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부처님 오신 날 불자들에게 보내는 교황청 경축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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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0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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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종교간대화부
2026년 부처님 오신 날에 불자들에게 보내는 경축 메시지
(2026년 5월 24일)
‘무기를 내려놓으며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를 위한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
친애하는 벗들인 불자 여러분,
기쁘게 봉축하는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하여 저희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진심 어린 인사와 축원을 전합니다. 부처님의 탄생과 깨달음과 열반을 기념하는 이 뜻깊은 경축일은 다시 한번 새로운 마음으로 지혜와 자비와 평화의 길에 나서라는 초대입니다.
평화는 그저 전쟁이 벌어지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 안에 머물고 싶어 하는 선물입니다. 조용하나 강력한 존재로 세상을 밝히고 변화를 이끌어 냅니다. 레오 14세 교황께서 강조하셨듯이, 진정 “평화는 실재하며 우리 안에 머물고 싶어 합니다. 평화는 우리를 깨우치고 우리 이해의 폭을 넓혀 주는 부드러운 힘을 가졌습니다. 평화는 폭력에 저항하고 폭력을 이깁니다. 평화는 영원의 숨결을 지니고 있습니다. 곧, 우리는 악에게는 ‘그만’이라고 외치지만 평화에게는 ‘영원히’ 하고 속삭입니다”(제59차 세계 평화의 달 담화, 2026.1.1.).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증오와 공포의 바람 앞에서 촛불처럼 위태롭고 연약해 보일지라도, 평화는 지키고 가꾸어 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부름받은 평화입니다. 곧, 무기를 내려놓으며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 힘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와 자비, 서로를 향한 신뢰에서 우러나오는 평화입니다.
그런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세상을 짓누르는 어두운 그림자들을 모르는 체할 수 없습니다. 전쟁과 폭력, 민족과 종교에 따른 국수주의의 심화, 그리고 종교를 악용하는 행태가 우리 인류 공동체에 끊임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점점 더 취약해 보이고 때로는 우려스러운 퇴보의 기운이 감도는 세상에서 평화를 향한 부름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의 영적 전통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선은 참으로 무기를 내려놓게 합니다. 선은 의심의 악순환을 끊을 뿐만 아니라, 어떠한 가능성도 없어 보이던 곳에서 길을 열어 줍니다. 우리의 훌륭한 전통들은 우리가 마음에서 적개심을 몰아내고 경계를 넘어서며 서로를 한 인류 가족의 일원으로 인식하도록 초대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부처님 말씀은 우리를 깨우쳐 주는 길을 제시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가르치십니다. “증오는 증오로써 다스려지지 않는다. 증오를 놓아 버려야만 증오가 다스려진다. 이것은 영원한 진리이다”(법구경, 5). 다음과 같은 가르침도 주십니다. “아무도 다른 이를 속이거나 어느 누구도 경멸하지 말며, 어느 누구도 분노와 악의로 서로 해치기를 바라지 말라”(숫타니파타[經集], 1.8. - 자애경).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예수님의 가르침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 5,44) 하고 당신 제자들을 부르시며 이렇게 선포하십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마태 5,9) 우리 두 종교 전통이 한결같이 향하는 것은 실천하는 평화, 곧 손에서 무기를 내려놓기에 앞서 마음부터 무장 해제하는 평화입니다.
그저 말만으로는 이 길에 이를 수 없습니다. 삶의 태도를 바꾸고, 구체적으로 실천하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종교 지도자들은 진정한 대화 상대이자 화해의 참된 주역이 되라는 부름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모든 신앙인과 더불어 평화의 장인이 되라는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저 수동적인 방관자가 아니라 만남을 촉진하고 상처를 치유하며 신뢰를 회복시키는 용기 있는 증인이 되도록 부름받은 것입니다.
시민이자 신앙인인 우리는 평화를 증진하고, 불의에 맞서며, 권위를 지닌 이들에게 분열을 조장하지 말고 대립 대신 대화를 추구하도록 촉구해야 할 공동의 책임을 지닙니다. 또한 침묵하거나 두려움에 머물러 공범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모든 공동체는 만남을 통하여 적개심을 극복하고 정의를 실천하며 용서를 중요하게 여기는 자리가 되도록 성장해 가야 합니다.
무기를 내려놓으며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의 증진은 그 가장 깊은 원천인 기도, 관상, 내적 변화를 북돋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평화는 일상에서 실천되는 평화입니다. 곧, 친절한 몸짓과 인내, 증오와 복수에 대한 거부, 그리고 희망을 품는 용기 속에 살아 있는 평화입니다. 평화는 환상이나 다다르기 어려운 이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평화는 이미 우리 손 닿는 곳에 자리하면서 환영받고 공유되기를 기다리는 가능한 실재입니다.
이러한 뜻에서 우리는, 불자들과 그리스도인들이 함께하는 노력을 통하여 이처럼 무기를 내려놓게 하는 평화, 곧 상처를 치유하고 관계를 회복하며 인류에게 새 지평을 열어 주는 평화의 증인이 되어 나가기를 다시 한번 희망합니다.
불자 여러분의 부처님 오신 날 봉축이 평안과 기쁨으로 가득하기를 바라며, 이 봉축을 통하여 우리가 모두 평화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데에 영감을 얻을 수 있기를 빕니다. 복되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 부처님 오신 날 봉축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바티칸에서
2026년 5월 1일
교황청 종교간대화부
장관 조지 제이콥 쿠바카드 추기경
차관 인두닐 자나카라타나 코디투와꾸 칸카남라게 몬시뇰
<원문 Dicastery for Interreligious Dialogue, Message for the Feast of Vesakh 2026, Buddhists and Christians for an “Unarmed and Disarming” Peace, 2026.5.1., 이탈리아어도 참조>
이탈리아어: https://www.vatican.va/content/romancuria/it/dicasteri/dicastero-dialogo-interreligioso/documenti/vesakh/ddi-20260501-messaggio-vesakh.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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