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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함께 만들어요, 생명수호 법안: 태아 생명보호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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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0-05-11 ㅣ No.1737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함께 만들어요, 생명수호 법안 (5) 태아 생명보호 상담


임부 고민 덜어주면 낙태 막을 수 있는데… 상담 창구 부족하다

 

 

“태아의 생명보호에 기여하는, 임신한 여성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진 상담이 반드시 규정돼야 한다.”

 

지난해 5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열린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국회 토론회에서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원장 정재우 신부는 이렇게 말했다. 태아의 생명보호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담긴 대전제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여성이 낙태를 고려하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인지, 그 원인을 제거할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등을 찾고, 임신을 유지할 때 여성이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원과 보호 등은 무엇이 있는지 알려주는 상담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정 신부는 “낙태 시술 과정이 어떻게 되는지, 여성이 감수해야 할 낙태 위험성과 합병증은 어떠한지에 대한 정보도 알려 줘야 한다”며 “상담 후 충분한 숙려 기간도 설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사회·경제적 이유로 임부들이 낙태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낙태하지 않고 생명을 택할 수 있도록 태아 생명을 보호하는 상담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정 신부 지적처럼 임신 유지 갈등 상황에 놓여 있는 여성들에게 태아 생명보호를 위한 상담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임신 유지 여부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낙태를 생각하게 하는 요소들이 사라진다면, 임부가 낙태를 고려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헌재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임부가 낙태 갈등 상황에 처했을 때 전문가로부터 정신적 지지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충분히 숙고하고, 동시에 임신·출산·육아에 장애가 되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태아 생명보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였다. 임신 유지와 출산·양육을 돕는 상담과 충분한 숙려 기간이 낙태를 막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제언이었다.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는 태아 생명보호를 위한 상담은 고사하고 임신·출산·양육 관련 정보를 얻는 상담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해 9월 임신 유지 갈등 상황에 놓인 여성들을 위한 ‘임신출산 갈등상담’ 서비스(가족상담전화 1644-6621, 내선 번호 0번)가 마련됐지만 이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 전까지는 임신·출산·양육 정책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상담할 수 있는 창구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입법과제’ 국회 토론회가 열린 지난해 5월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입법조사처 4층 대회의실에서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원장 정재우 신부가 의견을 밝히고 있다. 정 신부는 태아의 생명보호에 기여하는, 임신한 여성을 보호하려는 목적을 가진 상담이 반드시 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윤정 연구위원의 ‘출산·양육 관련 지역사회자원 욕구 사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대 자녀를 가진 여성 750명은 대부분(80% 이상) 출산·양육 관련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친인척·이웃·친구 등 비공식적인 정보 제공자에게 얻고 있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낙태 경험 여성 756명 중 96% 이상은 의료적 상담(97.5%)과 심리·정서적 상담(97.7%), 출산·양육에 관한 정부 지원 상담(96.7%)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낙태가 향후 일부 합법화돼도 임부들이 임신 유지 갈등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발적으로 생명을 택할 수 있도록 ‘태아 생명보호 상담’이 꼭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해 제46회 한국모자보건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생명보호를 위한 합헌적 법 개정 방향’에 대해 발제한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엄주희 부소장은 “임부의 자발적인 태아 생명보호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낙태를 고민하는 임부가 안전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태아 생명보호 상담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실제 성산생명윤리연구소가 입법자들에게 전하기 위해 작성한 ‘임산부와 태아의 생명보호에 관한 법률안’에는 ‘태아 생명보호 상담’이라는 조항과 함께 모든 사람은 태아 생명보호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이 상담은 임신과 관련해 존재하는 갈등 상황을 제거하고 긴급 상황을 해결하는 데에 기여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특히 상담 때는 태아가 독자적인 생명권을 가진다는 사실이 얘기돼야 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충분한 상담 기관을 설치·무상으로 운영해야 하고, 여성은 낙태에 앞서 반드시 태아 생명보호 상담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도 담겨 있다. [가톨릭신문, 2020년 5월 10일, 이소영 기자]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만들자] 사랑과 생명의 문화를 사는 사람들 (5) 태아 생명보호 상담, 해외는?

 

 

낙태와 관련해 임부들이 의무적으로 상담을 하도록 하고 있는 나라들에는 독일과 이탈리아, 헝가리,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등이 있다.(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장다혜 기획팀장, ‘해외 임신중단 관련 법률을 통해 본 성과 재생산 건강 정책의 쟁점’)

 

이 중 독일에서는 형법 제219조 ‘긴급 및 갈등 상황에 처한 임산부에 대한 상담’을 통해 ‘상담은 태아의 생명보호에 기여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해당 조항에는 상담이 임신의 유지를 위해 부녀를 격려하고 자녀와 함께하는 삶의 전망을 일깨워 주기 위한 노력을 이끌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언과 원조를 통해 임신과 관련된 갈등 상황을 제거하고 긴급 상황을 해결하는 데에 기여해야 한다는 내용도 실려 있다. 독일에서 이 상담은 임신갈등법에 따라 승인된 상담소에서만 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출산 및 자발적인 임신 중절의 사회 보장에 관한 조항’(Provisions on the Social Protection of Maternity and the Voluntary Interruption of Pregnancy) 제5조에 관련된 내용이 나와 있다. 해당 조항에는 상담인과 사회 보건 기관은 낙태 요청의 동기가 여성의 건강에 대한 경제적·사회적·가족적 상황에 의한 경우 제기된 문제의 가능한 해결책을 검토하고, 여성을 낙태에 이르게 한 원인을 제거하도록 도우며, 노동자이자 어머니로서 그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하고, 여성을 지원하기 위한 적절한 개입을 장려하며, 임신 도중과 출산 이후 필요한 모든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기돼 있다. [가톨릭신문, 2020년 5월 10일,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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