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톨릭-미술: 교회와 미술의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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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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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톨릭: 미술] 교회와 미술의 동행
서울주보는 2026년을 맞아 K톨릭 특집을 선보입니다. 한국 교회의 역사, 문화, 신앙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믿음이 고유하게 빚어낸 빛나는 가치를 스스로 바라보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이중 K톨릭 교회 미술 칼럼은 20세기 한국 교회 미술을 집중적으로 조명합니다. 전 세계에 어디에 내놓아도 그 고유한 아름다움이 빛나는 한국 교회미술의 발자취를 살펴보세요.
교회의 역사는 미술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예수님과 사도들의 공동체에서 시작해 380년 황제 테오도시우스(Theodosius) 1세에 의해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 이후 미술과 동행하며 교리를 전파하고 믿음을 함양해 왔습니다. 교회는 천재 미술가들을 발굴하고 아낌없이 후원하여 미술은 교회의 거대한 품 안에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9세기에 산업혁명으로 물질주의가 팽배해지면서 미술과 교회는 분리되고 결국 교회미술은 미술사의 흐름에서 낙오하게 됩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와 교회는 위대한 미술가들을 초빙하는 등 교회미술의 영광을 되찾고자 노력했고, 그 노력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 교회미술은 1886년 프랑스와 수교하는 ‘조불수호통상조약’ 체결로 천주교 신앙생활이 허용된 후 서울 중림동 약현성당이 1892년, 명동대성당이 1898년에 준공되면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 문턱에서 출발한 한국 교회미술은 초기 단계에서는 유럽 영향을 강하게 반영하였지만, 시대의 흐름과 함께 서양과 한국적 전통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역동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건축은 회화와 조각과 더불어 순수미술(Fine Art)에 포함되며 특히 교회건축은 미술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약현성당과 명동대성당은 중세 고딕양식으로, 더 엄밀히 말하면 19세기에 중세 고딕양식을 새롭게 부활시킨 네오고딕 양식으로 건축되었습니다. 높은 첨탑과 뾰족한 아치는 주님의 숭고함과 경외감을 불러 일으키고, 스테인드글라스를 투과하며 들어오는 풍요로운 빛이 주는 신비와 환상은 우리를 천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붉은 벽돌의 고딕식 건축양식은 산업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근대화된 20세기의 감성을 담기에는 너무 오래된 양식이었습니다.
20세기에 들어오면 미술가들은 과거의 유산을 떨쳐내고 단순하고 절제된 기하학적 양식을 추구하게 되고, 한국 가톨릭교회도 현대적인 양식을 탐구하게 됩니다. 특히 1960년에 준공된 혜화동성당은 상자형의 기하학적인 형태로 단순미와 절제미를 추구하는 모더니즘 양식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실내·외 장식도 당대 한국 미술계에서 최정상에 있었던 미술가들인 김세중, 최종태, 이종상, 문학진, 권순형 등이 참여하여 20세기 한국 교회미술의 모범이 되었습니다. 이후 전국 각지에 설립되는 교회들은 현대적인 미적 취향을 담은 형태를 보여주게 됩니다. 기하학적이고 단순한 형태의 현대교회 건축은 화려하고 풍요로운 장식으로 신앙심을 고취한 고딕양식에 비해 무미건조하고 소박하게 보일 수 있지만, 침묵과 절제, 검소를 당부하신 주님의 뜻과 부합하는 면이 있습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님(1963~1978년 재위)께서는 20세기 교회에서 현대미술 도입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도 현대 미술가들의 창의적 실험을 수용하며 20세기 감성을 담은 한국 교회미술을 정립하게 됩니다.
[2026년 1월 18일(가해) 연중 제2주일(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서울주보 7면, 김현화 베로니카(숙명여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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