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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가톨릭 교리: 용서의 척도

672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1-28

[가톨릭 교리] 용서의 척도

 

 

과거의 잘못이 알려지며 세간의 지탄을 받는 공인들의 모습을 보곤 합니다. 대중들은 가해자의 잘못을 지적하며 적극적으로 반응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 있는 우리가 다소 받아들이기 어려운 복음이 있습니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마태 18,22) 특별히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생각하면 이 복음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의로운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다는 말씀입니까? 법과 윤리는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죄를 저지른 자를 쉽게 용서할 수 없는데 참 난감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러한 질문들 앞에서 예수님의 두 가지 모습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마태 5,39)라고 말씀하셨지만, 당신의 뺨을 친 군인에게 “내가 옳게 이야기하였다면 왜 나를 치느냐?”(요한 18,23)라고도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의 모습은 불의와 악의 현실 앞에서 그에 대한 오류를 반드시 바로잡고자 하시는 정의로운 모습입니다. 이에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불의와 악의 현실은 단순히 무시하거나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불의는 반드시 대항해야 하고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진정한 자비가 있다.” 또한 교회는 용서란, 막연한 사랑을 주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명백하고 객관적인 잘못이 있다면 피해자는 최선의 인내와 강력한 자제로, 필요하다면 법을 발동해서라도 원수 자신이 회개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한편, 가해자가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배상하려고 한다면 적극적으로 화해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악의에 찬 증오와 복수심을 배제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한 가해자가 못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에는 무지에서 나온 행동의 가능성을 고려하며, 되도록 이해력을 가질 것을 요구합니다.

 

자, 이제 명확해집니다. 용서의 척도는 무엇보다 먼저 원수의 회개라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죄를 뉘우친다면 우리는 그를 용서하려 애써야 합니다. 한편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가해자가 있을 경우 그가 회개하여 하느님의 길을 향할 수 있도록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다만, 이것이 증오심이나 복수심 때문이어서는 안 되며 어디까지나 악에 물들어있는 상대가 하느님과 화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회개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키는 사형 제도를 교회는 반대합니다. 또한 알퐁소 성인은 다음의 의미심장한 말을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정의에 대한 사랑은 너무나 쉽게 복수심을 위장한 위선적 가면을 만든다.”

 

[2026년 1월 25일(가해) 연중 제3주일(하느님의 말씀 주일, 해외 원조 주일) 서울주보 5면, 방종우 야고보 신부(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윤리신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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