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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헌재 낙태죄 결정 그 후1: 미혼모들은 헌재의 결정을 어떻게 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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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19-04-28 ㅣ No.1643

헌재 낙태죄 결정 그 후 (1) 미혼모들은 헌재의 결정을 어떻게 봤을까


미혼모에 대한 시선은 더 싸늘해질듯

 

 

지난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형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는 임신 22주 내외의 낙태를 사실상 허용한 결정으로, 가톨릭교회는 생명 경시 풍조를 불러올 헌재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드러냈다. 헌재의 낙태죄 결정에 대해 미혼모, 남성, 청소년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세 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먼저 홀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미혼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빠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홀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미혼모들은 낙태죄 형벌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내린 헌법불합치 결정을 어떻게 봤을까?

 

전화 인터뷰한 결과, 미혼모들은 “애써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미혼모 입장에서 낙태를 완화해줌과 동시에 미혼모들을 오히려 내버려두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낙태죄가 위헌 결정이 난 것에 대해서는 반기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낙태 문턱이 낮아짐으로써 미혼모에 대한 시선은 더 싸늘해질 것이라는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짙었다. 

 

올해 22살로 100일 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박설민(가명, 무교)씨는 “솔직히 말하면 아무리 도움을 받아도 아이를 키우면서 한계를 느낀다”면서 “낙태가 더 쉽게 허용되는 것에 대해서는 잘됐다 싶으면서도 무분별하게 아이들을 죽일 것 같아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박씨는 “정부에서 미혼모들에게 돈 지원을 안 해주는 것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인데 이건 돈으로 바꿀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씨는 “낙태가 쉬워지면, 생명을 선택한 미혼모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이 더 좋아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가 완화되면 준비되지 않은 부부가 아닌 이상 다 낙태할 것”이라며 “정부는 미혼모에게 시선을 돌리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33살로 36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 로사(가명)씨는 낙태죄 결정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김씨는 “세상이 워낙 살기 좋고, 유혹이 많아 아이가 있으면 내 행복이 발목 잡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남녀가 사랑을 나눴고 그 결과 탄생한 생명을 지우개로 지우듯 지울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낙태죄를 바라보는 시선은 행복을 추구하는 가치관의 차이에 있다”면서 “저 역시 결혼하기로 한 남자의 갑작스러운 배신으로 아기와 저만 남았지만, 신앙 안에서 하느님의 영역으로 인간이 거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양육을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김씨는 “초음파로 아기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내 심장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면서 “아이가 2주가 됐든, 22주가 됐든, 22년이 됐든 나와 별개의 인격체”라며 낙태를 선택할 수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한 달 수입이 130만 원 이하가 아니면 정부 지원에서 제외되는 지원 제도를 지적하며, 미혼모를 수혜 대상으로 보고 사회적 차별과 눈살을 거두지 않는 것에 불편한 마음을 토로했다. 

 

12살 자녀를 키우고 있는 40대 미혼모(개신교)는 “자립에 성공한 미혼모들은 경제적인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사회적인 시선은 가장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낙태 합법화 논쟁을 통해 단순히 낙태 허용 범위에만 신경 쓰기보다 미혼모에 대한 인식 개선과 미혼모 예방을 위한 성ㆍ윤리 교육의 논의를 함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아이를 키우는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낳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내 아이를 빼앗기고 싶진 않다”는 미혼모도 있었다. 사회가 낙태를 폭넓게 허용하는 것에 대해 일차적으로 반기면서도, 미혼모로 살아가는 자신의 현실에 대한 사회적 시선, 정부와 사회의 지원이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다.

 

[가톨릭평화신문, 2019년 4월 28일,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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