 밝히고자 한다”고 했다. 이는 “과학의 진보가 삶의 모든 단계에서 인간의 중심성과 최고 가치를 언제나 존중하게 하려는 것”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242항 참고)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5월 5일, 윤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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