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GOOD NEWS 자료실

검색
메뉴

검색

검색 닫기

검색

오늘의미사 (백) 2024년 4월 20일 (토)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신학자료

sub_menu

세계교회ㅣ기타
사유하는 커피39: 무신론 감상법

64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1-02-23

[사유하는 커피] (39) 무신론 감상법


무신론 논란에 신의 존재감 더 커져

 

 

진화생물학자인 리처드 도킨스가 또 무신론을 들고 나왔다. 2006년 「만들어진 신」에서 창조론을 반박하며 신은 없다고 주장했던 그가 「신, 만들어진 위험」이라는 책을 내고 “신과 결별하라”고 외치고 있다. “신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이며, 그로 인해 인간은 위험에 빠졌다”는 메시지다.

 

「만들어진 신」과 「신, 만들어진 위험」의 원제는 각각 「더 갓 디루션(The God delusion)」과 「아웃그로잉 갓(Outgrowing God)」이다. 디루션은 ‘망상’을 의미한다. 망상은 피해망상, 과대망상, 망상장애처럼 정신과적 질환에 붙어서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되는 증상을 묘사한다. 도킨스는 이 단어에 신을 붙였다. 우리말로 옮기면 ‘신에 대한 망상’쯤이 되겠다. 사실 이 제목은 시쳇말로 ‘잔머리’를 쓴 것이다. 스스로 신이나 종교의 창시자로 생각하는 과대망상 환자에게나 붙이는 의학적 진단명인 ‘종교 망상(religious delusion)’에서 살짝 한 단어를 바꿔치기했다. 그러나 의미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유일신을 믿는 사람들을 정신병자로 몰아세웠다.

 

종교(Religion)와 망상을 합한 ‘리루션(Relusion)’은 “과학적 증거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종교에 맹종하는 현상”을 지칭한다. 도킨스는 이 용어에 신을 넣어 무신론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애쓴다. 요지는 “신이 존재한다는 과학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신을 믿는 것은 망상”이라는 주장이다. 노아의 방주가 사실이라면, 방주가 발견된 곳으로 거론되는 터키 아라라트 산에서부터 모든 동물이 세계로 퍼져 나간 패턴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동물도 창조가 아니라 진화의 결과가 아니냐는 인식이다.

 

「아웃그로잉 갓」은 ‘무신론 근본주의’라는 비난을 자초하는 모양새이다. Outgrowing은 ‘옷에 비해 몸집이 불어나 맞지 않게 됨’의 뜻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Outgrowing God」은 “인간이 지혜로워져, 또는 과학이 발달해 신을 버려야 하는 수준이 됐다”는 도킨스의 신념을 은유하는 표현이다. 도킨스는 과학적 결과물을 성경 구절에 견주면서 신은 없다고 외친다.

 

그의 주장과 자극적인 제목은 책을 파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내용이 과학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못하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영국의 과학철학자인 루퍼트 셀드레이크는 ‘망상’을 신이 아닌 과학에 붙인 「더 사이언스 디루션(The science delution)」을 출간하고, 도킨스의 무신론이 균형을 잃었음을 지적했다. 셀드레이크는 과학을 신봉하며 유물론과 무신론을 설파하는 지식인들에게 “모든 것이 진화하는 것이라면 자연의 법칙만은 왜 진화하지 않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진화론 만능주의자에게 던진 촌철살인이 아닐 수 없다.

 

도킨스의 무신론은 차라리 버트런드 러셀의 찻주전자 유추보다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도킨스를 향해 “과학을 동원하며 논증한 것이 신이 없다는 소수의 정황증거뿐이냐”는 비난도 나온다. 그의 주장을 보면 무신론자라기보다는 불가지론자에 가깝다는 힐난도 있다. 무신론 논란이 커질수록 신의 존재감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굳이 논리를 따져 답변한다면, 무신론이라는 것이 이미 그 자체에 신이 존재함을 전제하기 때문이겠다.

 

커피의 역사와 관련해 교황청으로 보냈던 이메일에 회신이 왔다. “클레멘스 8세 교황께서 커피에 세례를 준 것이 사실이냐”는 우문(愚問)에 “근거 자료가 제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특별한 필요성이 있지 않는 한 교황청은 진위를 확인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도킨스의 무신론에 교황청이 굳이 반응하지 않는 이유를 알 듯하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2월 21일, 박영순(바오로, 커피비평가협회장, 단국대 커피학과 외래교수)]


0 2,344 1

추천  0

TAG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로그인후 등록 가능합니다.

0 / 500

이미지첨부 등록

더보기
리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