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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사목] 북한 개정 헌법과 통일부 통일백서로 본 남북 관계 나아갈 길

141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6-23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 특집] 북한 개정 헌법과 통일부 「통일백서」로 본 남북 관계 나아갈 길


또다시 얼어붙은 공존의 길... 형제애로 평화의 물꼬 터야

 

 

가톨릭교회는 6월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달로 보낸다. 그러나 지금의 남북관계는 화해나 일치라는 말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얼어붙어 있다. 민간과 정부 차원 모두에서 작은 교류나 협력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남북관계와 민족화해의 미래를 전망하도록 돕는 두 가지 이슈가 있었다. 북한에서는 헌법을 개정했고, 남한에서는 통일부가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통일백서」를 발간했다. 북한 개정 헌법과 통일부 「통일백서」 내용을 살펴보고, 경색된 남북관계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기울여야 하는 노력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가 2019년 6월 25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에서 거행한 한반도 평화기원미사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북한 개정 헌법, 무엇을 담았나

 

북한이 헌법을 개정한 것은 올해 3월 22일부터 23일까지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를 통해서다. 그러나 이 소식이 남한에는 뒤늦게 전해지면서 최근에야 북한 문제 전문가들과 민족화해 분야 성직자들 사이에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4년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적대적 두 국가 관계에 부합하도록 헌법을 개정하라”고 지시한 것이 북한 헌법 개정의 계기였다. 

 

예상보다 긴 2년 2개월여의 시간이 지나 개정된 북한 헌법에는 남한을 적대 국가로 지칭하는 표현은 들어 있지 않다. 그러나 북한 개정 헌법이 명시적 표현 여부와 무관하게 남한과 북한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는 평가가 중론을 이룬다.

 

북한 개정 헌법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가지 사항은 기존 헌법 서문에 있던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원칙’을 삭제하고 제1장 정치 제2조에 영토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개정 헌법은 북한 영토의 범위를 규정한 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령역에 대한 그 어떤 침해도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라고 밝히고 있다.

 

일각에서는 예상과 달리 북한이 남한을 ‘적대 국가’로 명시하지 않은 것은 남북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긍정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부위원장 정수용(이냐시오) 신부는 북한이 헌법을 개정하기까지 한반도와 국제 정세의 흐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 뒤 “과거처럼 남과 북이 화해 분위기 속에서 서로를 방문하고 교류하던 시대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임을출(베드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역시 북한 개정 헌법 조항에 대해 “대남 적대 노선을 국가 최상위 규범 차원에서 확립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민족 담론을 폐기하고 적대적 교전국 관계를 법적으로 정당화하려는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기영(이냐시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헌법 개정을 통해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한이 합의했던 ‘통일 지향의 특수관계’를 부인했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 정부가 국가 대 국가 관계를 인정한다는 전제 하에서 북한이 외교적 차원의 대화 가능성은 남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향적으로 평가했다.

 

- 한국 주교단이 2015년 12월 3일 평양 장충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통일부 「통일백서」, 한반도 평화 공존 일관되게 지향

 

통일부가 올해 5월 18일자로 배포한 「통일백서」는 ‘2025년 한반도 평화 공존의 기록들’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2025년 6월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완전히 단절 상태였던 남북관계를 극복하고 적대와 대결을 평화 공존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집대성했다.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접경지 전단 살포를 막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는 등 먼저 평화를 실천하는 선제적 긴장 완화 조치에 나섰다. 「통일백서」에는 한반도 평화 공존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기반해 남북 대화와 교류협력 기능을 전면 복원하기 위한 통일부 조직개편 등 남북관계 복원의 제도적, 구조적 토대를 다진 노력이 기술돼 있다.

 

정동영(다윗) 통일부 장관은 「통일백서」 발간사에서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으며, 어떠한 적대행위도 하지 않는다는 평화 공존의 3원칙을 확고하게 천명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6월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역사의 눈으로 보면 70년, 80년 분단은 길지 않다”면서 “평화적인 통일 지향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로서는 일단 평화 공존하는 것으로 소통하고, 대화하고, 존중하는 길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북한 정치·지도체제 전문가인 황소희(안젤라) 박사는 “북한과의 공존과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대북 관계를 조정하는 부서인 통일부가 북한의 입장에 맞춰 남북관계를 진행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라며 “통일된 한반도가 한국의 국가 이익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통일을 추구하는 과정은 평화적이고 북한 주민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손서정(베아트릭스) ‘삶을 살리는 평화 교육 연구소’ 소장은 “「통일백서」에서 통일이라는 목표 이전에 평화 공존을 우선하고 있는 부분이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라며 “가톨릭 사회교리가 가르치듯, 평화란 상대가 변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적대의 악순환을 멈추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 ‘2024 청년 DMZ 평화의 길’ 참가자가 임진강 생태탐방로 철책에 평화 리본을 달고 있다.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센터 제공

 

 

한반도 평화 위해 교회가 해야 할 일은

 

통일부 「통일백서」는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한국교회 입장과 큰 틀을 같이하고 있다. 주교회의 민족화해주교특별위원회가 2025년 8월 15일 한반도 분단 80주년을 맞아 발표한 특별 사목서한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하며, 평화를 찾고 또 추구하여라’에는 한반도 분단의 상처를 아파하며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일관되게 추구하는 한국교회 입장이 담겨 있다.

 

주교단은 특별 사목서한에서 한국교회가 서로 다른 문화와 사상을 가진 이들도 형제자매로 존중하듯 북한 동포들을 한 형제자매로 존중하고, 북한과 호혜적인 협력에 기반을 둔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남북이 ‘공동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기를 바라는 모든 이와 더욱 연대할 뜻을 재확인했다.

 

정수용 신부는 한반도 평화를 지향하는 교회의 역할에 대해 “남북관계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재적 특수관계이기도 하고 국가 대 국가의 관계인 측면도 있어 어느 한 시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우리 교회가 모든 해답을 다 갖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무기를 통해서는 아무 해결책을 찾을 수 없는 만큼 남북 사이에 적대감을 줄이고 신뢰를 쌓아가는 역할을 하는 가운데 궁극적인 화해의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 소장은 다음 세대가 평화를 일상의 관계 속에서 실천해야 하는 복음적 가치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교회의 역할을 요청했다. 특히, “오늘을 사는 세대에게 북한은 ‘낯선 존재’일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언론의 무관심은 북한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북한에 대한 편견을 학습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하며 사회 공익을 위한 교회 언론의 역할을 요청했다.

 

임을출 교수는 북한이 민족이라는 연결고리를 끊어 내는 상황에서도 교회는 그리스도교적 형제애와 보편적 인도주의를 바탕으로 북한 주민에게 접근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북한 정권이 남한 민간단체와의 접촉을 거부하더라도 교황청이나 국제카리타스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북한 내부 수요가 높은 병원 현대화 등 실익이 확실한 사업에 관여함으로써 북한 주민들과의 직간접적인 접촉면을 만들어 가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황소희 박사도 같은 맥락에서 “한국교회는 북한에 대한 교회만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황청을 비롯한 국제 가톨릭 네트워크와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방향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톨릭신문, 2026년 6월 21일, 박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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