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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극ㅣ영화ㅣ예술
K톨릭 - 뮤지컬: 두려운 미래 앞에서 한 발을 내딛는 믿음, A여고 사서의 영광과 비극

18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5-31

[K톨릭: 뮤지컬] 두려운 미래 앞에서 한 발을 내딛는 믿음


뮤지컬 〈A여고 사서의 영광과 비극〉 대본·가사 한재은 | 작곡 박현숙

 

 

뮤지컬 〈A여고 사서의 영광과 비극〉(대본·가사 한재은, 작곡 박현숙)은 1993년, 한 여자 고등학교의 반지하 도서관을 배경으로 네 명의 도서부 학생들이 겪는 이야기입니다. 도서부장 명경은 예지몽을 꾸는 아이입니다. 꿈에서 본 불길한 장면들 때문에 늘 불안에 사로잡혀 소풍도, 수학여행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명경에게 어느 날 존경하던 문학 선생님이 갑자기 사라지고, 도서관에 금서가 남겨지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이 시작됩니다.

 

원래 방공호였던 이 반지하 도서관은 안전하지만 빛이 제한된 폐쇄의 공간입니다. 넘버 〈A여고 도서관〉에서 아이들은 노래합니다. “책을 읽다 저녁 햇살을 보면, 궁금해져. 이 지하 바깥, 찬란한 세상이.” 명경에게 이 지하는 불안으로부터의 피난처이지만, 동시에 세상과 단절된 감옥이기도 합니다. 미래를 미리 본다는 것은 두려움을 미리 겪는 것이기에, 명경은 오늘을 살지 못한 채 아직 오지 않은 비극 속에 갇혀 있습니다. 상상 속의 실패와 아직 오지 않은 상실 앞에서 발이 묶이는 명경의 모습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명경을 혼자 두지 않습니다. 이 작품의 음악은 여성 4중창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결정과 감정은 언제나 함께 부르는 노래 안에서 일어납니다. 저는 이 합창의 형식에서 전례 안의 공동 기도를 떠올렸습니다. 미사 중 우리가 함께 소리 내어 응답하고 함께 성가를 부르는 것은, 홀로는 약한 믿음이 여럿의 목소리 안에서 굳건해지는 체험입니다. 나의 기도가 형제자매의 기도와 하나 될 때 더 먼 곳까지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이 네 사람의 합창이 무대 위에서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작품의 끝에서 명경은 고백합니다. “나쁜 꿈을 꾸었다면, 다시 좋은 꿈을 꾸면 돼.” 그리고 “앞으로 삶에 비극이 온다 해도, 우리가 이루어낸 영광의 순간을 기억하겠어.”라고 다짐합니다. 비극이 없으리라는 낙관이 아니라, 비극 속에서도 영광의 기억을 붙들겠다는 결단. 이것이 바로 우리 그리스도인의 희망이 아닐까 합니다. 십자가의 고통을 지나 부활에 이르신 주님을 따르는 우리는, 삶의 어둠 속에서도 이미 경험한 하느님의 선하심을 기억하며 다음 걸음을 내딛습니다. 반지하에 갇혀 있던 명경이 문을 열고 세상으로 걸어 나가듯, 우리도 각자의 두려움을 넘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2026년 5월 31일(가해)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청소년 주일) 서울주보 4면, 김한솔 데레사(뮤지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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