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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ㅣ성모신심
레지오와 마음읽기: 동떨어진 세상(에코 쳄버 현상)

70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0-10-02

[레지오와 마음읽기] 동떨어진 세상(에코 쳄버 현상)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말이 있다. 손자병법에 전해지는 문장으로 손자병법 3장 모공(謀攻)편의 결구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이는 ‘知彼知己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지피지기 백전불태, 부지피이지기 일승일부, 부지피부지기 매전필태)’로, 해석하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으며, 적을 알지 못하고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지며, 적을 모르고 나를 모르면 싸움마다 반드시 위태롭다’는 뜻이다. 이 글이 실린 손자병법은 현대의 모든 분야에서 어떤 상황에 적용시켜도 무리가 없을 만큼 인간 사회를 정확히 파악하고 쓴 책이니, 자신을 알고 남을 아는 것은 그만큼 인생의 중요한 지혜라고 할 수 있다.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는 말처럼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선입견을 확증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탐색하며, 자신이 믿는 것과 다른 정보들에 대해서는 찾으려고 그다지 노력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정보들에 대하여는 무시하거나 심지어 재해석하려는데, 이를 ‘확신편향’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바람직하지 못한 경향이 요즘은 인터넷 발달로 더욱 강화되기도 한다. 네이버나 다음 등의 포털 사이트에서 같은 단어를 검색하면, 모두 다 같은 결과를 얻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는 대체로 정보제공 사이트에서 이용자들의 입맛에 맞게 정보를 걸러 “맞춤형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을 시청하면 그것과 비슷한 영상이 추천되어 연속적으로 보이거나, 인테리어를 검색하면 그와 관련된 사이트와 물건들 홍보가 여러 개 뜨는 것들이다. 이용자 입장에선 자신의 관심사에 맞는 정보를 짧은 시간에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것은 위험하다. 이용자가 선호하는 것만을 편중하여 정보를 제공하니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없게 되어 각자의 편견과 고정관념이 더 심화되기 때문이다. 이는 나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불편하게 하여 불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만 소통하며 점차 편향된 사고 갖게 돼

 

‘반향실’ 즉 ‘에코 챔버(Echo Chamber)’는 방송이나 녹음을 할 때 잔향감을 주기 위해 인공적으로 메아리를 만들어 내는 방이다. 이는 특수재료의 벽으로 만들어져 소리가 밖으로 나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방에서 나는 소리만을 메아리처럼 울리게 한다. 그러니 반향실에서는 늘 똑같은 소리가 되돌아와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런 현상을 빗댄 용어로 “에코 쳄버 현상”이라는 게 있다. 이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자신과 비슷한 생각의 사람들하고만 소통하면서 점차 편향된 사고를 갖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에코 쳄버의 특성상 이 방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내는 소리 외에는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하여, 다른 관점이나 가치관을 접하지 못하게 된다. 심하면 이 방에서는 들리는 소리가 진실이냐 아니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어 가짜뉴스에 걸려들게 되고, 결국 극단주의자들을 양산하여 사회 분열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니 조심해야한다.

 

S자매는 어려서 영세를 받았지만 결혼과 함께 세 아이의 양육으로 신앙생활을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다 첫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 일탈이 시작되자 다시 성당을 찾게 되어 레지오에 입단하였다. 그녀는 그제야 아이들을 영세시키고자 했지만 아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특히 큰 아이는 진화론을 운운하며 신의 존재를 증명해 보라는 등 자신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들을 했다. 이에 그녀는 동료단원들과 신부님께 조언을 구하면서 아이들과 대화를 해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녀는 말한다. “저에게 신의 존재는 당연한 것이었어요. 모태신앙인데다 냉담을 푼 후 만나는 신자들과의 만남에서도 어색함이 없었으니까요. 그런 저에게 큰 아이의 질문은 충격이었지요. 하지만 이것이 저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큰 아이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하는 것으로 이어지더라고요. 큰 아이는 아직 입교를 하지 않고 있지만 저와의 관계는 전보다 좋아졌어요. 적어도 제 말을 듣기는 하거든요.”

 

 

선교를 위해서는 그들의 방으로 들어가 그들의 사고를 이해해야

 

한 마디만 해도 척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은가! 소위 말하는 마음이 맞고 손발이 맞는 사람이어서 그와는 어떤 일을 해도 즐겁다. 특히 가치가 같아 삶의 방향이 같다면 더욱 신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공동체가 주는 힘이다. 이런 힘을 레지오 단원들은 특히 주회합에서 얻을 수 있다. “풍성한 기도와 신심에 찬 말씨, 감미로운 우애의 정신이 깃든 초자연적인 분위기 속에서”(교본 113쪽) 이루어지는 주회합은 에코 쳄버 현상에 힘입어 우리의 믿음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방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선교에 대한 관심은 참된 그리스도 신자 생활의 필수 요소”(교본 382쪽)여서 우리에게 외인 입교는 중요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의 방에 들어가야 한다. 가서 그들의 사고체계와 신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사랑이 내뿜는 향기는 남을 이해하는 것”(교본 446쪽)이라고 하니 사랑이야말로 선교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나와 맞는 사람과의 즐거움만큼 아니 오히려 불편은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어려움을 견뎌야 한다. 교본에 “결국 그들은 교회의 가르침과는 동떨어진 세상에서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결과로 세속의 목소리가 교회의 목소리보다 더 크게 들려온다.”(377쪽)는 말처럼, 그들 또한 에코 쳄버 현상으로 더욱 구원과는 거리가 멀어져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혹시 아는가! 그들의 방에서 낸 나의 작은 목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그들이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출발점이 될지. 그러니 큰 둑이 무너지는 것은 금으로 시작한다는 말을 생각하며 작은 목소리라도 용기 있게 낼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정신과 이상이 마치 공기처럼 공동체의 모든 사람들에게 퍼져 나가게 된다면 얼마나 큰 변화가 일어나겠는가!”(교본 120쪽)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0년 10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행복디자인심리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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