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도] 묵주기도 학교: 성모님의 마음을 헤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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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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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기도 학교] 성모님의 마음을 헤아림
성모님의 마음
6월은 특별히 예수 성심과 성모 성심을 기리는 달입니다. 성모 성심 기념일은 예수 성심 대축일 다음 토요일에 거행되며, 이는 성모님께서 예수님의 사랑과 고통에 가장 밀접하게 동참하신 분임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습니다. 성모님의 거룩한 마음은 무엇보다도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지극한 사랑과 순명의 마음을 드러냅니다. 성모님은 늘 하느님의 말씀을 가슴 깊이 새기며 그 뜻에 따라 사셨습니다. 성모님의 마음은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믿음의 표상입니다.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앞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함께 서 계셨던 그 사랑은, 우리가 고난을 겪을 때 의지할 수 있는 큰 위로이자 힘입니다.
우리는 성모님의 마음을 본받아 말씀에 순명하며, 복음을 마음에 간직하고 삶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또한 하느님과 이웃을 자비와 인내로 사랑하며, 기도 안에서 깊이 묵상하는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성모님의 마음은 곧 우리의 사도직을 위한 영적 나침반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봉사와 활동이 사랑에서 비롯되고, 기도와 희생으로 뒷받침될 때 비로소 열매를 맺습니다. 이러한 영적 의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기도가 바로 성모송입니다. 성모송은 묵주기도의 마리아적 성격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내며, 그 본질을 이루는 중심 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묵주기도 안에서 성모송은 우리로 하여금 성모님의 마음을 닮도록 이끌어 줍니다.
묵주기도의 본기도
묵주기도를 이루는 여러 기도 가운데 성모송은 가장 자주 바쳐지며, 그 정신을 깊이 형성하는 중심 기도입니다. 묵주기도는 매 단을 주님의 기도로 시작하지만, 기도의 흐름을 실제로 채우고 이어가는 것은 열 번씩 반복되는 성모송입니다. 빛의 신비가 추가되기 이전에는, 시편 150편으로 이루어진 성무일도처럼 묵주기도의 세 가지 신비 안에서 성모송이 모두 150번 반복되었습니다. 그래서 묵주기도는 흔히 ‘성모 시편’이라 불렸습니다. 그러므로 성모송은 단순히 묵주알에 맞추어 되풀이하는 기도가 아니라, 묵주기도 전체의 리듬과 정서를 이루는 본기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기도를 통하여 우리는 성모님을 공경할 뿐 아니라,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신비를 바라보며 그분의 삶에 더욱 깊이 동화되어 갑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묵주기도의 본질을 설명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묵주기도의 가장 본질적인 부분인 성모송은 또한 묵주기도를 탁월한 마리아의 기도가 되게 합니다. 그러나 성모송을 바르게 이해할 때에만 우리는 묵주기도의 마리아 성격이 그리스도 특성에 배치되지 않으며 실제로 이를 들어 높이고 고양시킨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기도」, 33항).
이 말씀은 성모송의 위치를 매우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성모송은 묵주기도를 마리아의 기도가 되게 하지만, 결코 그리스도 중심성을 약화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모님의 시선과 마음으로 예수님을 더 깊이 바라보게 하는 통로가 됩니다. 따라서 묵주기도 안에서 성모송이 반복된다는 사실은, 마리아에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마리아와 함께 예수님께 나아가는 길을 뜻합니다.
성모송의 형성과 교회의 기도 전통
성모송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기도가 아닙니다. 이 기도는 복음 안에서 시작되어 오랜 세월 교회의 기도로 다듬어졌습니다. 성모송의 전반부는 천사 가브리엘의 인사와 엘리사벳의 인사에서 나옵니다. 곧 “은총이 가득하신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1,28 참조)와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루카 1,42 참조)라는 두 복음 말씀이 성모송의 중심을 이룹니다. 이는 하늘과 땅의 경탄을 드러내며, 이 경탄은 하느님께서 동정 성모 마리아의 태중에서 이루어진 성자의 강생을 바라보시면서 느끼시는 경탄입니다.
성모송은 6세기경부터 나타나 16세기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오늘날 바치는 기도문의 형태가 완성됩니다. 또한 성모송은 중세에 이르러 일반 신자들의 생활 기도로 널리 자리 잡게 되었고, 차츰 암송해야 할 기본 기도문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는 성모송이 단지 개인적 신심의 표현이 아니라, 교회 전체가 함께 바치는 공적이고 보편적인 기도였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성모송은 복음에서 태어나 교회의 전통 안에서 자라고 성숙해진 기도이며, 묵주기도 안에서 가장 풍성하게 꽃피운 기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총의 원천
묵주기도는 주님의 기도로 시작하고 성모송의 반복으로 이어집니다. 묵주기도는 주님의 기도와 성모송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기도는 끊임없이 흘러넘치는 맑은 물과 같은 은총의 원천입니다.
주님의 기도는 기도의 중심을 잡고 기도의 방향을 열어 줍니다. 그리고 이어 바치는 성모송은 그 길을 계속 걷게 해줍니다. 그래서 성모송은 묵주기도 전체를 실제로 움직이는 중심 호흡과도 같습니다. 매 단마다 열 번씩 반복되는 성모송은 묵상과 관상의 리듬을 만들어 냅니다.
이 반복은 공허한 되풀이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랑의 언어가 반복될수록 더 깊어지는 것처럼, 성모송도 반복될수록 더욱 깊은 기도가 됩니다. 성모송의 반복은 베드로와 부활하신 예수님의 대화와 연결하여 묵상할 수 있습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요한 21,15) 주님께서 세 번 물으시고 베드로가 세 번 사랑을 고백한 것처럼, 반복은 사랑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하게 합니다(교서, 26항 참조). 이 반복 속에 인간 사랑의 깊은 심리적 역동성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묵주기도의 성모송 반복은 단지 입술의 기도가 아니라, 사랑이 점점 더 깊어지도록 이끄는 영적 훈련입니다. 그리스도와 완전히 동화되려는 의지를 이러한 반복에서 키우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성모송은 묵주기도의 “본기도”입니다. 주님의 기도가 묵주기도의 문을 연다면, 성모송은 그 문 안으로 들어가 그리스도의 신비 안에 오래 머물게 해줍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성모송 안에서 우리는 점차 성모님의 마음을 배우고, 성모님의 눈으로 예수님을 바라보게 됩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6월호, 박상운 토마스 신부(전주교구 사목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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