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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항상 복무하는 자세(가정 원칙, As if Principle)

76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1-08-14

[레지오와 마음읽기] 항상 복무하는 자세(가정 원칙, As if Principle)

 

 

볼펜 하나를 준비하고 다음 지시대로 해보라. 먼저 긴장을 풀고 볼펜을 ‘어금니’로 물어 본다. 제대로 물었다면 입은 벌어지고 눈꼬리는 조금 올라가면서 웃는 표정이 될 것이다. 그리고 20초 후에 자신의 기분을 살펴보라. 그 다음은 볼펜을 ‘입술’로만 물도록 한다. 그러면 입술이 꼭 다물어지면서 조금 경직된 표정이 될 것인데 그렇게 또 20초를 있어보고 그때 기분도 살펴보라. 그리고 두 경우의 기분을 비교해보라. 대체로 전자의 경우는 긍정적인 기분을 느끼지만 후자의 경우는 그 반대일 확률이 높다.

 

대체로 우리들은 행복할 때 웃고, 불편할 때 찡그리는 것처럼 감정에 따라 표정이 변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실험들을 해보면 그 반대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어떤 행동이 특정한 감정을 촉발한다’는 것으로, 189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처음 발견하고 오늘날 ‘가정 원칙(As if Principle)’이라 일컫는다.

 

인간의 표정과 감정 연구에 평생을 바친 캘리포니아 대학교 심리학 교수 폴 에크먼은 이 가정 원칙을 바탕으로, 표정이 우리 몸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고자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그는 피실험자들에게 심장박동과 피부 온도를 점검하는 장치를 부착하고, 두 가지 과제를 주었다. 하나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미는 사건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화가 난 ‘표정을 짓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각 과제를 수행할 때 피실험자들의 심박수와 피부 온도 등을 측정하여 감정의 변화를 알아보았다.

 

이는 사람들은 대체로 두려울 때 심박수는 높아지고 피부 온도는 떨어지지만, 웃거나 행복할 때는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에크먼은 화뿐만 아니라 두려움이나 행복, 슬픔 등 다른 감정들도 같은 방법으로 변화를 알아보았는데, 그의 실험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과거의 경험을 떠올려 느끼는 감정의 정도와, 표정을 짓는 것만으로 느끼는 감정의 정도에 차이가 있었을까?

 

 

의식적으로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특정한 감정 이끌어 낼 수 있어

 

놀랍게도 그 감정의 정도에는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즉 어떤 감정에 해당하는 표정을 짓기만 해도 그 감정을 주는 기억을 떠올릴 때와 똑같은 심리적 패턴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결론은 우리가 특정한 감정을 경험하는 것처럼 행동하면, 감정뿐만 아니라 몸에도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었다. 이에 에크먼은 이런 현상이 보편적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인도네시아의 외딴섬 주민을 대상으로도 동일한 실험을 하였는데 결과는 같았다. 결국 가정 원칙은 특정 문화권의 산물이 아니라 인류의 진화를 통하여 만들어진 인간의 본능이라고 여겨진다.

 

최근에는 일부 과학자들의 뇌 스캔을 통하여도 이런 현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나아가 의식적으로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특정한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그만큼 행동은 생각보다 그 영향이 크다. 폴 에크먼은 “감정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법과 타인의 행동을 해석하는 방법을 바꾼다.”고 했다. 그러니 감정을 좌우하는 행동은 비록 그것이 사소한 것이라도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부모로부터 신앙을 물려받은 K자매는 성실한 편이었지만 내성적이어서 조용히 주일만 지키던 신자였다. 그러다 사춘기 딸의 일탈로 힘들어 매일미사를 드리게 되면서 한 Pr.단장의 눈에 띄어 레지오에 입단하게 되었다. 그녀는 그것이 새로운 삶의 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가 입단한 Pr.은 정확한 교본 지식으로 노련하게 운영하는 단장으로 인해 분위기가 밝았다. 이런 분위기가 좋았던 그녀는 성실하게 회합에 참석하는 것은 물론 단원들과 함께 활동하며 즐겁게 단원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처음 주회에 참석했을 때의 기분을 전 잊지 못합니다. 단원 모두가 묵주기도를 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팔을 허리에 붙이고 두 손으로 묵주를 들고 큰 소리로 드리더라고요. 저도 따라하면서 혼자서 조용히 묵주기도를 하던 때와는 사뭇 다른 기분을 느꼈습니다. 답답하던 가슴이 트이면서 왠지 모를 힘이 났다고 할까요? 게다가 선배단원들도 얼마나 다정하셨던지… 저는 회합을 통해 영혼의 힘을 받는 듯합니다. 사실 단원이 된 후로 가족과 이웃들에게 표정이 좋아졌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저 자신도 자신감이 좀 생긴 듯하고요. 물론 활동이 조금씩 결과가 나니 더 신나기도 합니다.” 그녀는 코로나로 주회합을 못해 아쉽지만 다시 모여 주회할 날을 기다리며 집에서도 똑바로 서서 소리 내어 기도한다고 한다.

 

 

“어떤 성격을 원한다면 이미 그런 성격인 사람처럼 행동하라”

 

레지오 단원들의 의무인 상훈에는 ‘활동 대상자와 동료 단원들 안에서 주님의 어머니 마리아께서 우리 주님을 다시금 뵙고 섬기시듯이 한다’는 말이 있다. 또한 교본에는 ‘의무는 곧 규율이다. 항상 복무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항상 규율을 지키는 것이다.’(304쪽)라고도 한다. 그러니 우리들은 ‘일상생활의 모든 면에 레지오 정신이 깃들도록 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교본 303쪽)함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이는 ‘말씨, 옷차림, 태도, 행동 등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결코 남의 눈에 거슬리’(304쪽)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드러나게도 될 것이다.

 

가정 원칙의 주창자 윌리엄 제임스는 “어떤 성격을 원한다면 이미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라”고 했다. 그러니 비록 내가 사랑으로 충만하지 못할지라도 성모님 군사다운 행동을 하면 나는 이미 성모님의 군사가 되었다는 뜻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감정에서 나오는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의무감과 봉사정신 그리고 자기희생으로부터 솟아나는 의지적인 사랑’(교본 304쪽)을 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는가!

 

주먹을 꽉 쥐고 몸에 힘을 주어 보라. 의지력이 생기는 듯하지 않은가! 소리 내어 웃어보라, 행복한 기분이 들지 않는가! 다정한 태도, 부드러운 목소리, 소박한 태도로 내 옆의 사람들을 대해보라. 그를 사랑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이렇게 우리들이 ‘성모 마리아를 통하여, 성모 마리아가 원하시는 사람들에게, 성모 마리아가 원하시는 때에, 성모 마리아가 원하시는 만큼, 성모 마리아가 원하시는 방법으로’(교본 142쪽) 생활한다면 우리들이 최강의 성모님의 군사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좋은 인품은 우리를 감화시키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녹이며, 상냥한 모습은 우리를 가라앉히고, 실천적인 행동은 우리도 함께 따라 나서게 만든다.” -뉴먼 추기경- (교본 371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8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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