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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상식 더하기22: 방향이 다른 십자성호도 있다?

722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13:51

[교회상식 더하기] (22) 방향이 다른 십자성호도 있다?


가톨릭교회는 왼쪽부터, 정교회는 오른쪽부터

 

 

- 십자성호는 그리스도께 속하게 될 사람이 받는 그리스도의 날인을 가리키는 것이며, 그리스도께서 당신 십자가로 우리에게 얻어 주신 구원의 은총을 의미하고 우리를 유혹과 어려움 가운데서 우리를 굳세게 해준다. 레오 14세 교황이 성호를 긋는 모습.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아마 신자 중에 성호경을 모르는 분은 없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주요기도문 중 가장 먼저 배우는 기도이자, 가장 짧은 기도로, 신자들이 모든 기도와 일을 시작하고 마칠 때 바치는 중요한 기도기 때문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성호경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이라 말하며 오른손 손가락을 모아 이마, 가슴, 왼쪽 어깨, 오른쪽 어깨 순으로 크게 십자성호를 긋고 두 손을 모으는 기도입니다. 그런데 혹시 왼쪽 어깨와 오른쪽 어깨의 순서가 바뀐 십자성호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대표적으로 정교회의 십자성호가 그렇습니다. ‘성호경은 가톨릭교회만 바치는 기도 아닌가?’하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성호경이라 하면 가톨릭교회의 기도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정교회, 성공회, 루터교회 등도 성호경을 바칩니다.

 

정교회의 십자성호는 이마, 가슴, 오른쪽 어깨, 왼쪽 어깨 순서입니다. 순서만 다른 것이 아닌데요. 정교회는 오른손의 엄지, 검지, 중지 세 손가락을 모으고 약지와 소지는 접은 상태로 성호를 긋습니다. 모은 세 손가락은 삼위일체를, 접은 두 손가락은 예수님의 인성과 신성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사실 이 방식은 정교회만의 방식은 아닙니다. 비잔틴 전례를 사용하는 일부 동방 가톨릭교회에서도 이 십자성호로 성호경을 바칩니다.

 

왜 다른 것일까요? 십자성호가 전해 내려오면서 다르게 변화한 까닭입니다.

 

십자성호는 초대교회부터 내려오는 기도입니다. 초기에는 이마에 십자가를 긋는 형태의 작은 십자성호를 사용했고, 오늘날 성호경을 바칠 때 사용하는 큰 십자성호는 5세기경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십자성호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어가는 형태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십자성호도 함께 사용됐는데요. 변하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신자들이 사제의 십자성호를 거울처럼 따라했다거나, ‘오른쪽’을 향한다는 상징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13세기 무렵 가톨릭교회에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긋는 십자성호가 보급됐습니다. 인노첸시오 3세 교황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긋는 십자성호를 두고 “우리가 비참함에서 영광으로 건너가야 하기 때문이며, 그리스도께서 죽음에서 생명으로, 저승에서 낙원으로 건너가셨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성경 안에서 ‘오른쪽’은 하느님의 권능과 영광, 선택받은 이들의 자리를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는 이 거룩한 기도를 바칩니다. 십자성호는 “그리스도께 속하게 될 사람이 받는 그리스도의 날인을 가리키는 것이며, 그리스도께서 당신 십자가로 우리에게 얻어 주신 구원의 은총을 의미”하고 우리를 “유혹과 어려움 가운데서 우리를 굳세게” 해줍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235·2157항 참조) 여러분은 성호경을 얼마나 자주 바치시나요? 우리의 하루를, 매 순간을 성호경으로 시작하며 삼위일체 하느님의, 예수님의 십자가 은총을 가득 받으시길 바랍니다.

 

[가톨릭신문, 2026년 5월 31일,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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