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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사목] 영화 칼럼: 미나리 - 가족사랑의 언어는 마음입니다

125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1-04-25

[영화 칼럼] ‘미나리’ - 2020년 감독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가족사랑’의 언어는 마음입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같습니다. 미국이라고 특별하고,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기름지고 드넓고 풍요로운 곳에서도 누군가는 하루하루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가난과 절망에 눈물을 흘립니다. 삶은 풍경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 사는 곳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향한 희망을 안고 찾아옵니다.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이방인’이라고 부릅니다. 이 말은 ‘낯설다’를 넘어 ‘다르다’, ‘이상하다’라는 경계와 차별을 품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람도, 식물도, 동물도 낯선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미나리>에서 남자 주인공 제이콥(스티븐 연 분)이 “최고의 진흙”이라고 감탄한 미국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약속한 땅인 ‘젖과 꿀이 흐른다’고 한 가나안도 그랬습니다. 낯설고 다르고 이상한 것은 사람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계가 주목한 <미나리>는 40년 전, 미국 땅에서 뿌리를 내리려고 했던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아내, 어린 두 아이와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아칸소의 외딴곳으로 이사온 제이콥의 꿈은 농장입니다. 그러나 그 희망은 작은 농장에 처음 심은 한국 채소가 가뭄과 태풍과 장마로 마르고, 쓰러지고, 썩듯이 좀처럼 싹트지 못합니다.

 

아내의 말대로 가망 없는 시작은 포기하고 도시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그럭저럭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속되는 실패와 시련, 아내 모니카(한예리 분)의 불만, 심장병이 있는 아들 데이비드(앨런 킴 분)에 대한 걱정과 불안에도 포기하지 않고 버팁니다. 뭔가 해낼 수 있다는 것, 희망을 가지고 산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결국 그 희망을 지켜준 것은 가족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온 외할머니(윤여정 분)가 그 씨앗을 가져오지요. 손자 데이비드에게는 쿠키도 못 만들고, 욕도 하고 냄새나는, 아무리 봐도 할머니 같지 않은 가장 한국적인 할머니의 사랑과 믿음. 그것이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가족을 따뜻하면서도 애달프고, 간절하면서도 감동적으로 연결합니다.

 

영화는 그쯤에서 그들을 끝까지 따라가지 않고 내일을 지켜보기로 합니다. 이제 그들은 할머니가 “원더풀”이라고 외친 ‘어디서든 잘 자라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누구든 건강하게 해주는, 찌개와 국에도 넣어 먹고 약도 되는’ 미나리니까요. 이름이 말해주듯 어디에 살든 하느님의 자식들이니까요.

 

<미나리>는 한국인들에게는 머나먼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가족 이야기입니다. 먼 개척시대부터 지금까지 보이지 않게 역사를 만든 사람들에게 아직도 차별의 벽을 허물지 못하는 미국 사회에 대한 가장 인간적인 충고와 성찰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과거이며 현재이고, 한국 영화면서 미국 영화인 이유입니다.

 

물론 미국에서 만들었으니 규정으로는 미국 영화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미국 영화인데 한국어를 더 많이 한다는 것이 무슨 얘깃거리인가요. 가족과 이웃 사랑의 언어는 마음이고, 그 언어가 세상 어디에서든 같은데 말입니다.

 

[2021년 4월 25일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서울주보 4면, 이대현 요나(국민대 겸임교수,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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