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 상징 속 성인 읽기: 성인의 삶과 상징 (2) 몬테풀치아노의 성녀 아녜스와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
250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3-03
-
[상징 속 성인 읽기] 성인의 삶과 상징 (2)
- 몬테풀치아노의 성녀 아녜스(좌) 천사에게 성체를 받아 모시는 몬테풀치아노의 성녀 아녜스(우)몬테풀치아노의 성녀 아녜스: 어린양, 백합
성인의 이름 중에는 예수님을 가리키는 칭호 중 하나인 ‘하느님의 어린양’에서 어린양을 뜻하는 라틴어 아뉴스(Agnus)와 철자며 발음이 비슷한 아녜스(Agnes)가 있다. 대개는 4세기 초에 로마에서 순교한 아녜스 성녀를 떠올리는데, 이 이름으로 불리는 성녀들이 몇 분 있다. 그중의 한 분인 몬테풀치아노의 성녀 아녜스는 13세기에 당시 교황령이던 이탈리아 몬테풀치아노에서 태어났다. 6살 때부터 부모에게 수도 생활을 하게 해달라고 졸라대던 그는 9살에 수녀원에 들어갔다. 교회법의 규정에 어긋나는 일이었지만 교황의 특별한 허가로 가능했다.
4년 뒤에 인근의 한 영주가 자기 영지에 새로운 수도원을 세우고자 몬테풀치아노의 수도자들을 초빙했는데, 이때 아녜스도 파견되었다. 그곳에서 놀라운 성덕으로 많은 이에게 모범이 된 그는 15살 남짓한 나이에 이 수도원의 원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리고 20여 년쯤 뒤에 몬테풀치아노에 또 다른 수도회가 설립되자, 몬테풀치아노의 주민들은 그가 돌아오기를 요청했다. 몬테풀치아노로 다시 돌아온 그는 선종할 때까지 원장의 소임을 다했다.
몬테풀치아노에서 그는 수도원과 수도자들의 삶을 개혁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런 한편으로 그 도시에서 분쟁 중인 가문들 사이에서 평화를 중재하는 데도 힘을 보탰다. 그러면서 그 자신은 철저하게 금식하며 수행하는 삶을 살았다. 성체와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심이 깊은 그는 관상기도 중에 여러 차례 환시를 체험했다. 한번은 환시 중에 성모님에게서 아기 예수님을 받아 안은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환시에서 깨어났을 때는 아기 예수님의 목에 걸려 있던 목걸이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고 한다. 그는 또한 기적이며 다른 놀라운 일들도 많이 행했다. 그 놀라운 일들 중에는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오병이어 기적과도 같이 몇 덩이 빵을 수도원 식구들이 다 먹을 수 있을 만큼 많아지게 한 일이 있다. 그리고 금식과 고행에 몰두한 나머지 성체를 영하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이에 크게 마음 아파하며 슬퍼하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하느님께서 천사를 보내 성체를 모시게 해주셨다고도 한다.
그는 생전에 이미 ‘기적을 행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를 통하여 정신적, 육체적 질병으로 고통받던 많은 사람이 치유되었다. 그러나 정작 그 자신은 심한 질병으로 오랫동안 고통을 받았다. 그러다가 건강이 급속하게 나빠졌고, 끝내 회복하지 못한 채 49세에 선종했다. 그의 유해는 몇십 년이 지난 뒤에도 부패하지 않아 마치 살아있는 듯이 보였으며, 이에 그 유해가 안치된 수도원 성당은 많은 이가 찾는 순례지가 되었다.
몬테풀치아노의 수호성인으로 공경받는 그는 교회 미술에서 로마의 성녀 아녜스와 마찬가지로 그 이름과 관련되는 상징인 어린양, 또는 수도자로서 정결한 삶을 나타내는 백합과 함께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성녀의 축일은 4월 20일이다.
-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좌) 천사의 전갈을 듣는 알로이시오 곤자가(우)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십자고상, 백합, 해골
알로이시오 곤자가는 16세기에 이탈리아의 귀족 집안에서 맏아들로 태어났다. 부유하지만 야심 많고 부도덕한 면도 있었던 아버지는 그가 군인이 되기를 원했고, 그는 사제가 되고자 했다. 8살 때 동생과 함께 유력한 권력자의 궁정에 보내져 교육을 받았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성인전을 읽으며 기도하는 데 맛을 들였다. 그리고 마침내 예수회에 들어갈 결심을 했다. 어머니는 그의 뜻을 받아들이고 응원했으나, 아버지는 온갖 방법과 협박으로 완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17살에 장자로서 상속권과 사회적 지위를 포기하고 예수회에 입회해 수련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19살 때 첫 서원을 한 뒤 사제가 되기 위해 신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2살 때 로마에 흑사병이 퍼졌다. 이에 예수회는 환자들을 위해 병원을 열었고, 그는 자원해서 그곳에서 환자들을 씻기고, 음식을 먹이고, 마지막 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왔다. 그는 환자를 돌보는 데 온 힘을 쏟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일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무던히 애를 썼다.
이 와중에 예수회의 젊은 회원들 상당수가 흑사병에 걸렸고, 이에 장상들은 그가 병원에서 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찍이 아버지의 완강한 거절을 극복하는 데 이골이 난 그는 끈질긴 청원으로 복귀 허가를 받았고, 전염병 환자는 받지 않는 병원에서만 일한다는 조건으로 다시금 환자들을 돌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는 결국 감염되었고, 가브리엘 대천사가 나타나서 알려주었다는, 그리하여 자신도 예고했다는 날에 23세 나이로 선종했다.
그는 어려서부터 하느님을 향한 깊은 사랑과 신앙 안에서 정결을 지키며 살겠다는 굳은 의지를 지닌 신앙인이었고, 모든 일을 신중하고 분별력 있게 처리하며 긍정적이고 관찰력이 뛰어난 신학생이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의 악습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존심과 이기심을 극복하기 위해 수련하며 살아간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리하여 선종한 지 14년 만에 시복되고, 100여 년 뒤에 성인품에 오른 그는 젊은이들과 신학생들, 특별히 대학생들의 수호성인으로 선포되었다. 성인의 축일은 6월 21일이다.
교회 미술에서 흔히 십자고상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성 알로이시오의 주변에는 백합이나 해골이 함께한다. 십자고상은 성인의 회개와 희생을, 백합은 성인이 특별히 받은 정결의 은사를, 해골은 일찍 찾아온 죽음을 나타낸다. 이탈리아에서는 성인이 루이지 곤자가로 불리는데, 이는 라틴어 이름 알로이시오가 이탈리아어로는 루이지이기 때문이다.
[성모님의 군단, 2026년 2월호, 이석규 베드로(자유기고가)]
-
추천 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