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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별별 이야기: 인생의 뒤안길에서

102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11-22

[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49) 인생의 뒤안길에서

 

 

예로부터 동네에서 가장 크게 난 앞길은 ‘한길’이라 했고, 집과 집 사이에 숨어서 보이지 않는 골목길은 ‘속길’이라고 했다. 마을 뒤쪽으로 난 길로 대체로 볕이 들지 않고 눈이라도 오는 날이면 눈 더미가 길섶에 남아 있는 길은 뒤안길이라고 했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도 이러한 순서로 길을 걷게 되는 것 같다. 누구나 처음엔 당당하게 한길을 걸으며 청춘이 영원할 것으로 믿었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온갖 삶의 시련을 겪고 중년을 맞으면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속길을 외롭게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삶의 뒤안길에서 자신의 삶을 회상하게 되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싶다.

 

대자연 안에서 가을은 한 해의 결실을 봄으로써 다음 해를 준비하는 계절이다. 이 가을을 인생에 비유할 때 노년을 떠올리게 된다. 노년은 인생의 가을로서 자신이 살아온 삶을 정리하고 죽음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시기일 것이다. 인생의 뒤안길에서 자신의 삶을 회상하면 어떤 느낌일까? 남들이 모르는 속길을 걸으며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진 세월이 느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만일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결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라는 후회가 밀려올지도 모른다.

 

연구자들은 임종을 앞둔 연로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만일 다시 자신에게 삶이 주어진다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조사했다. 나름 소싯적에는 남들 앞에서 돈과 권력으로 힘 좀 쓰신 분도 계셨을 것이고, 한때 영예와 인기를 누리며 사신 분도 계셨을 것이며 스스로 실패자라고 생각한 분도 계셨을 것이다. 어떤 삶을 살았든지 상관없이 모두 새로운 인생이 주어지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확인하는 것은 우리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의미에 대한 통찰을 전해 줄 것이다.

 

이 물음에 가장 많이 나온 답변부터 순서대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았다. 첫째, 누구의 삶이 아닌 나의 삶을 살고 싶다. 둘째, 사람들과 다시 잘 지내고 싶다. 셋째,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고 싶다. 우리보다 먼저 삶을 살다 가신 선배들의 이 말씀은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해준다. 진정한 행복은 남이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이라는 가장 쉽고 간단한 진리를 우리는 너무나 자주 잊고 살아간다.

 

또한,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우리는 잘 지내지 못하며 애증의 관계로 살아간다. 지나보면 후회할 상처와 고통을 주고받으며 중요한 것도 아닌 일로 서로 갈등하고 헤어진다. 용서와 화해를 통해 갈라진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은 죽음을 앞둔 영혼이 경험하게 되는 가장 큰 축복이다. 인간은 자신의 마지막 순간에 가장 진실해진다는 말이 있다. 하루하루를 마지막 순간처럼 산다면 우리의 관계는 좀 더 부드러워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미안하고 후회스러운 경험을 전해주지 않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불행하지 않을 수 있는 기본이 될 것이다.

 

나눔을 통한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또한 중요한 통찰로 다가온다. 이 세 번째 답변은 사실 첫 번째와 두 번째 답변에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 최근 모 대기업 회장님이 선친의 좌우명을 영빈관에 걸어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성찰했다는 지혜의 경구이다. 어차피 죽어서 가져갈 것도 아닌 재물에 눈이 어두워 나눔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결국 자신이 추구하는 삶의 의미도 사라지고 사랑하는 사람도 잃어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먼저 세상을 떠나신 분들의 말씀을 들으며 지금 여기서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스스로 묻게 되었고, 스스로 그 답을 얻게 되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0년 11월 22일, 박현민 신부(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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