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톨릭-영화: 가족이라는 미련 - 영화 남매의 여름밤(2020, 윤단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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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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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톨릭: 영화] 가족이라는 미련
- 영화 <남매의 여름밤>, 2020, 윤단비 감독 -
“내 마음이 가는 그곳에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흔들리는 봉고차 안에서 장현의 애절한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옥주 남매가 낯선 할아버지 집으로 향하는 길은 여행보다 유배에 가까웠습니다. 정든 반지하 집을 떠나면서 이미 그리움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도착한 이층 양옥집에는 할아버지의 여름이 있었고, 아버지 남매의 여름이 있었고, 이제 옥주 남매의 여름이 포개집니다. 갈 곳 없는 가족들이 모여든 이 집에는 이야기가 남은 자리마다 그리움이 자랍니다. 형편이 어려운 아버지, 집을 나온 고모, 기력이 쇠해가는 할아버지. 효율로만 따지면 이미 흩어져야 할 것 같은 가족입니다.
영화에는 특별한 사건이 없습니다. 함께 밥을 먹고, 사소한 일로 다투고, 텃밭을 돌봅니다. 그런 평범한 시간 속에서 가족은 서로에게 스며듭니다. 어쩌면 가족이란 함께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견뎌내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밤중, 낡은 전축에서 세 번이나 반복되는 노래 ‘미련’이 흘러나옵니다. 무표정했던 할아버지가 노래에 마음을 싣고 미소를 짓습니다. 계단 구석에 앉은 옥주도 말없이 그 노래를 듣습니다. 할아버지의 오래된 그리움과 옥주의 풋풋한 그리움이 베틀의 날과 씨처럼 엮입니다.
고모는 그것이 기억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꿈이 되어버렸다고 말합니다. 옥주가 묻습니다. “아직도 할머니가 보고 싶어?” 그 물음은 결국 자신을 향한 것입니다. 인정하면 더 아플까 봐 애써 밀어내는 그리움.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을 품는 일, 그것은 사랑이 남긴 가장 깊은 흔적일 것입니다. 누구의 삶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가족은 함께 그 시간을 살아냅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즉시 얻을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기다림은 비효율이 되고 관계는 쉽게 정리되고 단절됩니다. 하지만 가족은 참 신비롭습니다. 떠나도 끝나지 않고, 잊은 줄 알았는데 문득 그리워집니다. 그래서 가족은 그렇게, 미련으로 이어지는 관계입니다.
미련은 버려야 할 감정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오래 그리워하고, 함께한 시간을 함부로 잊지 않는 일. 그것은 미련함이 아니라 사랑의 다른 이름입니다.
신앙 또한 기다림으로 이어지는 관계입니다.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향해 마음을 거두지 않고, 응답이 더디어도 그분을 향한 자리를 남겨 두는 일. 기도는 그 자리를 오래 비워 두는 사랑입니다.
〈남매의 여름밤〉은 가족이라는 미련을 끝내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기도란 어쩌면 하느님을 향한 가장 오래된 미련입니다. 사랑하기에 기다리고, 기다리기에 그리워하는 것. 그 미련한 사랑이 결국 우리를 살게 합니다.
[2026년 7월 12일(가해) 연중 제15주일 서울주보 6면, 김용은 제오르지아 수녀(살레시오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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