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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의 영성: 레베카, 구원의 협조자

74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1-04-13

[레지오 영성] 레베카, 구원의 협조자

 

 

성모 마리아께서 구원자 그리스도께 어떻게 협력하셨는지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이 어떻게 구원되는가?’를 알아야 합니다. 구원은 분명 ‘믿음’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바오로 사도는 “사실 사람은 율법에 따른 행위와 상관없이 믿음으로 의롭게 된다고 우리는 확신합니다.”(로마 3,28)라고 말합니다.

 

에덴동산에서 죄를 지은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의 자비를 믿지 않고 자신들의 힘으로 죄의 부끄러움을 가려보려 무화과 잎으로 두렁이를 만들어 자신들의 몸을 가렸습니다(창세 3,7 참조).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들을 찾으시자 여전히 알몸인 것이 부끄러워 나무 뒤로 숨었습니다(창세 3,10 참조). 이는 인간의 노력이나 행위만으로는 주님 앞에 설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믿어야만’ 그분 앞에 설 힘이 생깁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를 위해 ‘가죽옷’을 입혀주실 정도로 자비로우신 분이십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가죽옷만 입는다면’ 우리는 다시 주님 앞에서 살 수 있게 됩니다.

 

영화 ‘블라인드’(2007)의 줄거리입니다. 한 부잣집 아들 루벤이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고 절망에 빠졌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앞을 볼 수 없게 된 아들에게 책이라도 읽어주도록 여자들을 고용합니다. 하지만 루벤은 고용된 여자들에게 손찌검하고 물건까지 집어 던집니다.

 

그런데 이번에 고용된 마리라는 여자는 보통이 아닙니다. 마리는 백색증 환자로 태어날 때부터 할머니처럼 백발이었고 생김새도 괴팍했습니다. 부모에게 학대를 받아 얼굴과 온몸이 상처투성이입니다. 사람들 앞에서도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하고 예쁘다는 말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녀는 무력으로 부잣집 도련님을 제압하고 끝내 자신이 읽어주는 책을 듣게 만듭니다. 루벤은 자신을 제압하고 순종하게 만들어 새로운 삶의 희망을 준 마리를 사랑하게 됩니다. 루벤의 어머니도 마리가 젊고 아름다운 여자라며 아들에게 거짓말을 합니다. 마리는 앞이 보이지 않는 루벤에게 생전 처음 예쁘다는 말을 듣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를 믿지 못하는 아담과 하와에게 가죽옷을 입혀주셔

 

그런데 의학기술의 발달로 루벤이 백내장 수술을 받게 됩니다. 루벤의 어머니는 마리에게 루벤을 실망하게 하지 말고 떠나줄 것을 종용합니다. 마리도 루벤에게 편지를 한 통 남기고 그의 곁을 떠납니다. 젊고 잘생긴 부잣집 외아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계속 사랑할 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력을 되찾은 루벤은 가장 먼저 마리의 얼굴을 보고 싶었지만, 마리는 이미 떠난 뒤였습니다.

 

하루는 마리가 자주 읽어주던 안데르센 동화책을 찾으러 도서관에 갑니다. 더 초췌한 모습으로 도서관에 있던 마리는 먼저 루벤을 알아봅니다. 루벤이 자신을 알아볼 리 없다고 생각하고는 빨리 도서관을 빠져나오려 합니다. 그런데 루벤이 그녀를 부릅니다. 루벤은 마리를 눈으로 본 적은 없지만 다른 모든 감각은 마리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루벤은 마리에게 책을 조금만 읽어달라고 부탁합니다. 루벤은 눈을 감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단번에 마리를 알아본 루벤은 말합니다.

 

“나와 함께 집으로 가요.”

 

마리는 눈을 똑바로 뜨고 자신이 예쁜지 말해보라고 합니다. 루벤은 “예뻐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마리는 루벤의 말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루벤을 뿌리치고 또 도망칩니다.

