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서와함께 가꾸는 기도의 정원22: 향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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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현의 ‘성서와함께’ 가꾸는 기도의 정원] (22) 향나무
박해 피해 피신하던 성가족 숨겨준 나무
- 성서와함께 제공한때 필자는 본당에서 매달 첫째 주일 교중미사 중 성수 예식 때 울려 퍼지던 ‘Asperges Me’라는 노래를 무척 좋아했다. Asperges Me는 “저에게 (성수를) 뿌려주소서”라는 뜻으로, “우슬초로 제 죄를 없애 주소서(시편 51,9)”에 해당하는 라틴어 성경 구절의 첫 두 단어다. 지금은 성수를 뿌릴 때 작은 구멍이 있는 공이 달린 금속 재질의 성수채를 흔히 사용하지만, 과거 이스라엘에서는 우슬초라는 식물로 채를 만들거나 이를 다발로 묶어 성수에 적셔 정결 예식에 사용했다. 우슬초의 잎과 줄기가 보송보송한 잔털로 덮여 있어 물을 많이 머금기 때문이다.
성수를 뿌릴 때 사용되던 또 다른 식물이 있으니 바로 향나무다. 상록침엽수에 해당하는 향나무는 잎과 가지가 풍성하고, 특히 잎은 뾰족한 형태의 바늘잎과 줄기 끝이 작은 비늘로 덮인 비늘잎 두 종류다. 또 가지 끝부분에 작은 구슬 같은 열매가 옹기종기 매달려있어 표면적이 넓은 까닭에 한 번에 많은 양의 물을 묻히고 살포할 수 있다.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부활절 같은 특별한 날 향나무 가지로 성수를 뿌리는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향나무는 품종마다 크기가 다양해 높이가 40m나 되는 큰키나무가 있는가 하면 화분에 심어 분재로 가꿀 수 있는 아담한 나무도 있다. 대부분은 5~10m 정도 크게 자라고, 수형이 독특하고 위엄 있어 예로부터 하느님의 힘과 영광을 상징한다고 여겨졌다. 또 목재가 쉽게 부패하지 않고 잎이 사시사철 푸르러 사람들은 생명의 나무라 생각했다. 나무가 풍기는 특유한 향 덕분에 ‘향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만큼 목재는 향료와 가구, 각종 생활용품은 물론 묵주 재료로도 널리 쓰인다.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향나무는 순결을 상징한다. 뾰족한 향나무 잎이 열매를 보호하고 있는 모습은 성모님이나 연인의 순결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예수님 탄생 장면이나 성모자를 그린 성화에 가시를 닮은 향나무 잎이 그려져 있을 때 이는 예수님께서 쓰신 가시관을 암시한다.
향나무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전해진다. 마리아와 요셉이 헤로데 임금의 박해를 피해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할 때 군사들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한 순간 곁에 있던 거대한 향나무가 가지를 펼쳐 그들을 안전하게 숨겨 주었다. 이에 마리아는 고마움을 표하고자 향나무를 축복했고,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이 이야기를 기억하며 성탄절이 되면 마구간이나 헛간에 향나무 가지를 걸어 두는 풍습이 있다.
[가톨릭평화신문, 2026년 10월 25일, 신지현 소피아(「기도의 정원」 옮긴이, 통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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