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지오와 마음읽기: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착용 인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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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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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오와 마음읽기]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착용 인지 효과)
이것은 무엇일까? 몸에 입거나 걸쳐 신체를 덮고 보호하는 데 사용하는 섬유, 가죽 등의 재료로 만든 착용 물로, 이것으로 사회적 문화적 미적 가치를 표현하기도 한다. 답은 ‘옷’이다. ‘옷이 날개’라던가 ‘이왕이면 다홍치마’ 등 옷과 관련된 말 중에, 13세기 터키의 현자 나스레딘 호자의 “먹어라, 내 모피야, 먹어라!”가 있다. 이는 그가 허름한 옷을 입었을 때와는 달리 모피를 입었을 때만 환대를 받게 되자, 음식을 모피에 쏟으며 한 비아냥이다. 이런 이야기를 보면 우리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상대방의 옷차림으로 그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2년에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인 하조 아담과 아담 갈린스키는 재미있는 실험 결과를 발표한다. 이른바 ‘착용 인지 효과’이다. 이는 ‘입고 있는 옷이 착용자의 심리, 태도 및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마음이나 인지 등 심리 상태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실험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3단계로 실시되었다. 첫 단계는 서로 다른 옷을 입게 하여 주의력을 측정하는 것으로 옷이 착용자에게 주는 영향을 알아보는 것이었다. 먼저 실험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은 흰색 의사 가운을, B그룹은 자신이 입고 온 옷을 입고 주의력 시험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A그룹이 B그룹보다 주의력 오류가 약 2배 적었다. 이는 의사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시험에서 더 높은 주의력을 보인 것을 의미한다.
이에 실험자들은 이 현상이 옷의 상징성에서 오는 것인지를 알기 위하여 둘째 단계 실험에 들어갔다. 실험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똑같은 흰색 가운을 주면서 옷에 대한 ‘설명’을 다르게 하였다. A그룹에는 의사 가운이라 하고, B그룹에는 화가의 작업복이라 하고 입게 하였다. 그리고 시험을 치자, ‘의사 가운’이라고 알고 입은 A그룹이 B그룹보다 시험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옷이 주는 ‘상징적 의미’가 인지 능력 변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뜻한다.
연구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로, 가운이 주는 ‘의사의 상징성’을 인지하는 것과 ‘몸으로 입는 물리적 경험’ 중 어떤 것이 더 주의력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았다. 이를 위해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은 의사 가운, B그룹은 화가 가운이라 설명하고 직접 입고 시험을 치게 했다. 반면에 C그룹은 의사 가운이라 설명하고 실제로 입지 않고 책상 위에 펼쳐둔 것을 바라보며 시험을 치게 하였다. 결과는 어떠하였을까? 의사 가운을 입지 않고 보는 것으로도 주의력이 증가하였을까? 아니었다. A그룹이 시험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결과는 옷에 대한 상징성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주의력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이 효과는 옷의 상징성을 알고 실제로 착용할 때 옷의 정체성에 맞게 뇌의 인지 구조가 재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옷이 착용자의 심리, 태도 및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착용 인지 효과’
착용 인지 효과는 옷으로 인간의 생산성과 심리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 분야에서 응용될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경험할 수 있다. 중요한 미팅에 정장 차림이 주는 진지함과 신뢰감, 재택근무라도 잠옷보다는 셔츠를 입음으로써 높아지는 업무 집중도, 의사복이나 경찰복, 명품 브랜드 판매원의 유니폼 등이 드러내는 전문성 등은 우리 모두 경험하는 것이다. 또 유명한 스포츠 브랜드의 운동복은 또 어떤가? 입은 사람에게 운동하고자 하는 의지를 더 굳건하게 만들기도 한다.
60대 B자매는 많은 것을 의지하던 남편과 갑자기 사별하게 되자 어려움이 컸다. 그때 이웃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영세하고 관계에 자신이 없어 활동보다는 기도를 선택하였다. 하지만 대모의 지속적인 부탁으로 영세 5년 만에 입단하여 바로 쁘레시디움의 회계가 되었다. 나름대로 단원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단원 생활을 하던 중, 꾸리아 서기로 추천받게 되었다. 그녀의 적극적인 고사에도 불구하고 꾸리아 단장은 순명하면 도와주겠다고 하여 간부직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막상 서기 임무는 그녀에게 버거웠고 결국 서기 임무를 꾸리아 단장이 대신해 주는 상황이 되었다. 그녀는 미안한 마음이었지만 꾸역꾸역해 나가던 중, 꼬미씨움 간부로 추천받게 되었다. 이에 크게 놀란 그녀는 바로 핑계를 대고 탈단하였다.
“돌아보면 저는 늘 인형 같았습니다. 어릴 때 제가 심한 열병으로 공부와 담을 쌓게 되니 저를 불쌍하게 여긴 엄마가 저를 이쁘게 꾸며주셨고, 남편 또한 저를 인형처럼 모든 걸 대신해 주었습니다. 물론 좋은 점도 있었어요. 단정한 차림은 좋은 인상으로 관계도 부드럽게 해주어 제가 소외되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레지오 간부직은 그것만으로 부족했습니다. 쁘레시디움 회계 정도는 제가 할 수 있었는데 꾸리아 일은 힘들었거든요. 게다가 꼬미씨움이라니요. 저에 대한 과도한 기대로 탈단하였는데 안타깝게도 그게 냉담으로 이어지네요.”
옷까지 신경 쓰는 세심한 배려는 선교의 초석을 세우는 일
‘옷차림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옷차림으로 판단 받을 것임을 기억하라’라는 격언이 있다. 이는 옷차림으로 상대를 섣부르게 판단하는 위험에 대한 경고와 함께, 적절하지 못한 옷차림으로 괜한 오해를 사지 말라는 뜻이다. 내가 상대의 편견을 부수는 수고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여 레지오 단원은 ‘말씨, 옷차림, 태도, 행동 등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결코 남의 눈에 거슬리게 해서는 안 된다.’(교본 304쪽)
특히 옷차림은 단순 소박해야 하는 것을 넘어, 활동 대상자들이 놓인 상황을 생각하고 짐작되는 심리 상태까지 고려한 옷차림이 적절하다. 옷까지 신경 쓰는 세심한 배려야말로 그들 사이에 장벽을 허물어 선교의 초석을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중국 유학자들의 옷을 입고 현지 지식층에게 접근한 예수회 선교사 마태오 리치나, 한국에서 완벽한 현지화 삶을 살았던 ‘푸른 눈의 소복 입은 어머니’라는 별명을 지닌 간호 선교사 서서평 등은 그 좋은 예이다.
이 외에도 주일이나 대축일 미사, 세례성사 등의 교회 전례나 아치에스 같은 레지오의 주요 행사에 참여하는 단원들의 옷차림은 평상시와 달라야 한다. 옷은 시간과 장소,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할 뿐만 아니라 옷을 입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니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옷차림보다 중요한 것은 겸손한 태도와 올바른 마음가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옷은 몸을 감싸지만, 태도는 영혼을 드러내지 않는가!
성모님의 비할 데 없이 우아한 겸손의 태도는 꾸밈이 없이 매우 자연스럽고 한결같았다.(교본 51쪽)
[성모님의 군단, 2026년 9월호, 신경숙 데레사(독서치료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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