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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

17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1-02-20

[더불어 사는 세상] 교황청 재단 고통받는 교회 돕기(ACN)


고통받고 있는 그리스도인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ACN 한국지부 사무실. 지부장 박기석 신부(가운데)와 이재원 님(왼)과 이혜림 님(오른).

 

 

‘이라크에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인터넷 기사를 보다 이 한 문장에 눈길이 얼어붙었다. 십여 년 전, 이라크 북부 카람레시라는 마을의 성당 벽면에 다에시(IS, 급진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일원이 적은 경고였다. 성당의 주임 사제 라지드 가니 신부는 미사를 마치자마자 들이닥친 이슬람 무장 단체에 의해 무참히 살해당했다. 세 명의 부제들과 함께. 일전에 다에시가 성당 문을 닫으라고 강요했지만 신부는 “내가 어떻게 하느님의 집을 폐쇄한단 말이오?”라며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다에시는 그리스도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총을 쏘고, 살아남은 사람들을 마을에서 추방시켰다. 신앙의 자유가 있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상, 지구 저편에서 이토록 참혹한 일이 실제 일어났다는 사실에 온 몸이 떨려왔다.

 

더 이상 꿈도 희망도 없을 것 같은 이라크의 그리스도인들. 그런데 추방된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운 단체가 있다. 바로 독일 쾨니히슈타인에 본부를 두고 있는 ‘ACN(고통받는 교회 돕기)’이었다. 전 세계 23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ACN은 우리나라에 스물한 번째 그리고 아시아 최초의 지부 설립을 승인했다. ACN 한국지부는 2015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고통받는 교회 돕기에 앞장서고 있다. 얼마 전 ACN 한국지부를 찾아 우리의 도움이 절실한 고통받는 교회의 현실을 생생히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다에시가 파괴한 이라크 바트나야의 성 카리아코스 성당.

 

 

ACN(Aid to the Church in Need)은 제2차 세계대전 후 교황 비오 12세가 간절히 촉구한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에 네덜란드 출신의 한 젊은 사제 베렌프리트 신부가 작은 응답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신부는 한때 자신의 나라를 침공했지만 패전국이 되어 극심한 가난과 고통 중에 있던 독일의 가톨릭교회를 돌보고자 독일로 향하였다. 이 젊은 사제가 독일 땅에 심은 사랑의 씨앗은 예수님을 믿는다는 이유만으로 박해받고 있는 가톨릭교회를 지원하는 ACN이라는 큰 나무로 자랐다. 그 나무는 한국교회에도 사랑의 가지를 뻗었었다. 전후 복구가 한창이던 1961년 난민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베렌프리트 신부가 직접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것이다.

 

“우리 교회는 순교자들의 피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박해받은 교회에 머무르지 말고 박해받는 교회에게로 나아가야 합니다.” ACN 한국지부장 박기석(사도 요한) 신부가 한국교회에서 ACN이 갖는 특별한 의미를 되새겨준다. 박 신부의 설명에 따르면 교황청재단 ACN은 광범위한 인도주의 차원의 다른 원조기구 단체와는 달리, 고통받는 가톨릭교회를 돕는다는 분명한 목적과 대상을 지닌다. 각종 테러와 재난, 재해로 억압당하고 핍박받는 전 세계 2억 명에 달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신앙 유지를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매년 140여 개국에 성전 건립과 성직자, 수도자 양성 및 생계지원 등과 같은 다양한 가톨릭 사목원조 프로젝트와 캠페인을 5,000개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 눈물을 흘리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실향민 여성과 손자.

 

 

사목원조 사례 중 가장 안타깝게 다가왔던 현장이 있다. 바로 2014년 나이지리아 보르노Borno주 치복Chibok의 한 고등학교에서 여학생 276명이 납치된 사건이다.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보코 하람’은 대부분 그리스도인이던 여학생들을 납치하여 이슬람으로 개종시키고 이슬람 군인들과의 결혼을 강요했다. 지금까지 대다수의 학생들이 탈출과 협상을 통해 풀려났지만 납치된 동안 구타와 협박에 시달렸으며 ‘강제 결혼의 형태’로 성폭력을 당해 많은 학생이 임신한 상태로 혹은 아이를 데리고 돌아왔다고 했다.