 

루벤은 마리와의 사랑을 방해하는 것이 자신의 눈 때문임을 알게 됩니다. 마리는 루벤의 눈이 두려웠던 것입니다. 루벤은 자신의 사랑을 믿게 할 방법을 찾습니다. 정원에서 차갑고 날카로운 두 개의 고드름을 잘라 자신의 눈에 꽂습니다. 마리가 자신에게 다가오는데 장애가 될 것을 없애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마리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립니다.

 

하느님은 아담과 하와가 죄를 지을 것을 아셨습니다. 그리고 미리부터 용서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자비 자체’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담과 하와는 하느님의 자비를 믿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동물의 가죽을 아담과 하와에게 입혀줍니다. 어떠한 동물이 죽어서 그 가죽을 걸쳐야만 당신 앞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가죽옷을 덮어주기 위해 어떤 동물은 피를 흘려야만 합니다. 마치 마리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루벤이 자신의 눈을 찔러 피를 흘린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루벤이 마리를 위해 피를 흘리게 한 자신의 눈이, 하느님께서 우리 죄를 없이 하시기 위해 죽이신 당신 아드님이심을 짐작합니다.

 

 

교회를 통해 전해지는 ‘가죽옷’은 우리가 받는 ‘성사들’

 

구약 성경에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창세 27장 참조). 감히 장자권을 주장할 처지가 안 되는 야곱에게 레베카는 장남 에사우의 옷을 입히고 동물의 털을 두르게 한 다음 눈이 보이지 않는 아버지 이사악에게 데려갑니다. 그리고 장자만이 받을 수 있는 축복을 청하라고 합니다. 야곱은 두려워하지만, 레베카는 용기를 심어줍니다. 레베카 덕분에 야곱은 자신이 에사우라고 끝까지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레베카는 큰아들 에사우를 희생하여 작은아들 야곱에게 상속의 축복이 돌아가게 하였습니다.

 

우리도 하느님 앞에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음을 당당히 고백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먹고 마셔 그분과 한 몸이 되었으니 그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리스도의 하늘나라 상속권을 우리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이 은총과 믿음은 교회를 통해 옵니다. 교회가 바로 우리가 그리스도가 될 수 있음을 믿으라고 하는 레베카와 같습니다. 그리고 교회를 통해 전해지는 ‘가죽옷’은 우리가 받는 ‘성사들’입니다.

 

우리는 성경에서 교회 이전에 그리스도와 교회 사이에서 이와 같은 역할을 하신 분이 성모 마리아이심을 봅니다.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 성모 마리아는 그리스도께 포도주를 청합니다. 포도주는 상징적으로는 그리스도의 피, 곧 그리스도의 죽음을 의미합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2618항 참조). 레베카가 에사우에게 야곱을 위해 상속권의 포기를 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요한 6,53)라고 하셨습니다. 결국, ‘가죽옷’은 성모 마리아의 중개로 우선 교회에 전해지고, 그 성사가 교회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 것입니다. 우리는 성사를 통해 우리가 죄를 용서받고 하느님 자녀가 되었음을 믿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믿음으로 하늘나라 상속권을 받기 위해 주님 앞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그리스도가 되었다고 믿어야 합니다. 야곱처럼 자신이 에사우라고 주장할 수 있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도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단순히 그리스도인이 된 것뿐 아니라 우리가 그리스도 자신이 된 것을 기뻐하고 감사드립시다. 형제 여러분,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우리의 머리로 보내 주신 이 은혜를 이해하십니까? 놀라고 기뻐하십시오. 우리는 그리스도가 된 것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795항)

 

구원은 우리의 행위보다는 성모 마리아와 교회의 중개를 통한 은총과 믿음의 결과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마치 레베카가 야곱에게 하듯 우리도 용기를 내서 하느님 앞에 나서라고 당신 아드님의 의로움을 중개하십니다. 이런 의미로 동정 마리아는 진정 “자신과 온 인류에게 구원의 원인”(‘가톨릭교회교리서’, 494항)이 되신 분이십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4월호, 전삼용 요셉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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