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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교회음악
교회음악 이야기: 몬테베르디의 성모마리아를 위한 저녁기도

288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1-08-23

교회음악 이야기 (3) 몬테베르디 <성모마리아를 위한 저녁기도>

 

 

이탈리아의 작곡가 몬테베르디(Claudio Giovanni Antonio Monteverdi, 1567-1643)는 음악사에 있어 변환기의 큰 족적을 남긴 대표적인 작곡가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기가 맞물려 있는 전환기, 작곡양식으로 보면 구양식이라 불리는 제1작법에서 신양식인 제2작법으로 넘어가는 시기이다. 조금 풀어보면 몬테베르디로부터 촉발된 제2작법은 음악 자체를 중요시 여겼던 제1작법과 달리, 음악의 규칙보다는 가사, 가사에 따른 감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수사학적 장치로써 음악적 규칙을 허무는 것’은 당대에 혁신적인 일이었다.

 

몬테베르디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불협화음 등을 자유롭게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규칙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여러 양식, 장르를 섞는 데도 탁월함을 보였다. 이러한 특색이 오롯이 드러난 작품이 <성모마리아를 위한 저녁기도>(Vespro della Beata Vergine, 1610)이다. 1613년까지 만토바 궁정의 비올라 연주자, 작곡가, 음악감독으로 일했던 몬테베르디는 이후에 성 마르코 성당의 음악감독으로 일하며 1632년에 사제가 되었다. 이 작품은 만토바 궁정에서 일했던 1610년경 작곡되었지만 베니스에서 출판하여 교황 바오로 5세에게 헌정되었다.

 

<저녁기도>는 우리가 성무일도로 익히 알고 있는 ‘시간전례’ 중에 바치는 저녁기도를 의미한다. 총 1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관점에 따라 두 부분으로 이루어진 마지막 곡 마니피캇을 각각 독립된 곡으로 여겨 14곡으로 보기도 한다. 이 곡들 중 저녁기도 전례에 꼭 필요한 음악은 8개로 응답송, 5개의 시편(109,112,121,126,147편), 찬미가(Ave maris stella), 마니피캇(Magnificat)이 있고 나머지 다섯 곡은 4개의 모테트와 1곡의 소나타로 구성된다. 이중 5개의 시편은 모두 성모마리아를 위한 모든 축일의 저녁기도에 불리는 곡들이다.

 

이 곡은 음악양식, 악기 사용, 성악파트 운용, 다중합창 등의 측면에서 여러 기법이 총망라된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응집력을 지닌 거대한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이 통일성의 열쇠는 그레고리안 시편창에 있는데 ‘도입부, 시편, 마니피캇’의 시작을 시편창으로 알리고, 이 음을 구심점으로 곡이 전개된다. 그러다보니 합창은 종종 팔쏘부르동(falsobordone) 기법으로 진행되지만 이를 지지해주는 반주는 리듬, 장식음, 악기 편성을 다양하게 변화시킴으로써 혁신적인 화려함을 선사한다.

 

여러 악기를 자유자재로 편성하는 것은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넘어가는 당시의 즉흥연주 관습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것이며, 단선율의 노래와 변화무쌍한 악기가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흥미진진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와 같은 이채로움은 성악 파트에서도 드러나는데 마치 악기를 오케스트레이션하듯 독창부터 10성부에 이르는 다성부의 합창이 쉴 새 없이 변화하며 나타난다. 그러나 그레고리안 성가의 시편창과 이후 전개되는 음악의 대조와 변화는 자연스러운 물결처럼 이질감 없이 약 90분간 조화로이 이어진다.

 

[2021년 8월 22일 연중 제21주일 대전주보 4면, 오주현 헬레나(음악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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