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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ㅣ세계 교회사
[한국] 가톨릭신문으로 보는 한국교회 100년40: 한국가톨릭대사전 간행

199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3-12

[창간 100주년 특별기획 - 가톨릭신문으로 보는 한국교회 100년] (40) ‘한국가톨릭대사전’ 간행


한국교회 200년 발자취 총망라… 자주적 역량으로 일궈낸 쾌거

 

 

“한국 가톨릭교회와 문화 종합 정리 -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지난 80년부터 기획, 만 5년여의 각고 끝에 간행된 ‘한국 가톨릭대사전’은 2백 년 한국 천주교 문화를 집대성하는 획기적인 작업으로 각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백 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2백 주년을 마무리하고 복음화 3세기가 시작되는 역사적 시점에서 간행돼 의의가 깊은 ‘한국 가톨릭대사전’은 한국 가톨릭교회와 문화 전반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신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가톨릭교회에 대한 바른 개념을 일깨워줄 뿐만 아니라 교회를 모르기 때문에 야기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간단명료한 해답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가톨릭신문 1985년 2월 24일자 1면)

 

- 1998년 최석우 몬시뇰(가운데)과 변우찬 신부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한국가톨릭대사전〉을 봉정하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역사상 최초 「한국가톨릭대사전」 발행

 

한국 천주교회는 1984년 20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한국가톨릭대사전」 발행을 기획했습니다.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주관해 1980년부터 기획에 들어가 5년 동안의 노력 끝에 마침내 1985년 2월 역사적인 성과를 거두게 됐습니다. 이는 200년 한국교회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한 종교의 사상적 깊이와 그 종교가 속한 사회의 문화적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는 방대한 지식을 체계적으로 엮은 ‘대사전’의 존재 여부입니다. 특정 종교의 교의, 역사, 문화, 철학, 그리고 제도적 규범을 총망라한 사전 편찬은 단순한 출판 및 인쇄 사업을 넘어섭니다. 이는 해당 종교 공동체가 지닌 학문적 역량의 총결산이자, 시대 변화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세계와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지성사의 큰 기념비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는 평신도들의 자발적 수용으로 세워진 교회라는 독특하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100여 년에 걸친 혹독한 박해와 일제 강점기, 한국 전쟁, 독재 정치라는 근현대사의 격동을 거치면서 생존과 재건에 몰두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20세기 중반까지 한국 천주교회의 신학적, 학술적 토대는 서구교회의 성과를 번역, 수용하는 수동적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이르러 폭발적인 교세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 학문적 성숙을 모색해야 한다는 각성이 일었습니다. 특별히 한국교회 창설 200주년에 즈음해 이러한 각성을 구체적인 기념사업으로 구현한 것이 바로 대사전의 발행이었습니다.

 

 

200년 천주교 문화 집대성

 

한국교회사연구소가 이 원대한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여 1985년 2월 20일 마침내 「한국가톨릭대사전」이 처음 선보였습니다. 이 대사전은 단순히 서구 신학의 성과를 번역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한국교회의 자주적인 역량으로 편찬, 출판되었다는 점에서 200년 한국 천주교 문화를 집대성하는 획기적이고 선구적인 작업으로 각계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편찬위원장 최석우(안드레아) 몬시뇰(당시 신부)을 비롯해 100여 명의 전문 학자들과 연구진이 집필과 감수에 동원되었으며, 교회법, 교회사, 문예, 사회과학, 성서, 신학, 종교학, 철학, 한국교회사 등 총 9개의 세분화된 분과 위원회가 구성됐습니다.

 

대사전은 4·6배판 크기로 1430쪽에 달하는 본문편과 480쪽 분량의 별책부록 등 총 2책으로 구성되었으며, 총 5000여 개의 표제 항목을 수록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학술적 성과는 전체 항목 중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2000여 개가 한국교회 고유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졌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서구 신학 사전의 틀을 맹목적으로 차용하는 것을 거부하고, 철저히 자주적이고 주체적인 시각에서 한국교회의 발자취를 망라하려는 학문적 독립 의지의 발현이었습니다. 또한 나머지 3000여 개의 보편교회 관련 항목 역시 가능한 한국교회와의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설명되도록 서술 방침을 정했습니다.

 

특히 별책부록에는 성경 통계, 교황청 조직, 교부와 성인들에 관한 문헌 자료는 물론이고, 한국교회의 상세한 연표, 초기교회 신자의 가계표, 한국 순교자 명단 등 75종류의 귀중한 1차 사료들이 수록되어 세계교회와 한국교회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지식의 보고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간행과 동시에 이 사전은 사목자들의 교리 교육과 선교 활동의 준거는 물론 평신도 재교육을 위한 종합 자료로 널리 활용됐습니다.

 

- 가톨릭신문 1985년 2월 24일자 1면.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새 「한국가톨릭대사전」 총 12권 발행

 

한국교회사연구소는 4년 뒤인 1989년, 초판 대사전의 일부 오류와 누락된 서술 등을 수정·보완해 재판을 발행했습니다. 더욱 중요한 학술적 진전은 단권 사전의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신설된 ‘보유편(補遺篇)’의 간행이었습니다. 초판 본책에서는 자료 수집의 어려움으로 인해 주로 1950년 이전의 본당사(本堂史)만을 다루는 데 그쳤으나, 새롭게 발간된 ‘보유편’ 제1권에서는 6·25전쟁 이후 비약적으로 성장한 1950년 이후의 현대 본당사를 상세히 수록하여 역사 서술의 연속성을 확보했습니다.

 

이 대사전 간행을 통해 축적된 역량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까지 총 12권으로 완간된 새로운 「한국가톨릭대사전」 편찬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1990년대 이후 급변한 시대와 사회 변화를 성찰하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방대한 가르침과 새 교회법(1983년 개정)의 규범들을 체계적으로 담아낼 새로운 기획이 요구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1993년부터 다시 시작된 새로운 「한국가톨릭대사전」 편찬 작업은 무려 13년에 이르는 험난한 장정 끝에 2006년 12권으로 완간되는 대역사로 발전했습니다. 이는 총 9952쪽의 방대한 분량에 8000여 개의 항목(가경자~힐턴), 1만여 점의 사진과 도표를 담고 있으며, 62명의 편찬위원을 포함한 각계 전문 집필자 1500명이 참여한 대장정이었습니다.

 

이러한 놀라운 성과는 이미 1980년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엄청난 인력과 재정적 투입을 통해 대사전 발간을 이뤄냈던 숭고한 노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1985년 발행된 초판 「한국가톨릭대사전」이 갖는 교회사적 의미는 참으로 막중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신문, 2026년 3월 8일, 박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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