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 교리: 나이 듦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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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4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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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나이 듦에 대하여
막 사제서품을 받았을 때는 하루빨리 나이를 먹고 싶었습니다. 보다 성숙한 사제로서 신자분들의 고충에 더 깊이 귀 기울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직 많은 나이라고 할 수 없음에도 “이제 그만!”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반짝이는 젊음을 지닌 새 사제들을 바라보면, 그 시절에만 지닐 수 있는 풋풋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또한 연로해지시는 어르신들을 뵐 때면, 인간 존재의 유한함과 쇠약해짐의 현실을 절실히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든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수많은 추억과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삶 속에서 얻은 작고 사소한 지혜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저를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 속에서만 배울 수 있는 깊이와 온기가 있으니까요. 작은 친절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예전에는 당연하거나 지루하게 여겼던 하루의 평범함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젊은 시절에는 빠르게 달려가는 것이 중요했다면, 어느 순간부터는 천천히 걷는 여유와 누군가를 기다려 줄 수 있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 셈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젊음을 갈망하며, 마치 그것만이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이야기하곤 합니다. 나이 듦을 단순한 쇠퇴나 소멸의 과정으로 여기며 가능한 한 늦추려 합니다. 하지만 가톨릭교회는 이를 인간이 시간 속에서 성숙해 가며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는 영적 여정으로 이해합니다. 인간은 젊음과 건강만으로 가치가 결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어떤 나이와 상태 안에서도 하느님의 모상으로서 존엄한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인간 생명의 모든 시기는 하느님의 선물이며, 늙음과 죽음마저도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지닙니다. 성경 역시 노년을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백발은 영광의 면류관, 의로운 길에서 얻어진다.”(잠언 16,31) 또한 시편은 하느님 안에서 열매를 맺는 노년의 역할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주님의 집에 심겨 우리 하느님의 앞뜰에서 돋아나리라. 늙어서도 열매 맺으며 수액이 많고 싱싱하리니 주님께서 올곧으심을 알리기 위함이라네.”(시편 92,14–16) 이에 교회는 세대 간 단절을 경계하며, 노년의 경험과 증언을 소중히 여깁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역시 여러 차례 “노인을 공경하지 않는 곳에는 젊은이의 미래도 없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2015년 3월 4일 일반 알현)
다시 사제서품을 받았을 때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해 봅니다. 새 사제 때는 많은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지금은 인간의 유한성과 연약함을 더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은 끝을 향해 사라지는 과정이 아니라, 하느님께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노년의 빛깔은 쇠퇴의 어둠이 아니라, 회개와 용서, 화해와 희망 안에서 영원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노을빛을 띠고 있습니다.
[2026년 6월 7일(가해)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서울주보 5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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