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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 교부들의 삶과 신앙: 상처 입은 교회 안에서 하나 됨을 살아가려 했던 교부 카르타고의 키프리아누스

99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5-13

[교부들의 삶과 신앙] “상처 입은 교회 안에서 하나 됨을 살아가려 했던 교부” 카르타고의 키프리아누스

 

 

교구 설립 6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마산교구는 지난 4월 18일, 60주년 기념 미사와 교구청 봉헌식을 거행하였습니다. 마산 교구장이신 이성효 리노 주교님의 주례로 봉헌된 미사와 교구청 봉헌식은 주일학교 학생들과 여러 본당의 신자들, 그리고 한국 천주교 주교단을 비롯한 해외의 주교님들 그리고 마산교구 사제단이 함께 모여 교회의 일치를 이루는 은총의 시간이었습니다. 특별히 교구장 주교님께서는 강론을 통해 지난 60년의 역사를 돌아보시며 다가올 100주년을 향한 교구의 비전과 여정을 함께 제시해 주셨습니다.

 

교구 설립 60주년을 맞이하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과연 교회는 무엇으로 하나가 되는가? 우리는 무엇으로 ‘하나의 교회’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오늘의 교회만의 것이 아니라, 이미 초대 교회가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3세기, 로마 제국의 박해가 지나간 뒤 교회는 또 다른 위기를 맞이합니다. 신앙을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넘어졌던 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를 두고 공동체 안에 깊은 갈등이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엄격함과 자비 사이에서 교회는 분열의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바로 이때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교부가 카르타고의 키프리아누스입니다. 그는 이 혼란 속에서 교회의 본질을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그에게 교회는 단순한 조직이나 제도가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살아가는 하나의 생명체였습니다.

 

키프리아누스는 교회의 일치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교회 또한 하나입니다. 다만 풍성한 성장으로 인해 다양하게 퍼져 나갈 뿐입니다. 이는 마치 태양이 많은 광선을 내지만 빛은 하나이고, 나무가 많은 가지를 가지고 있지만 굳은 뿌리에 뿌리내린 하나의 줄기를 지니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또 하나의 샘에서 수많은 물줄기가 흘러나오더라도, 그 근원에 있어서는 여전히 하나의 일치가 유지됩니다.” (키프리아누스, 『교회의 일치』, 5장)

 

이 비유는 교회의 본질을 깊이 드러냅니다. 교회는 단순히 하나가 되어야 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이미 하나의 생명에서 흘러나온 공동체입니다. 서로 다른 모습과 자리, 각기 다른 삶의 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하나의 뿌리, 하나의 빛, 하나의 근원에서 살아갑니다. 교회의 일치는 우리가 만들어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이미 주어진 은총이며 우리가 지켜야 할 선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앙 고백 안에서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 되며 사도로부터 이어오는 교회”를 믿는다고 고백합니다.

 

키프리아누스는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가질 수 없는 사람은 교회를 어머니로 가지지 못한 사람입니다”(같은 책, 6장). 이 말은 단호하지만, 동시에 깊은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교회는 선택 가능한 하나의 공동체가 아니라, 신앙이 태어나고 자라나는 자리이며 하느님의 생명이 우리 안에 흐르는 통로입니다. 우리는 혼자서 신앙을 완성할 수 없으며, 언제나 교회 안에서, 공동체 안에서 신앙을 살아가도록 부름받은 존재입니다. 교구 60년의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는 완벽했기 때문에 하나였던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수많은 부족함과 상처, 갈등과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떠나지 않고 함께 걸어왔기 때문에 교회로 남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이해하지 못하고, 때로는 상처를 주고받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 됨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키프리아누스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교회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은 외부의 박해가 아니라, 내부의 분열이라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적보다 더 위험한 것은, 교회의 이름 안에서 교회의 일치를 깨뜨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하나 됨’을 강조합니다. 그것은 단순한 조직적 일치가 아니라,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치입니다. 결국 교회의 일치는 사랑 안에서 완성됩니다. 서로를 받아들이고, 용서하며,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 속에서 교회는 비로소 교회가 됩니다. 일치는 선언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교구 설립 60주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다시 물음 앞에 섭니다. 앞으로의 교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키프리아누스의 대답은 분명합니다. 교회는 언제나 하나여야 하며, 그 하나 됨은 사랑과 용서 안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느님도 한 분이시고, 그리스도도 한 분이시며, 교회도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하나 됨 안에서 우리는 함께 신앙을 살아갑니다. 60년의 시간은 우리가 교회를 만들어 온 시간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하나로 묶어 오신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은총 안에서, 앞으로의 교회를 함께 만들어 가도록 다시 파견 받고 있습니다. 다가올 100주년을 향해, 우리는 마산교구와 함께 걸어온 이 여정을 바탕으로, 이제는 동행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함께 걸어가는 교회로 새롭게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2026년 5월 10일(가해) 부활 제6주일 가톨릭마산 4-5면, 이승언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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