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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별별 이야기: 사제의 피로는 간 때문인가?

102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1-02-23

[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61) 사제의 피로는 간 때문인가?

 

 

성 요한 23세 교황이 어떤 소년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는데 그 내용은 이러했다. “교황 성하, 저는 앞으로 경찰관이 되든가, 아니면 교황이 되든가, 이 둘 가운데 하나가 꼭 되고 싶습니다. 교황님께서 저에게 좋은 충고의 말씀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요한 23세 교황은 그 소년에게 이렇게 답장을 썼다고 한다. “나의 사랑하는 친구야, 내 충고를 바란다면, 나는 네가 경찰관이 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경찰관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지만, 교황은 누구나 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보아라, 내가 교황이 되었잖니?”

 

하루는 요한 23세가 교도소를 방문했을 때, 수감자들이 너무 놀라고 감동을 받아 어떻게 이런 곳에 교황님께서 방문하셨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교황님은 이렇게 대답했다. “여러분들이 제게 오시기 어려울 것 같아서, 제가 여기에 왔습니다.”

 

요즘 다볼사이버성당에서 ‘피터의 그루터기’라는 방송을 통해 신자들의 사연을 메일로 받고 있다. 사연들 대부분이 어렵고 힘든 일상에서 사목자에게 위로와 희망을 얻고자 하는 내용이었다. 신자들의 사연을 읽고 있자면 너무도 뻔한 답변이고 예상되는 반응이지만 사제의 말 한마디를 통해 새로운 삶의 위로와 희망을 얻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다. 왜 본당 신부님께 먼저 면담을 신청하고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을까? 몇몇 신자분에게 본당 사제에게 가서 의논을 드려보라는 말씀을 청해 보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바쁘신 본당 신부님이기에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가 어렵다는 답변이 주를 이루었다. 그렇다면 나는 바쁘지 않은 신부이기에 도움을 청한다는 말이구나 하고 속으로 웃음이 나기도 한다. 신자들에게 있어서는 아마 본당 신부님을 직접 찾아뵙고 면담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비대면으로 상담하는 사제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은 훨씬 부담이 덜할 것이다. 오늘날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사목적 돌봄의 창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황이 이렇다면 마음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신자분들의 소중한 사연을 그냥 못 본채 넘어가기가 참 어렵다. 너무 사연이 밀려 자세한 답변을 드리지 못해도 가능한 몇 줄이라도 마음을 담아 보내려 노력한다. 하지만 때로는 지치고 힘들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비안네 신부님을 떠올리곤 한다. 한 평도 안 되는 숨 막히는 고해실에서 종일 신자들을 위해 고해성사를 주시는 비안네 신부님은 과연 체력이 좋은 분이셨을까?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안다. 신부님께서 쉬지 않고 성사를 주실 수 있는 초인적인 힘은 바로 신자들을 위한 사랑 그 하나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사랑이 부족한 사제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며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교회의 최고 수장인 요한 23세 교황은 한 소년이 보낸 편지를 하찮게 여기지 않으시고 정성스럽고 겸손하면서도 재치 있는 답변을 해주신다. 게다가 보통의 사람들도 찾아가기 힘든 교도소를 방문하시며 수인들과 형제적 사랑을 나누시는 모습은 너무도 감동적이다. 요한 23세 교황님은 사목자로서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좋은 표양을 보여주셨다. 신자들에 대한 깊은 사랑과 겸손의 마음으로 가장 어렵고 힘든 삶의 현장으로 찾아가는 사람이 진정한 목자라는 사실을 알려주셨다.

 

갑자기 피로는 간 때문이라는 유명한 CF 문구가 떠올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제가 지치고 힘들 때 그 피로는 간 때문일까? 아마 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신자들을 향한 사랑이 부족해질 때 사목자는 피로해지는 것이 아닐까? 참된 목자이신 주님께 신자들을 더 사랑할 수 있는 은총을 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1년 2월 21일, 박현민 신부(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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