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10일 (금)
(녹)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내가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느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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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 소나타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폰 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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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희 [clarayi77] 쪽지 캡슐

2025-10-03 ㅣ No.2734

 

 

 

 

 

장미향 기도가 깊어지는 10월, 묵주기도 성월입니다. 한 알 한 알 묵주알을 엮듯, 한 음 한 음 음표에 묵주기도를 담은 곡이 있습니다. 바로 체코 작곡가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폰 비버의 <묵주 소나타>입니다. 묵주기도의 각 ‘신비’를 담고 있어<신비(Mystery) 소나타>라고도 불리는데, 총 3부 열 여섯 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음표로 엮은 묵주, 묵주 소나타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폰 비버]

 

 

 

 

1부 <환희의 신비> 

 

 




2부 <고통의 신비>

 

 




3부 <영광의 신비> 

 

 

 

 


 

한 단 한 단, 묵주알을 엮듯 열다섯 곡의 소나타가 끝나면 바이올린 솔로곡인 <파사칼리아>로 묵주 소나타는 끝을 맺습니다.<파사칼리아>는 짧은 주제를 제시하고, 반복 될 때마다 변주되는 음악 형식입니다. 같은 기도문을 반복해도 매번 조금씩 다르게 와닿는 것처럼, 같은 주제 위에서 변주가 될 때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을 연주합니다. <묵주 소나타>는 바로크 시대인 17세기에 작곡되었지만 1890년 독일 뮌헨 국립도서관에서 필사본 악보가 발견되며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각 소나타가 시작되는 첫머리에는 곡 내용을 설명하는 작고 등근 동판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마지막 곡인 <파사칼리아> 악보 첫머리에는 수호천사와 어린아이가 그려져 있는데, 삶의 길 위에서 묵주기도를 통해 보호받고 위로받는 우리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듯합니다. 

 


 

Passacaglia <파사칼리아>

 

 

 

비버는 유명한 바이올린 연주자였으며, ‘스코르다투라’라는 변칙 조율을 <묵주 소나타>에 활용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바이올린의 각 줄은 ‘솔-레-라-미’로 조율합니다. 하지만 <묵주 소나타>에서는 첫 곡과 마지막 곡을 제외하고는 14곡 모두 변칙 조율을 사용해 색다른 음색과 분위기를 이끌어 냅니다. 특히 예수님의 부활을 묵상하는 ‘소나타 11번’은 ‘레-솔-레-솔’로 조율하라고 표시되어 있고, 두 번째와 세 번째 줄을 엇갈리게 끼우게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바이올린 줄이 십자가 모양으로 교차하게 됩니다. 십자가를 딛고 부활을 연주하게 하는 비버의 발상은 음악 안에 채워진 그의 신앙을 엿보게 합니다. 정성스레 음표로 엮어 바치는 기도가 묵주기도 성월을 더욱 풍요롭게 하며 기도하는 시간, 성모님의 사랑과 따스함이 가득 채워지기를 바라봅니다.

글_여명진 크리스티나 I 음악칼럼니스트


 

하인리히 이그나츠 프란츠 폰 비버(Heinrich Ignaz Franz von Biber, 1644–1704)는 중부 유럽 바로크 음악의 가장 창의적인 작곡가 중 한 명입니다. 보헤미아의 바헨에서 태어나 잘츠부르크 궁정악장으로 활동한 그는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와 함께 작곡에서도 혁신을 보여주었습니다. 비버는 바이올린을 위한 혁신적인 기법을 탐구하였고, 종교적·상징적 요소를 음악 속에 깊이 새겨 넣었습니다. 비버의 대표작 묵주 소나타(Rosary Sonatas, 또는 Mystery Sonatas)는 약 1678년경 작곡되어 잘츠부르크 대주교 막시밀리안 간트 쿤트라스에게 헌정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음악을 넘어 묵주기도의 신비를 음악으로 체험하게 하는 독창적이고도 영적인 걸작입니다. 

 

묵주 소나타를 듣는 것은 곧 기도하는 일입니다. 

그 소리는 단순히 과거의 바로크 음악이 아니라 

음악 안에서 신앙의 신비를 묵상하게 됩니다.

 


                                                                                      

묵주 기도의 탄생과 본래 의미

10월 7일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150번의 성모송

묵주 기도는 후대에 와서 빛의 신비가 추가됐지만 전통적으로 환희·고통·영광의 신비를 묵상하며 150번의 성모송을 바치는 것이 근본이다. 그런데 150번의 숫자는 구약 성경 시편 전체의 숫자 150과 일치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시편을 낭송하는 것을 핵심 요소로 하는 성무일도의 형태를 묵주 기도가 답습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묵주 기도는 전례에서 바치는 시편 기도를 대중화하면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묵주 기도의 탄생

3세기부터 사막의 은수자들은 하루에 시편 1편부터 150편까지 모두 바치며 돌멩이나 곡식 낱알로 그 수를 기억했다. 뒤이어 형태를 갖춘 로마의 성무일도는 150편의 시편을 일주일 동안 반복없이 전부 바치는 원칙을 매우 강조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편집도 귀하고 글을 몰랐던 신자들을 중심으로 긴 시편 대신 외울 수 있는 주님의 기도를 150번 바치는 관습이 생겨났다. 나아가 12세기에 예수님의 강생의 신비에 대한 신심이 확산되면서 주님의 기도 대신 성모송의 앞부분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루카 1,42 참조)를 150번 바치는 기도가 널리 퍼졌다.


