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부] 교부들의 삶과 신앙: 재난 속에서 이웃이 되어준 교부 알렉산드리아의 디오니시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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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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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삶과 신앙] “재난 속에서 이웃이 되어준 교부” 알렉산드리아의 디오니시우스
지난 두 달간 “강철 같은 사람” 오리게네스를 만났다면, 이번 호에서는 그의 제자 알렉산드리아의 디오니시우스(Dionysius of Alexandria, 약 190~264/265년)를 소개합니다. 후대 교회는 그를 “위대한 디오니시우스”라 불렀습니다. 그를 기억하게 하는 것은 학문적 업적만이 아닙니다. 박해와 재난의 한복판에서 공동체를 돌보았던 목자의 삶도 그 이름 안에 담겨 있습니다.
지난 8월, 마산교구 거제지구는 기록적인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15일부터 사흘간 약 900㎜의 비가 쏟아졌고, 집중호우가 만조 시간과 겹치면서 집과 성당이 물에 잠기고 삶의 터전이 무너졌습니다. 이러한 재난 앞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됩니다. “고통받는 이에게 나는 어떤 이웃이 되어줄 수 있을까?” 약 1800년 전 디오니시우스가 남긴 편지는 오늘 우리의 물음에 오래된 이야기 하나를 들려줍니다.
이교도 가정에서 태어나 그리스도교로 회심한 디오니시우스는 오리게네스에게 배웠고, 알렉산드리아 교리학교의 교장을 거쳐 247~248년경 주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평온한 사목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데키우스 황제의 박해 때에는 체포와 피신을 겪었고, 뒤이어 발레리아누스 황제 때에는 유배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박해만이 아니었습니다. 전쟁과 기근에 이어 역병까지 알렉산드리아를 덮쳤습니다. 디오니시우스는 부활절을 앞두고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 참상을 전하면서, 병자들 곁을 지켰던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을 기록했습니다. 이 편지의 일부는 에우세비우스의 『교회사』에 인용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집니다.
“우리 형제들 대부분은 넘치는 사랑과 형제애로 자신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서로를 굳게 붙들고 두려움 없이 병자들을 찾아가 끊임없이 돌보며 그리스도 안에서 그들을 섬겼습니다. (…) 많은 이들이 이웃을 돌보고 낫게 하다가, 이웃의 죽음을 자기 자신에게로 옮겨 그들을 대신하여 세상을 떠났습니다.” - 에우세비우스, 『교회사』 7권 22장 7절, 디오니시우스의 부활절 서신에서 발췌
디오니시우스는 이렇게 이웃을 돌보다 목숨을 잃은 이들의 죽음을 순교에 견줄 만한 것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 가운데에는 사제와 부제뿐 아니라 평신도들도 있었습니다. 신앙이 있다고 해서 고통과 죽음을 피해 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들은 고통받는 이를 홀로 남겨두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믿었던 복음은 병자의 곁을 지키는 손길이 되었고, 죽은 이를 정성껏 거두는 사랑이 되었습니다. 부활을 믿는다는 것은 고통과 죽음을 외면하는 일이 아니라, 그 한복판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일임을 보여준 것입니다.
우리 교구의 지난여름도 그 오래된 편지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8월 19일, 이성효 리노 주교님께서는 교구 기획관리국장 신부, 사회복지국장 신부와 함께 거제 수해 현장을 찾으셨습니다. 지하층 전체가 침수된 장평성당, 산사태 피해를 입은 순교자 윤봉문 요셉 성지, 침수 피해를 입은 지세포성당을 차례로 방문하여 피해 상황을 살피고 복구 지원 방안을 논의하셨습니다. 거제지구 사제단도 지구장 신부를 중심으로 복구와 지원 방안을 논의하며 실질적인 도움을 보태고자 했습니다. 신자들은 성당에 들어찬 물과 토사를 치우며 힘을 모았습니다. 자기 집이 침수된 상황에서도 새벽부터 성당으로 달려와 함께 물을 퍼낸 이들도 있었습니다. 교구는 피해 신고와 성금 접수창구를 마련하여 도움의 손길을 모았습니다.
역병에 걸린 이의 곁을 지키던 손길과 수해 현장에서 진흙을 걷어내던 손길은 시대도 상황도 다릅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마음은 다르지 않습니다. “당신을 혼자 두지 않겠습니다.” 디오니시우스가 편지에 담아 전한 사랑도, 우리 교구가 거제지구의 형제자매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마음도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재난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지만, 고통받는 이에게 어떤 이웃이 되어줄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디오니시우스의 오래된 편지는 그렇게 과거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오늘 우리 교구가 함께 써 내려가는 살아있는 역사의 일부로 되살아납니다.
[2026년 10월 11일(가해) 연중 제28주일(군인 주일) 가톨릭마산 6-7면, 이승언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청년사목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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