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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에: 지금 어떻게 대동 사회를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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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6-24 ㅣ No.1751

[경향 돋보기 – 그날처럼 살고 있습니까: 5‧18 민주화 운동 40주년에]


지금 어떻게 ‘대동 사회’를 살 것인가?

 

 

코로나19를 통해 지구 공동체가 함께 협력해야 함을 절실하게 느낀다. 우리의 삶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 모든 사람의 문제이며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을 보면서 대한민국이 ‘널리 인간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건국이념을 잘 실현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입국 금지와 우리 동포의 귀환에 대한 찬반 의견은, 비슷한 일이 또 발생했을 때 우리는, 또 나는 어떤 입장에 서야 할까를 성찰하게 한다.

 

 

더불어 살고자 하는 공동체

 

코로나19 확산 초기 광주대교구는 해외에서 고통 중에 있는 신자 공동체를 먼저 챙겼다. 그 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자 도움을 받은 공동체에서 한국의 어려운 상황을 돕고 싶다며 마스크 1만 장을 보내왔다. 이 마스크는 광주대교구는 물론 대구대교구의 본당과 공소에 고루 나누었다. 이를 통해 사람은 국경을 초월하여 나눌 수 있음을 생생하게 체험하였다.

 

또한, 광주광역시와 종교계 그리고 여러 시민 단체는 병상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광역시의 요구에 대동 사회의 삶을 산 경험으로 바로 연대 의사를 밝히고 ‘달빛 동맹’(달구벌과 빛고을)을 구체화했다. 의료진 파견과 마스크 나눔, 대구의 코로나 확진자들에 대한 치료와 지원 등은 대동 사회를 경험한 광주의 마땅한 태도였다.

 

교회도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곳에 먼저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보내고, 고생하는 의료진에게는 각종 영양제를 포장하여 나누었다. 또 면 마스크도 직접 만들어 보냈다. 작업에 참여한 교구청 직원들의 얼굴에는 나눔의 기쁨과 연대 의식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마스크 확보가 어려운 취약 계층을 위해 면 마스크를 만드는 신자들의 얼굴에서도 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3월 사제 생활비를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람들과 나누자는 교구 사제의 건의에 자발적인 모금도 이루어졌다. 원로 사목자와 은퇴 교구장님들, 유학 사제와 선교 사제들도 마음을 같이했다. 이것이 더불어 살고자 하는 공동체 곧, 대동 사회를 지향하는 마음이 아닐까?

 

이러한 나눔과 봉사 활동 사진을 공유하자 더 많은 사람이 함께했다. 약사들은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보내왔고, 제약 회사의 신자는 영양제를 제공했으며, 신자들은 현금과 음식을 봉헌했다, 대동 사회는 공동제적 공감 능력과 연대 의식 그리고 선한 의자에서 출발한다. 누가 좋은 일을 시작하면 사회 곳곳으로 그 좋은 일이 더 멀리,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어 가는 것이다.

 

 

1980년 고통을 함께 나눈 광주 시민들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이 겪었던 고립감과 최근 대구 시민들이 겪은 고립감은 다를 것이다. 1980년 당시 광주는 모든 것이 차단되었다. 그 고립감과 생존의 위협 속에서도 광주 시민들은 서로 연대하며 고통을 이겨 냈다. 계엄군의 총칼에 쓰러져 가는 학생들과 시민들을 진정 내 아들딸, 내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굶주림과 앞날에 대한 불안 속에서 광주를 사수하던 시민군을 위해 주먹밥 등 음식을 나누었다. 그들에게 시민군은 ‘북에서 파견된 간첩들’이 아닌 자신들의 형제요 동생과 누이들이었다. 환자들에게 피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온 시민은 긴급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처참히 쓰러져 가는 학생들과 시민군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피를 나누고자 줄을 섰다. 이런 연대는 공감 능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어떤 이기심도 찾아볼 수 없이 광주는 고통을 함께 나누는 세상이 되어 갔다.

