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교자] 수원교구 하느님의 종 47위: 사랑 깊은 펠리칸, 하느님의 종 김 우르시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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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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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교구 하느님의 종 47위] 사랑 깊은 펠리칸, 하느님의 종 김 우르시치나(1842-1868)
교회에 전승되어 내려오는 성체 찬미가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기도는 단연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성체 찬미가일 것입니다. 토마스 성인은 상체 안에 계신 예수님께 대한 사랑을 노래하면서 예수님을 “사랑 깊은 펠리칸”이라 부릅니다. 중세 시대의 민중 신심에 따르면 어미 펠리칸은 굶주리거나 죽어 가는 새끼들을 살리기 위해 자기 가슴을 쪼아 피를 먹인다고 여겨졌습니다. 먹이에서 나온 피로 더러워진 부리를 가슴에 비비는 습성과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나르는 습성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아낌없이 내어주는 사랑’의 상징으로 비쳐졌던 모양입니다.
『신학대전』에서 보여 준 날카로운 학자의 언어가 아닌, 성체의 신비 앞에 엎드려 기도하는 한 수도자의 기도 안에는 소박한 민중의 신심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지금도 유럽 곳곳의 성당에는 제단 벽면과 십자가 아래, 자신의 부리로 가슴을 쪼아 낸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피로 새끼들을 먹이는 펠리칸이 그려져 있습니다. 펠리칸은 당신의 살과 피를 내어 주어 우리를 살리신 예수님을 닮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미사성제 안에서 사랑 깊은 펠리칸이신 주님께서는 당신께로 다가오는 모든 자녀를 당신의 살과 피로 먹여 살리십니다.
하느님의 종 조치명 타대오의 아내였던 김 우르시치나는 1868년 7월 죽산 용촌에서 관헌들에게 체포됩니다. 귀가 어두워 심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는 남편을 두둔하며 “남편은 귀가 어둡다”고 말하던 우르시치나는 남편 대신 모욕과 구타를 당하였습니다. 끝까지 남편의 체포를 막으려 했으나, 결국 남편과 함께 붙잡혀 죽산도호부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한여름 감옥온 피와 땀, 오물로 가득했고 벌레와 질병에 노출된 곳이었습니다. 열한 살 아들 조재원이 죽산도호부 근처에서 문전걸식하며 날마다 부모에게 가져다주던 밥을, 우르시치나는 손도 대지 않고 자신보다 더 힘들고 배고픈 다른 죄수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전해집니다. 인간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지옥 같은 환경 안에서 우르시치나는 이미 감옥 안의 성녀였습니다.
마침내 순교의 때가 다가오자 우르시치나는 아들을 불러 말합니다. “우리는 이제 곧 죽을 것이다. 너는 부모를 생각지 말고 살던 곳으로 가라.” 가장 가난한 자리에서도 아들의 앞날을 먼저 헤아리는 어머니의 마음, 그리고 자기 몫의 한 숟갈까지 남에게 내어 주는 사랑, 우르시치나의 삶은 ‘없어도 나누는 사랑’이 무엇인지 보여 줍니다. 성체성사는 제대 위에서만 거행되는 신비가 아닙니다. 성체를 모시는 이는 결국 그 성체를 닮아, 내어 주는 사람으로 변해 갑니다. 감옥 안에서 우르시치나는 성체를 모실 수 없었지만, 그는 성체를 ‘살았습니다.’
예수 성심 성월의 막바지에, 하느님의 종 김 우르시치나의 전구가 우리를 성체성사의 신비 안으로 더욱 깊이 이끌어 주기를 청합니다. 성체의 은총은 우리를 소유로부터 자유롭게 하여 나눔의 기쁨을 아는 삶으로 이끌어 줄 수 있습니다. 사랑 깊은 주님께서는 오늘도 끊임없이 당신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내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종 김 우르시치나
저희가 성체로 자라나
자신을 내어 주는 사랑을 살게 하시고,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용기를 주소서.
[2026년 6월 28일(가해) 연중 제13주일(교황 주일) 수원주보 4면, 백정현 요셉 신부(수원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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