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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사목] 지속가능한 삶, 우리농촌살리기운동

123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10-02

[알아볼까요] 지속가능한 삶,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잃어버린 일상, 일상화된 위기

 

‘코로나19’ 감염으로 고통 받는 이들, 치료하는 이들, 완치 후에도 후유증과 이웃의 시선 때문에 어려운 이웃들이 많습니다. 보듬어주고 싶어도 다가갈 수 없어 더욱 마음 아프기도 합니다. 언젠가 이 사태는 종식될 것입니다. 하지만 21세기에 계속해서 발생하는 신종 감염병들, 그동안 인류가 수많은 종들의 서식지를 침범하며 생태계 질서를 파괴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코로나 19’를 극복한다 해도 또 다른 감염병이 우리를 덮칠지 모릅니다. 인류가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영원히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됩니다.

 

올 여름 54일간 이어졌던 기록적인 장마, ‘이 비의 이름은 기후위기입니다!’라는 표어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붕괴된 제방과 침수된 논밭을 보며 많은 분들이 안타까워했습니다. 기후가 변하고 있다는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농촌에서 체감하는 기후위기는 더욱 절실합니다. 감당할 수 없는 폭염과 가뭄, 예측할 수 없는 폭우와 이상기온으로 농작물의 비정상적인 생육과 기대할 수 없는 작황이 계속되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작물을 어떻게 재배해야 할지? 현 인류의 소비생활문화, 탄소배출로 인한 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더 이상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공생(共生)의 삶, 농(農)을 중심으로

 

‘감염병’과 ‘기후위기’, 이 사태들의 공통점은 무엇입니까? 그동안 인류가 무한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착취해온 자연 생태계가 이제 인류에 대해 반격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부유하고 편리한 삶에 대한 욕망이 최우선이었고, 인간의 능력에 대해 과신해왔던 결과입니다. 하나뿐인 지구에 살기 위해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외침을 외면해온 결과 현재 우리의 소비 생활 습관으로는 몇 개의 지구가 있어도 생존할 수 없는 지경에 와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생태계가 공생하는 세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개발과 성장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공멸에서 공생으로 회개해야 합니다.

 

공생(共生)의 삶을 지향하면서 무엇보다 농(農)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세상을 회복해야 합니다. 농업은 사람이 사는데 필요한 식량을 얻는 일이며, 토양과 수자원을 관리하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해가며, 자연경관과 전통문화를 수호하는 가장 생태적인 공공재이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자연 생태계 속에서 인류가 살아갈 수 있고, 인간의 모든 활동도 농업 생산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생명의 신비와 자연의 조화를 체험하며 생태적 감수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생명의 가치를 중심으로 하는 삶의 질서도 여기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무너진 농촌과 위협받는 밥상

 

우리가 농업을 경시하며 살아온 시간이 반세기를 넘어섰습니다. 경제 성장과 발전이 최선이며 산업화를 위해 저곡가 정책을 강요받았습니다. 이농현상으로 농촌 인구는 급감했고 생산력을 높이기 위해 화학농법에 의존하여 농사를 지었습니다.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자 우리 농정은 산업화, 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라고 요구했습니다. 환경 보전을 비롯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농업을 지원한 선진국과는 반대의 길을 택했던 것입니다.

 

우리 농촌의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고 이제 농촌 사회는 소멸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도시 가구 소득 대비 농가 소득은 60%, 농업인구는 220만 명에 불과하며, 게다가 65세 이상이 절반에 가깝습니다. 석유 화학농법에 의존한 생산은 지구 온난화, 토양 산성화와 수질 악화에도 영향을 주고 있으며, 사용량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해마다 떨어지는 식량자급률은 이제 45%,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사료용 곡물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2%까지 하락했습니다.

 

쌀 소비량은 계속 줄어들어 1인당 연간 소비량이 60kg 아래로 내려섰고, 반대로 육류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여 50kg을 넘어섰습니다. 과도한 육식문화는 개인 건강을 넘어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환경문제, 사료용 곡물 소비는 가난한 나라의 식량난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식탁에 오르는 유전자 변형 식품의 소비량은 세계 1위로 1인당 연간 43kg을 소비하고 있으며, 농산물 수입량이 늘어 푸드 마일리지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푸드 마일리지’란 음식 재료가 산지에서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수송 거리를 말하는데, 푸드 마일리지가 높을수록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많다는 뜻입니다.

 

기후위기로 세계 곡물 시장은 주기적인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감염병 사태로 국가간 교역도 제약을 받습니다. 우리 농업과 식량, 건강과 생존을 고민해야 합니다. 세계 주요 국가 가운데 우리나라 농업보조금이 가장 낮은 수준임에도 많은 사람들은 농가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는 생산과 소득을 올리는 농업기술 발전만이 살 길이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농업은 생명산업으로서 시장경제에만 맡겨둘 수 없는 공공재이며, 자연 생태계 회복과 안전하고 건강한 사람과 사회를 위한 근간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

 

1990년대 수입 농산물 개방으로 농촌의 위기를 직면했던 당시 우리 사회는 국산 농산물 소비를 촉구하는 ‘신토불이’ 운동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우리 교회는 이를 넘어 생명산업으로서 농업의 가치를 인식했고, 교회가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통해 사회복음화를 이루자고 선언했습니다. 농업이 가지고 있는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들을 이미 인식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고 힘든 농업의 현실은 변화되지 못했습니다.

 

농업과 환경, 식량과 건강에 관한 교육을 받는 분들은 깊이 공감하며 관심을 보입니다. 하지만 교육을 마친 후 변화된 모습과 실천은 잘 들려오지 않습니다.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익숙해진 생활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편한 속박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공생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즐거운 불편을 신앙인의 실천이며 기꺼운 희생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 가지씩 실천을 이루어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농업과 환경, 식품과 소비에 관한 교육이나 체험활동에 참가하면 좋겠습니다. 거리두기로 대면과 활동이 불가능하지만 지금부터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 기회가 되면 참여하도록 합시다. 내 삶의 방식이 변화되어야 하고 함께 모여 생각을 나누고 실천을 모아야 행복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농업과 생태 환경을 되살리는 일이 우리 모두, 사회와 지구를 구하는 일임을 아는 생태 사도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생명농산물을 나누도록 합시다. 유기순환적인 농법으로 힘들게 농사를 이어가고 있지만 원활한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아 힘들어하는 가톨릭농민회원들이 많습니다. 생명농산물을 소비하는 것은 단순한 상품 거래가 아닌 생명의 가치에 우리의 관심을 기울이는 활동입니다. 본당 우리농 매장 또는 각 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할 수 있고, 서울, 인천, 의정부 교구에서는 인터넷으로 ‘우리농’을 검색하여 우리농 회원이 되면 가정에서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생명농산물 소비를 통해 수많은 생명과 공존하는 농업을 확산시켜 하나뿐인 지구를 살려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의 위기가 마지막 경고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던 방식에서 생태적인 실천으로 당장 옮겨가야 합니다. 수많은 실천 중에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은 우리 일상생활 한가운데서 벌어져야 할 가장 중요한 생태적 회개와 실천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10월호, 안영배 요한 신부(안동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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