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앙] 진리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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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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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반장 월례연수] 진리 <신앙>
많은 신자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옛 신자들은 어떻게 순교(殉敎)할 수 있었나요? 순교할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나왔고, 무엇 때문에 순교했던 것인가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 바로 한국교회사 공부를 하는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간단히 드린다면, “신덕(信德)과 용덕(勇德)의 힘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겠습니다. 한마디로 우리 선조들의 순교는 “신앙”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신앙”때문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믿었던가요? 흔히 신앙이라 하면, 그 신앙의 대상과 내용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먼저 그들이 믿었던 “신앙의 대상”을 생각해봅니다. 당시 그들은 하느님을 천주(天主)라고 불렀습니다. 바로 하늘의 주인이라는 뜻의 한자어 “천주(天主)”였습니다. 그 말은 중국과 일본에서 이미 쓰였던 가톨릭 교회의 하느님(Deus)를 번역한 말이었습니다. 강완숙 골룸바 순교복자는 천주교를 처음 접하고서는 “천주는 하늘과 땅의 주인이시고, 그 종교의 이름이 의미하는 바가 올바르니, 그 도리가 반드시 참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선조들이 믿었던 신앙의 대상은 하늘과 땅을 만드시고 이 세상과 만물을 만드신 창조주 하느님이었습니다. 또한 창조주 하느님은 만물 중에서도 사람을 가장 특별하게 만드셨는데, 그것은 천사적인 능력인 ‘영혼’을 각 사람에게 고유하게 부여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성 정하상 바오로는 순교하기 전 재상에게 올리는 글에서 “중용(中庸)에서 이른바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이라 한 것이 곧 이 영혼이옵니다. 어머니 뱃속에 잉태가 되면, 곧 이 영혼이 (각 사람에게) 같이 붙어 생기는 것이니, 이렇게 신명(神明)한 혼이 초목과 금수와 같이 썩어 없어지는 데로 돌아가리이까?”(「한글 상재상서」 중에서)라고 전합니다. 모든 피조물 중에 사람만이 고유한 영혼이 있어서 반드시 하느님께 돌아갈 것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선조들은 그 천주를 또한 나의 주님, 나의 “임자”라고 불렀습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이 우리에게 남긴 한글 편지에서 “이 같은 험하고 가련한 세상에 한 번 나서 우리를 내신 임자를 알지 못하면 태어난 보람이 없고 살아도 쓸데가 없다.”라고 전합니다. 바로 나의 진짜 임자는 창조주 하느님이시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그 하느님의 또 다른 이름은 “큰 임금, 큰 아비”입니다. 곧 천주를 대군대부(大君大父)라고 불렀습니다.
다음으로 “신앙의 내용”을 생각해봅니다. 선조들은 세상과 사람을 만드신 천주께서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참으로 계시다고 믿었습니다. 정약종 순교복자는 자신이 쓴 한글교리서 <주교요지>에서 “사람 마음(人心)이 스스로 천주 계신 줄을 아느니라”라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어려운 일을 만나고 번개와 우레를 만나면, 마음 속으로 하느님을 부르게 되는데, 천상에 임자가 계시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저 위에 하느님이 계시니까 마음으로 부르짖는다는 것이지요. 바로 그 천주가 세상을 창조하고, 사람을 창조하고 사람에게 영혼도 부여해준 것입니다.
흔히 믿을 교리라고 하면, 천주교의 4대 핵심교리를 이야기합니다. 그것은 천주존재, 삼위일체, 강생구속, 상선벌악입니다.
첫째, 천주는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천주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저절로 생겨난 것인가요? 우리가 살면서 뭐 하나 저절로 생겨난 것이 있던가요? 추수의 계절 가을에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누워있으면 감이 입으로 저절로 떨어지던가요? 뉴튼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게 됩니다. 흔히 과학과 신앙은 서로 반대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참된 과학은 종교와 통한다고 봅니다. 우주학에서 ‘빅뱅’이론이 있습니다. 최초의 시간과 공간이 탄생할 때 큰 폭발과 함께 우주가 시작되었다는 것이지요. 그것이 자연적으로 저절로 일어났다고요? 그 우주를 탄생시키고, 움직이고 주재하는 분이 바로 천주이십니다.
둘째, 창조주 하느님은 성부, 성자, 성령으로 한 분 이십니다. 삼위일체는 마치 하나의 영혼이 기억과 지성과 의지를 통해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인식하듯이 한 분 하느님을 성부, 성자, 성령으로 일치시킵니다.
셋째, 강생구속은 복음에서 보여주시는 예수님의 행적과 말씀을 통해서 구원을 믿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과 부활을 통해서 우리가 죄에서 구원된다고 믿습니다.
넷째, 상선벌악은 사후 심판을 가리키는데, 우리 천주교는 믿음과 함께 선한 공로를 통해 구원을 받는다고 가르칩니다.
우리 선조들은 모두 믿음을 통해 순교의 길을 택했습니다. 그 가운데 홍낙민 루카 복자의 증언을 소개합니다. 홍낙민은 세 번의 추국에서 예전에 천주학을 했으나 배척한지 오래되었다고 진술하며 거부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추국에서 “저는 마음속으로 이 학문이 옳은 줄을 알고 있는데 억지로 그르다고 한 것은 혹 살 길이 있을까 해서 그랬던 것입니다. 이제 이미 중형을 받고 장차 죽을 것이니, 무슨 필요가 있어 옳은 것을 그르다고 하여 천주교를 배반하리이까?” - “네가 만일 예수의 학을 사학(邪學, 그릇된 학문)이라고 한다면 참형에 이르지 않을 것이니, 사학임을 분명히 말하라” - “이미 천주교를 배반하지 않겠다 했는데, 어찌 감히 예수를 욕하리오”라고 최후 진술을 합니다.
복자 홍낙민 루카는 천주교를 믿고 자주 묵주기도를 바쳤다고 합니다. 그러한 기도의 힘이 그에게 마지막으로 “돌아옴의 영성”, 믿음으로 돌이킨 것 같습니다. 그의 아들 홍재영 프로타시오 복자는 아버지와 달리 배교하여 광주로 유배갔다가, 다시 천주교인으로 돌아와서 100여 권 이상의 천주교 서적을 베끼고 전파한 죄로 1840년 순교하였습니다. 다시 그의 아들 홍봉주 토마스는 박해를 피해 돌아다니다가, 천주교로 돌아와서 베르뇌 주교님을 상해에서 모시고 와 자신이 살던 한양의 태평동 집에서 모시다가 병인박해 때 순교합니다. 또 그의 아들 홍 베드로 역시 15세가 되던 해인 1867년 초록바위 전주천 물속으로 떠밀려 순교합니다. 이렇게 4대에 걸친 신앙의 증거, 순교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참된 세상의 주인 천주를 올바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세례를 받을 때 온전히 믿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교회에 무엇을 청합니까?” - “신앙을 청합니다.” - “신앙이 당신에게 무엇을 줍니까?” - “영원한 생명을 줍니다.”
우리 선조들은 그러한 신앙으로 순교했고, 영원한 생명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6년 2월호, 조한건 프란치스코 신부(한국 교회사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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