 

당시에는 어떤 언론도 진실을 전하지 않았다. 제구실하지 못한 방송국은 불태워졌다. 소수의 외신 기자들은 생명을 위협받으며 진실을 알리고자 노력했다. 세월이 한참 지나서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 언론을 보면서 광주대교구는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이라는 사진집을 만들어 비밀리에 배포하였다. 세상 사람들이 거짓된 대중 매체에 속지 않고 참된 진실을 알기를 희망했다. 잡혀가 고문당하고 구속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교회의 사명을 되새기며 동참하였다.

 

부산에 사는 둘째 누님 집에 갔을 때 이웃들에게 그 사진집을 보여 준 적이 있다. “대한민국 군인이 아니다. 어떻게 우리 군인들이 이렇게 잔혹하게 몽둥이를 휘두르며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가?” 그 사진집을 보면서도 믿지 못했던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렇다면 지금 언론은 진실을 말하고 있을까? 외신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한국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칭찬 일색이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도리어 정부 대응책을 비난하는 데 지면을 할애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갈라놓을 수 있을까? 역사 앞에 기자의 소명을 다하지 못한 사람들은 꼭 책임을 져야 한다.

 

거짓 정보는 우리 사회를 갈라지게 만든다. 1980년 5월에도 거짓 정보를 일부러 퍼트렸다는 사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몇몇 정치인은 여전히 거짓을 참인 양 말하며 역사의 산증인들 가슴에 못을 박는다.

 

5월 유가족들은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십자가에 매달리는 체험을 하고 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요한 8,32)라는 말씀처럼 우리가 자유롭게 되려면 진리로 나아가야 한다.

 

 

대동 사회는 서로를 위하여 더불어 사는 세상

 

대동 사회는 누군가 만들어 주는 세상에 아니다. 나만 생각하는 이기심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갈 때 함께하는 세상이 만들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강은 자신의 물을 마시지 않고, 나무는 자신의 열매를 먹지 않으며, 태양은 자신을 스스로 비추지 않고, 꽃은 자신을 위해 향기를 퍼트리지 않습니다. 남을 위해서 사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돕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말입니다.”

 

주님께서는 온전히 우리를 위해 오셨고, 죽고 나면 모든 것은 무(無)로 돌아가지만 우리는 우리의 믿음대로 주님과 함께 부활하리라는 것을 믿기에 그 안에서 희망할 수 있다. 하느님 나라는 이처럼 서로를 위하는 세상이다. 더 나아가 우리라는 개념을 아주 좁게 우리 식구, 우리 본당, 우리 교구, 우리 한국 교회, 우리나라로만 해석한다면 잘못이다. 대동 사회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지구촌 가족 모두를 생각하고 나아가 지구 생태 환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광주대교구에서는 일회용 생수를 쓰지 않는다. 일회용 컵도 사용하지 않으며 한다. 우리가 지구를 소중하게 돌보지 않는다면 미래 세대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시고 다스리는 권한을 인간에게 맡기셨다. 과연 우리가 이 사명을 다하고 있는지 반성해 보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 우리는 생태 환경을 보존하고 선한 의지로 진리를 선택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구촌의 한 사람으로서 공동선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해야 한다. 지구 운명 공동체의 한 사람으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해야 한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보여주신 이타적인 삶처럼 우리도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1980년 광주 시민들이 이루었던 대동 사회이며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다.

 

이 세상의 한 구성원으로서 할 수 있는 좋은 일에 모두를 초대하며 나도 꼭 그 일치와 기쁨의 잔치에서 작은 봉사라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옥현진 시몬 – 광주대교구 보좌주교(총대리).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교회사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주교회의 사회홍보위원회 위원장, 신앙교리위원회와 사회주교위원회 위원으로 교구 5‧18 40주년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향잡지, 2020년 5월호, 옥현진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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