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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커피38: 커피숍 효과와 기도하는 법

64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1-02-11

[사유하는 커피] (38) 커피숍 효과와 기도하는 법


회의는 카페에서, 묵상은 골방에서

 

 

커피전문점에서 공부나 노트북 작업이 잘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현상을 학술적으로 ‘커피숍 효과’(The coffee shop effect)라고 한다. 캐나다 웨스턴 온타리오 대학의 에밀리 닐센 박사가 2015년 발표한 논문 ‘주변 소음과 인지적 유연성 간 관계에 대한 조사’에 소개된 개념이다. 인지적 유연성 (Cognitive Flexibility)이란 개념을 익히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하게 사고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일컫는 말이다.

 

논문은 굳이 시끄러운 카페를 찾아가 공부하는 사람들의 행동에 무슨 이유가 있는지 풀고자 했다. 닐센 박사를 비롯해 후속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커피숍은 시청각 자극의 다양한 조합들이 학습자의 관심을 적절히 분산시킴으로써 공부나 작업에 몰입하게 한다. 아울러 커피숍으로 공부하러 간 사람들끼리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환경이 소음이나 혼잡함 등의 장애를 없애 주면서 학습 동기를 높여 준다는 것이다. 무엇인가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 곁에서 유사한 일을 하면 효과를 드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 있다.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다이어트를 위해 새벽 산책이나 조깅을 할 수 있지만, 피트니스센터나 체육관을 찾아가 많은 사람과 함께 운동할 때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더불어 생활하는 공간에서 특정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것은 당사자의 착각이 아니다. 심리학 또는 뇌과학 연구 결과, 고립된 상태에서 혼자 공부할 때와 사람들이 오가고 조명과 소리가 수시로 바뀌기도 하는 카페에서 공부할 때 두뇌 작동이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닐센 박사는 카페에서 공부할 때 전반적으로 효과를 보는 것처럼 보여도 주의할 게 있다고 지적했다. 면밀하게 분석해보면, 학습이나 일 효과가 나 홀로 공부할 때보다 못한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그의 논문에서 보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회의라면 카페가 좋지만, 새로운 개념을 머리에 집어넣어야 하는 공부를 하는 경우에는 카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이다.

 

커피숍 효과를 접하면서 기도하는 법에 대해 생각했다. 골방에서 드리는 묵상과 성소에서 올리는 공동 기도의 효용성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닐센 박사의 결론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다. 기도(Prayer)는 자연을 초월하여 무한으로 향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이다. 기도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실현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기수양적이기도 하다. 자신의 내면을 향한 기도는 묵상(Meditation)이다. 지적행위와 의지가 결합된 묵상은 어쩌면 개념을 머리에 집어넣어야 하는 공부를 닮기도 했다. 묵상은 카페보다 골방에서 효과적이다.

 

여러 사람이 모일 때는 지향점이 달라진다. 묵상이라도 ‘공동체 묵상’의 가치는 신앙생활의 쇄신에 있다. 문화를 인간이 환경과 작용하는 방법과 그 수준이라고 정의할 때, 공동체의 행위는 특정인의 이익이 아니라 전체의 행복을 높이기 위한 곳을 향해야 한다.

 

성소에 모여 기도하고자 하는 마음이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 되레 높아지는 것은 공동체를 위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이리라…. 공동의 기도는 서로에게 힘을 실어 주면서 개별적으로 보다 심오한 경지로 이끌어준다. 특히 혼신을 다해 기도하는 사람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종종 축복을 받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예수님께서 겟세마니 동산에서 기도를 올리는 성경의 대목은 ‘깨어 있음’의 중요성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카페의 소음과 혼잡 속에서 조직을 위한 아이디어 회의는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은 코로나19의 혼돈과 어려움 속에서 우리의 기도가 어디를 향해야 할지를 은유한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2월 7일, 박영순(바오로, 커피비평가협회장, 단국대 커피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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