“가톨릭 신앙을 선택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차별과 멸시 나아가 박해와 죽음까지 이르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이 세상에 많다는 사실이 가장 믿기 어렵고 당혹스러웠어요.” ACN 한국지부에서 자료 번역과 정리 업무를 맡고 있는 이재원(모니카) 씨의 눈에 진한 슬픔이 묻어났다. 세계 각지에서 들려오는 이런 비참한 소식들은 매년 『세계 종교 자유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엮여 발행되고 있다.

 

ACN은 특별히 박해지역의 성직자와 수도자 지원 사업에 집중해왔다. 폐허가 된 그곳에 작은 희망을 전하는 사제와 수녀마저 없다면 열악한 상황에서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은 하느님 현존을 체험할 기회마저 빼앗길지도 모른다. 수도자의 납치와 폭력이 벌어지고 있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 수녀가 ACN에 보내온 편지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하느님께서는 저희가 당신을 계속 섬기기를 바라십니다. 저희에게는 주님께서 맡기신 우리의 이웃들이 있습니다.”

 

- 나이지리아에서 납치 살해당한 마이클 응나디 신학생의 장례식(왼) 카메룬에서의 생계 지원 활동(오른).

 

하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그나마 종교활동을 이어가던 박해지역의 신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경제 파탄으로 집회마저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래서 ACN은 “원래 박해지역의 성당이나 사목센터, 교리교육센터, 수도원 건설이나 신학생 수도자 양성에 주로 도움을 드렸지만 지금은 생계지원에 더 애쓰고 있다.”고 박기석 신부는 설명했다. 

 

ACN이 주님 성탄 대축일을 맞아 벌인 신앙의 선물 캠페인은 엄청난 시련에 처한 시리아, 레바논, 파키스탄 같은 박해 국가들의 사정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시리아의 그리스도인은 오랜 전쟁과 폭력, 굶주림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고 코로나19로 더 처참한 상황에 이르렀다. 이곳 사제와 수도자들은 가정을 방문해 의약품과 식량 쿠폰을 전하고 있지만, 자금은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베이루트에 가공할만한 폭탄이 터진 레바논의 수도회 병원도 극심한 물적·인적 자원의 빈곤을 겪으며 생명을 돌보는 일을 이어가고 있다.

 

- 100만 어린이 묵주기도를 드리는 초등학교 어린이들.

 

 

그래서인지 ACN 한국지부의 올해 계획은 당장 내일을 보장할 수 없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예수님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에게 영적·물적 지원을 전하는 가교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본당을 찾아 고통받는 교회 돕기를 적극적으로 알릴 수 없어 아쉽지만 그래도 매체를 통한 선교와 우리 신자들의 영적 기도를 모으는 데 애쓸 생각이다. “ACN 지부는 한 국가에 하나만 설립 가능한데요. 북한 교회를 돕기 위한 초석을 한국지부에서 준비해야한다고 생각해요.” ACN에 고마운 손길을 내미는 후원자들과 소통하는 이혜림(모니카) 씨가 우리와 가장 가까이서 남모를 박해를 받고 있는 북녘 교우들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곧 사순 시기다. 매년 이 시기 ACN은 현대 순교자, 신앙의 증거자, 여성 수도자 등 신앙 때문에 박해받는 모든 이들을 기억하며 십자가의 길을 바친다. 올해는 ‘종교적 극단주의로 상처받은 아프리카’의 치유를 위해 십자가의 길을 바칠 예정이다. 우리도 이번 사순 시기에는 고통받는 세계의 그리스도인들을 새기며 십자가의 길을 걸어보면 어떨까. 우리의 작은 나눔이 그들에게 한줄기 빛을 비추어 다시 누군가에게 돌려주는 사랑의 기적을 낳을 것이다.

 

[생활성서, 2021년 2월호, 글 김정태 기자, 사진 김숙 기자/사진제공 ACN 한국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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