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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ㅣ교회음악
교회음악 이야기: 성체 찬미가 연재 (5-6) Ave Verum Corpus - 고통 속에서 피어난 천상의 위로

365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5-20

[교회음악 이야기 II] 성체 찬미가 연재 ⑤ Ave Verum Corpus : 고통 속에서 피어난 천상의 위로 (1)

 

 

성체 찬미가 가운데 “Ave Verum Corpus”는 짧지만 깊은 신앙 고백을 담고 있는 기도입니다. 이 찬미가는 14세기 중세에 전해진 작자 미상의 성가로, 오랜 세월 교회 안에서 성체 신심을 표현하는 노래로 이어져 왔습니다.

 

Ave verum Corpus, natum de Maria Virgine

성체 안에 계신 예수, 동정 마리아에게서 나신 분이여

 

Vere passum, immolatum in cruce pro homine

참으로 수난하시고, 사람을 위해 십자가에서 희생되셨도다

 

Cujus latus perforatum fluxit aqua et sanguine

찔린 옆구리에서 물과 피를 흘리셨도다

 

Esto nobis praegustatum in mortis examine

저희가 죽을 때에 미리 맛보게 하소서

 

O Jesu dulcis, O Jesu pie, O Jesu fili Mariae

자비롭고 너그러우신 예수, 마리아의 아드님이시여

 

이 찬미가는 성체 성사의 신비를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제대 위의 성체는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동정 마리아에게서 나시고 십자가 위에서 수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임을 고백합니다. 특히 “참으로 수난하시고(Vere passum)”라는 표현은, 성체 안에 그리스도의 현존이 실재함을 강조합니다.

 

또한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물과 피’는 교회의 전통 안에서 세례와 성체 성사를 가리키는 표징으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이는 교회의 성사가 그리스도의 수난에서 비롯되었음을 드러내는 고백이기도 합니다.

 

이 찬미가는 임종의 순간에 성체를 모시는 ‘노자(viaticum)’의 의미도 함께 전합니다. 성체는 단순한 기념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길 위에서 우리를 이끄는 양식입니다.

 

짧은 선율 안에 담긴 이 기도는, 신자들이 성체 앞에서 그리스도의 수난과 사랑을 기억하며, 그분과의 일치를 청하도록 이끌어 줍니다. 화려하지 않은 음악과 절제된 표현은, 오히려 성체의 신비 앞에서 머무는 신앙의 태도를 더욱 깊이 드러냅니다. [2026년 5월 17일(가해) 주님 승천 대축일(홍보 주일) 대전주보 11면, 신혜순 데레사(연주학박사, 지휘)]

 

 

[교회음악 이야기 II] 성체 찬미가 연재 ⑥ Ave Verum Corpus : 고통 속에서 피어난 천상의 위로 (2)

 

 

지난 글에서는 Ave Verum Corpus의 가사와 함께, 성체 안에 담긴 강생과 수난, 그리고 성사의 의미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찬미가가 왜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신자의 마음 안에 깊은 위로로 남아 있는지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이 찬미가의 가장 큰 특징은, 성체를 단순히 ‘영광의 신비’로만 노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오히려 십자가의 고통과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서 드러나는 사랑을 조용히 노래합니다.

 

“Vere passum”

“참으로 수난하시고”

 

이 짧은 표현 안에는 교회의 깊은 신앙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의 수난은 상징이나 비유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실제로 겪으신 고통이었다는 고백입니다. 그리고 교회는 그 사랑이 오늘도 성체 안에서 계속 우리에게 전해진다고 믿습니다.

 

이어지는 “찔린 옆구리에서 물과 피를 흘리셨도다”라는 구절은, 십자가 위에서 흘러나온 사랑의 신비를 보여줍니다. 교회의 전통 안에서 물과 피는 세례와 성체성사를 상징하며, 그리스도의 희생 안에서 교회가 태어났음을 드러냅니다.

 

특별히 이 찬미가가 많은 이에게 깊은 위로가 되는 이유는 마지막 부분에 담겨 있습니다.

 

“Esto nobis praegustatum in mortis examine”

“저희가 죽을 때에 미리 맛보게 하소서”

 

교회는 임종 중에 모시는 성체를 ‘노자(路資, Viaticum)’라고 부릅니다. 이는 ‘길을 위한 양식’이라는 뜻입니다. 인간이 마지막 여정을 걸어갈 때에도 주님께서 함께하신다는 믿음이 이 짧은 기도 안에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Ave Verum Corpus는 죽음을 두려움으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체를 통해, 고통과 죽음을 넘어 영원한 생명으로 이끄시는 그리스도를 바라보게 합니다.

 

이 찬미가의 음악은 매우 단순하고 절제되어 있습니다. 특히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Ave Verum Corpus는 화려한 기교보다 부드럽고 맑은 선율 안에서 깊은 평화를 전해 줍니다. 조용히 흐르는 화성과 긴 호흡의 선율은, 마치 성체 앞 침묵의 기도를 음악으로 옮겨 놓은 듯합니다.

 

그래서 이 노래는 슬픔을 억지로 지우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고통 속에서도 우리 곁에 머무르시는 주님의 현존을 조용히 바라보게 합니다.

 

성체 앞에 머무는 시간은 모든 아픔이 즉시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그 아픔 속에서도 결코 혼자가 아님을 깨닫는 시간입니다. 그리고 Ave Verum Corpus는 그 믿음을 가장 고요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우리 안에 들려줍니다. [2026년 6월 21일(가해) 연중 제12주일 대전주보 7면, 신혜순 데레사(연주학박사, 지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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