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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ㅣ순교자ㅣ성지
[순교자] 수원교구 하느님의 종 47위: 절규와 침묵, 하느님의 종 조치명 타대오

255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6-22

[수원교구 하느님의 종 47위] 절규와 침묵, 하느님의 종 조치명 타대오(1839-1868)

 

 

노르웨이의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1892년 1월 22일, 프랑스의 휴양지 니스에서 두 명의 친구와 함께 산책하던 그날 저녁의 풍경을, 시대를 대표하는 명화 「절규」 속에 담아냅니다. 붉게 물들었던 평화로운 저녁 노을은 그의 그림 안에서 음습한 빛의 검푸른 바다와 섞여 핏빛으로 물결치고, 그를 앞서가던 친구들은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가 되어 어느새 뒤에서 유령처럼 다가옵니다. 온통 왜곡된 배경 속에서, 절망에 빠진 잿빛 얼굴의 뭉크는 두 손으로 귀를 막은 채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그는 일기장에서 그날 “자연을 꿰뚫는 거대하고 끝없는 절규”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 절규는 손으로 아무리 귀를 틀어막아도 귓속에서 끊임없이 들려옵니다. 그 소리는 외부에서 오는 소음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결핍이 우리 안에서 외치는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존재의 가난함에서 오는 불안을 우리는 어떻게 견뎌 낼 수 있을까요. 그 불안을 잠재우고 영혼의 고요함에 다다를 수 있을까요.

 

예수님께서는 뱃고물에 머리를 기댄 채 주무시고 계십니다. 사방으로 풍랑이 휘몰아치고 배 안으로 바닷물이 들이치는 절체절명의 순간입니다. 제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스승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되지 않으십니까?”라고 소리칩니다. 내적 침묵 안에 머무르고 계신 주님께서는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라고 말씀하시며 제자들에게도 당신의 평화를 내어 주십니다. 그분의 명령에 바다는 잠잠해지고, 마음은 고요해집니다. 인간 존재의 불안은 우리를 물속으로 빠져들게 하지만, 존재의 결핍을 채우는 은총은 물 위를 걷게 합니다.

 

경기도 광주의 양반 출신 조치명 타대오는 본래 귀가 어두웠다고 합니다. 신앙 때문에 죽산 용촌으로 이주해 살던 그는 1866년 병인박해 때 체포되었다가 풀려났고, 1868년 7월 죽산 포교에게 아내 길 우르시치나와 함께 다시 체포되어 심문을 받게 됩니다. 동료 신자와 성물이 있는 곳을 대리는 포교의 으름장에 그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무수한 형벌도 그의 입을 열지 못했습니다. 아내 김 우르시치나는 포교에게 “남편은 귀가 어둡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죽산 도호부로 끌려간 타대오와 우르시치나 부부는 즉시 관장 앞으로 끌려 나가 천주교 신자임을 고백하고는 “빨리 죽기만을 바란다.”고 대답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종 타대오와 우르시치나 부부는 모진 고문을 받은 끝에 결국 교수형으로 순교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종 조치명 타대오는 세속의 협박과 유혹의 소리에 귀를 닫았습니다. 관헌들의 협박과 회유 앞에서 그가 지킨 침묵은 장애의 결과가 아니라,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 안에 머무르는 내적 침묵이었습니다. 풍랑 속에서 흔들리던 배 안에서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건네신 그 평화가 고문과 죽음 앞에 선 하느님의 종의 영혼도 가득 채웠을 것입니다. 오늘도 수많은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하느님의 종 조치명 타대오의 전구를 통해 주님께서 주시는 충만함과 평화가 내려오기를 기도합니다.

 

하느님의 종 조치명 타대오

저희가 세속의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게 하시고,

주님 안에서 내적 침묵과 평화를 살게 하소서.

 

[2026년 6월 21일(가해) 연중 제12주일 수원주보 4면, 백정현 요셉 신부(수원교구 시복시성추진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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