이런 초기 형태의 묵주 기도가 확산될 수 있었던 건 ‘묵주 기도의 사도’라고 불리는 성 도미니코(1170—1221년)의 역할이 컸다. 성인전을 보면 성모님이 도미니코 성인의 환시 속에 나타나 이단과 맞서 싸울 영적 도구로 묵주 기도를 바치라고 분부하셨다는 전설이 있다. 그만큼 도미니코 성인과 도미니코회 수도자들은 묵주 기도를 설교와 함께 열심히 바쳤고 또 널리 전파했다. 성모송과 묵주 기도가 오늘날과 같은 형태가 되고 환희·고통·영광의 신비로 확정된 것은 1569년, 역시 도미니코회 출신 교황님이셨던 비오 5세 때의 일이다.


요한 바티스타 크레스피 (Giovanni Battista Crespi)

로사리오의 성모님과 성 도미니코, 성녀 카타리나(1620) / 브레라 미술관



10월 7일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과 묵주 기도 성월


비오 5세 교황님이 묵주 기도를 공인한 지 2년 뒤인 1571년 10월 7일, 이탈리아 남동쪽 그리스의 레판토 인근 해역에 군함들이 집결했다. 언제나 서구 유럽을 위협하던 이슬람 제국과 오스만 투르크에 스페인 왕국을 필두로 한 교황청, 베네치아, 말타 공화국 등의 그리스도교 연합군이 레판토 해전을 벌이게 된 것이다. 이 전투에서 패한다면 로마와 서유럽의 그리스도교는 이슬람군의 무참한 칼날 아래 놓이게 될 운명이었다. 비오 5세 교황님은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가능한 많은 신자가 승리를 염원하는 묵주 기도를 바칠 것을 명하며 기도 행렬에 앞장섰다. 결국 기도가 이루어져 레판토 해전은 그리스도교의 승리로 끝났다. 교황님은 바로 다음날인 10월 7일을 ‘승리의 묵주 기도 축일’로 정했다. 이후 묵주 기도와 축일은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묵주 기도는 마리아 신심의 가장 뚜렷한 상징이 되었다.


클레멘스 11세 교황님은 1716년 스페인 지역에서 거행되던 10월 첫 주일의 ‘복되신 동정녀의 거룩한 묵주 기도 축일’을 전 교회로 확대했다. 나아가 1883년 레오 13세 교황님은 10월을 로사리오 성월로 지정했다.


현재는 1960년 전례력 개정으로 10월 7일에 축제를 지내며 그 명칭도 ‘복되신 동정녀의 거룩한 묵주 기도 축일’에서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로 변경했다. 명칭의 변경은 의미가 깊다. 이전에는 단순히 묵주 기도와 성모님의 도우심에 의한 승리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구세사 전체에서 은혜로운 전구로 도움을 주시는 성모님의 역할을 기억하는 축제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


‘성모님을 통해 예수님께로’


2002년 10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예수님의 공생활의 주요 사건에 초점을 맞춘 ‘빛의 신비’를 추가하시며 묵주 기도의 본래 의미를 다시금 강조하셨다. 묵주 기도의 초점이 성모님께 교회의 승리나 이단으로부터의 보호를 비는 차원을 넘어 그리스도와 성모님의 전 생애를 묵상하며 예수님의 신비 안으로 신자들을 이끌며 기도에로 옮겨진 것이다. 마치 복음의 요약집과도 같은 묵주 기도의 신비를 통해 ‘성모님을 통해 예수님께로’ 나아가는 성모님 공경의 본래 의미가 잘 드러나게 되었다.


묵주 기도 안에서 성모님을 부를 때 성모님은 즉시 우리들의 시선과 마음을 예수님께로 향하게 해 주신다. 묵주 기도의 복되신 어머니 안에서 예수님의 현존을 느끼고, 그분의 신비 안으로 젖어 드는 것, 이것이야말로 이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가 더욱 의미있게 묵주 기도를 바치는 방법일 것이다.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거룩한 묵주의 모후이신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

 

 

 

복되신 성모님의 묵주는 

저희를 하느님께 묶어 주는 아름다운 사슬이며,

저희를 천사들과 결합시켜 주는 사랑의 끈입니다.

묵주기도는 지옥의 공격을 물리치는 구원의 보루이며 

모든 난파선이 찾는 안전한 항구입니다. 

저희는 묵주기도를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죽음의 순간에 묵주는 저희에게 위안이 될 것입니다.

삶을 마치며 묵주에다 마지막 입맞춤을 할 것입니다.

묵주의 모후이신 성모님, 

저희는 마지막 순간까지 

감미로운 성모님의 이름을 부를 것입니다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죄인들의 피난처,

슬퍼하는 이들의 위로자신 성모님,

오늘도 영원토록 하늘 땅 어디에서나 찬미 받으소서.

 

[복자 바르톨로 롱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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