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자료
[신약] 사도행전 읽기13: 사도들의 복음 선포와 기적 행위(사도 3,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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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들의 기쁨과 삶을 담은 사도행전 읽기 13] 사도들의 복음 선포와 기적 행위(사도 3,1-26)
기적을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영화가 있습니다. 박중훈 배우가 주연을 맡은 할렐루야(1997년 작)입니다. 주인공 덕건은 전과 3범입니다. 어느 날 덕건은 주운 지갑에서 편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편지를 가지고 오면 시골 교회 개척을 위한 자금 1억 원을 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돈에 탐이 났던 덕건은 편지를 들고 교회를 찾아갔고, 목사 행세를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이내 목사의 자질을 의심받게 되고, 그때부터 기적 연기를 통해 사람들을 속이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연기에 속아, 기적이 일어났다는 것만으로 그를 신뢰하게 되고 열광하는 모습까지 보여줍니다. 결국 덕건이 회개하고 이 모든 것은 사기였음을 밝히게 되지만, 저에게는 진정한 기적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사도행전도 초대교회 신자들의 삶을 전해준 다음, 베드로가 예루살렘 성전에서 불구자를 고쳐주는 기적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러나 루카는 이 기적 행위에서 베드로의 뛰어난 능력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3,6)라는 베드로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활하신 예수님 안에서 그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증언합니다. 사도행전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데,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부활하셨고, 지금도 현존하고 계신다는 기쁜 소식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구자의 치유를 통해 드러난 기쁜 소식은 베드로의 설교로 더욱 분명해집니다.
설교는 치유를 설명하는 부분(12-16절)과 사람들을 향한 베드로의 권고(17-26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베드로는 불구자의 치유가 자신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부활하신 예수님 안에서 이루어진 것임을 밝힙니다. 그리고 베드로는 사람들에게 기적을 베풀어주신 예수님을 그들이 어떻게 했는지, 하느님은 그분을 어떻게 하셨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왜 그리스도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분을 죽였는지 이유가 나옵니다. ‘나도 여러분도 여러분의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로 무지했기(3,17)’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에 무지했을까요? 베드로는 이렇게 전해줍니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예언자의 입을 통하여 당신의 메시아께서 고난을 겪으시리라고 예고하신 것을 그렇게 이루셨습니다.”(3,18) 즉 하느님께서 예고하신 것은 메시아의 영광과 세상 권세가 아니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무지했던 것은 세상의 권력 안에서 메시아의 영광만을 보면서, 희생적 사랑을 통한 메시아의 모습을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기적도 마찬가지겠지요. 놀라운 일들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더 중요한 것은 희생적 사랑을 통해 다른 누군가를 배려하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꽃피우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들이 더욱더 중요한 기적이 아닐지 묵상해 봅니다. 만약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는 기적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는 또다시 무지한 상태에서 주님의 가르침을 죽음으로 몰고 갈지도 모르겠습니다.
[2023년 4월 23일(가해) 부활 제3주일 서울주보 5면, 김덕재 안드레아 신부(사목국 성서못자리 담당)] 0 938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