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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외경에 나타난 성모 마리아: 예수님 승천과 성령 강림, 그리고 어머니

722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6-01

[신약 외경에 나타난 성모 마리아] 예수님 승천과 성령 강림, 그리고 어머니

 

 

초대 그리스도교 태동기의 어머니 마리아의 위상은 단순히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적 어머니에 머물지 않습니다. 사도행전은 예수님 승천 이후 어머니 마리아가 줄곧 제자들 곁에 머물렀으며 오순절 성령 강림 때도 그들과 함께 있었음을 암시합니다. 성경은 예수님 승천 이후 예루살렘 다락방에 모인 사도들이 “여러 여자와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그분의 형제들과 함께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했다고 합니다(사도 1,14). 그리고 오순절이 되었을 때 “그들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라고 증언합니다(사도 2,1). 어머니가 초대 교회의 탄생 순간에 사도들과 함께 계셨다는 의미입니다. 

 

7세기 교부 고백자 막시무스의 문헌과 6세기 시리아의 「랍불라 복음서」는 이를 조금 더 분명한 언어와 그림으로 표현합니다. 예수님 승천이나 성령 강림을 묘사한 다른 이콘과 성화들도 그 현장에 어머니가 계셨다는 믿음을 드러냅니다. 1600년에 완성된 엘그레코의 유화 ‘성령 강림’은 특히 유명합니다. 이 유화도 성모님이 성령 강림 현장 한복판에 계셨음을 표현합니다.

 

 

막시무스의 「마리아의 생애」

 

고백자 막시무스는 본래 비잔티움 제국 궁정 비서였으나 세상의 권력을 뒤로하고 수도자가 된 인물로 동서방 교회에서 두루 존경받는 성인이자 신학자입니다. 그의 이름 앞에 붙은 ‘고백자(Confessor)’ 호칭은 피를 흘려 죽음을 맞이한 순교자는 아니지만, 혹독한 고문과 박해, 유배 속에서도 끝까지 정통 신앙을 ‘고백’하며 증언한 성인에게 부여되는 것입니다. 

 

이 고백자 막시무스는 마리아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든 행적에 동참했으며, 승천의 순간에도 사도단과 함께 올리브 산에 있었다고 기록합니다. 그의 기록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가 하늘로 오르실 때 어머니 마리아는 굳건한 믿음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고, 승천 직후 두려움과 혼란에 빠진 사도들을 위로하며 그들을 영적으로 이끌었습니다. 또한 막시무스는 성령 강림 현장에도 어머니가 계셨음을 강조합니다. 십자가 아래에서 마리아가 요한의 어머니가 되었듯(요한 19,27), 오순절 다락방에서는 마리아가 새롭게 탄생하는 보편 교회의 어머니로서 성령을 함께 맞이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하늘로 올라가신 뒤, 거룩한 사도들은 티 없이 깨끗하신 그분의 어머니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들은 마리아를 자신들의 유일한 위안으로 삼았고, 그녀를 영적인 어머니이자 스승으로 모셨다. (…) 오순절의 날이 밝아오자, 마리아는 사도들의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들이 한마음으로 기도에 전념할 때, 갑자기 하늘에서 거센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나며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내려와 마리아와 사도들 각자의 위에 머물렀다. 성령의 은총은 먼저 그리스도를 잉태했던 어머니 마리아에게 가장 충만하게 내렸고, 그녀의 굳건한 현존과 기도를 통해 사도단 전체로 흘러넘쳤다”(「마리아의 생애」, 114-115).

 

 

「랍불라 복음서」 필사본

 

그리스도의 승천 이후부터 오순절 성령 강림에 이르는 시기 동안 어머니 마리아가 사도 공동체와 함께했다는 믿음은 고대 미술에도 담겨 있습니다. 586년 시리아 자그바 수도원에서 제작된 채색 성경 필사본 「랍불라 복음서」가 그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이 필사본 맨 앞부분에는 십자가 처형, 부활, 승천, 성령 강림 등 예수님의 생애를 표현한 세밀화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 승천과 성령 강림을 표현한 세밀화에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루카 24, 50-51은 “예수님께서는 그들(제자들)을 베타니아 근처까지 데리고 나가신 다음, 손을 드시어 그들에게 강복하셨다. 이렇게 강복하시며 그들을 떠나 하늘로 올라가셨다”라고만 기록하지만, 「랍불라 복음서」의 승천 세밀화는 어머니가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묘사합니다. 심지어 정중앙에 어머니가 계시고 사도들은 그 양옆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오순절 세밀화도 불꽃 모양의 성령이 내려오는 현장의 정중앙에 마리아를 배치함으로써 마리아가 성령 강림 현장의 한복판에 계셨음을 부각시킵니다. 어머니 마리아는 성령 강림의 불꽃이 내리던 그 순간, 사도들과 함께 성령을 받으며 새롭게 탄생하는 교회의 시작을 함께했던 것입니다. 이 그림들은, 마리아가 예수님 승천과 성령 강림 현장에 있었다는 전승이 6세기경에는 개별적인 상상을 넘어, 전례와 성경 필사본에 반영될 만큼 교회 삶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보여줍니다.

 

 

- <「랍불라 복음서」 세밀화> 피렌체 메디치 도서관 소장(Ⓒ wiki commons)

예수님 승천 세밀화 하단 정중앙에 어머니 마리아가 후광을 두른 채 양손을 들어 기도하는 자세로 서 있다. 사도들은 마리아의 양옆에 배치되어 있다. 오순절 세밀화에서도, 불꽃 모양의 혀가 내려오는 현장에서 열두 사도의 정중앙에 서 있는 어머니 마리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어머니 마리아가 승천과 성령 강림의 현장에서 사도들과 함께한 것은 우연이 아니었을 듯합니다. 훗날 낯선 이방 땅으로 흩어져 험난한 선교 사명을 수행하고, 결국 순교의 피를 흘리게 될 사도들에게, 예루살렘 다락방에서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성령을 맞이한 기억은 그들의 나머지 긴 여정을 이어 나가게 해준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5월호, 송혜경 비아(한님성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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