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부] 교부들의 삶과 신앙: 진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교부 로마의 히폴리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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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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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삶과 신앙] “진리를 지키기 위해 투쟁했던 교부” 로마의 히폴리투스
3세기 초 로마 교회는 외적으로는 성장하고 있었지만, 그 안에는 깊은 긴장과 혼란도 함께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박해 속에서 신앙을 지키려 했던 이들과 현실 앞에서 흔들렸던 이들 사이의 갈등, 교회의 거룩함을 지키려는 열망과 죄인을 품어야 한다는 자비 사이의 긴장이 공동체 안에 큰 상처를 남기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대 속에서 등장한 교부가 바로 히폴리투스입니다.
히폴리투스는 170년경 태어나 235년경 순교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초기 로마 교회의 중요한 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성경 해설과 교리 논쟁, 그리고 이단 논박에 관한 여러 작품들을 남겼으며, 특별히 교회의 사도적 전통과 신앙의 순수성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히폴리투스가 살아가던 시대의 교회는 단순히 외부의 박해만 겪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교회 내부에서도 여러 이단 사상들이 등장하여 자신들만의 특별한 지식과 새로운 계시를 주장하였습니다. 특별히 영지주의 계열의 사상들은 복음을 철학적 사변과 신비주의로 바꾸려 하였고, 그리스도교 신앙을 소수만이 이해할 수 있는 비밀스러운 지식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에 맞서 히폴리투스는 『모든 이단 논박』 (Refutatio omnium haeresium)이라는 작품을 집필합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이단들을 비난하는 책이 아니라, 당시 여러 철학 사상과 이단들의 뿌리를 분석하면서 참된 신앙이 무엇인지를 밝히려는 시도였습니다. 그는 책의 서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러한 오류를 참으로 논박할 수 있는 이는 교회 안에서 주어진 성령뿐이다. 이 성령을 먼저 사도들이 받았고, 그 후 정통 신앙을 지닌 이들에게 전해주었다. 우리 역시 그들의 후계자로서 같은 은총과 가르침에 참여하며, 교회의 수호자로 살아가고 있다”(히폴리투스, 『모든 이단 논박』 서문).
히폴리투스에게 참된 신앙은 “새로운 사상”에 있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사도들에게서 이어져 내려온 믿음, 교회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전승 안에 진리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리옹의 이레네오의 정신을 이어받은 교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레네오가 교회의 일치와 사도적 계승을 강조했다면, 히폴리투스는 그 전승의 순수성을 지키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히폴리투스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는 당시 로마 교회의 지도자들과 회개 문제와 교회 규율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었으며, 결국 한때 교회 역사상 최초의 “대립 교황”으로까지 불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의 삶을 단순히 “분열”이라는 말로만 기억할 수 없는 이유는 그의 마지막 때문입니다. 그는 이후 로마 교회의 주교였던 폰티아누스와 함께 유배를 당하였고, 그곳에서 결국 교회와 화해한 뒤 순교자로 생을 마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교회는 훗날 그를 분열가가 아니라, 진리를 향한 열정 속에서 살아갔던 교부이자 순교자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역시 수많은 정보와 사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생각과 화려한 주장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때로는 인간의 이성과 기술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최근 발표된 교황 레오 14세의 회칙 『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 역시 기술문명 속에서 인간다움과 진리의 문제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
“기술은 치유하고, 연결하며, 교육하고, 우리의 공동의 집을 보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은 분열시키고, 배제하며, 새로운 불의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추상적으로 보자면 기술은 그 자체로 인류 문제의 해결책도 아니고 악도 아닙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보자면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것을 구상하고, 자금을 대고, 규제하며, 사용하는 이들의 모습을 닮아가기 때문입니다”(『고귀한 인류』(Magnifica Humanitas) 9항).
초기 교회가 끊임없이 고민했던 것은 단순히 “무엇이 새로운가”가 아니라 “무엇이 참된 신앙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히폴리투스는 그 답을 사도적 전승과 교회의 진리 안에서 찾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교황 레오 14세께서도 기술과 문명이 인간의 존엄이라는 고유의 가치를 결코 대신할 수 없음을 가르치십니다. 시대는 달라져도, 교회가 끝까지 지켜야 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얼굴 안에 비추어지는 복음의 진리, 곧 하느님의 모상성입니다.
[2026년 6월 14일(가해) 연중 제11주일 가톨릭마산 6-7면, 이승언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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