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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교리
저 여인은 누구실까?: 호데게트리아(Hodegetria)

663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12-30

[“저 여인은 누구실까?”] “호데게트리아”(Hodegetria)

 

 

성모님께서는 우리가 무엇하기를 가장 바라실까요? 성경 안에 정답이 있습니다. 요한복음은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하신 성모님의 원의를 명확히 전달합니다. 성모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지금 우리가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성모님 스스로도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하고 기도하신 분입니다. 

 

그런데 주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해야 한다고 하면 막연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해야 주님의 말씀을 듣는지 알지 못하고, 성경을 읽고 복음을 봉독하면서도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세상살이에 시달리며 근심 걱정이 가득하니 주님의 음성을 듣기가 어렵기도 합니다. 세상 재미에 빠져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을 찾기보다 자기 잘 되는 것만 찾으면 하느님 말씀을 경청하기가 무척 어려워집니다. 

 

그리스도인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며 살아야 하는데, 거꾸로 자기가 원하는 것만 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신 성모님의 원의를 깊이 새겨들어야 할 때입니다. 레지오 단원은 성모님을 총사령관으로 받아들이는 성모님의 군사입니다. 총사령관이신 분께서 원하시는 것은 단 하나,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분의 뜻을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합니다.

 

 

성모님의 원의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실행하는 것

 

지난 부활절 다음날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시노달리타스를 강조하며 가르치셨습니다. 시노달리타스는 주님의 길(호도스, hodos)을 함께(쉰, syn) 걸어가는 교회의 생활과 활동 방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의 길을 선택하고 그분을 따라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과 교회의 근본적인 삶의 방식입니다. 벌써 11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우리나라를 방문하셨을 때, 한국교회의 주교님들께 다음과 같이 권고하셨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예언자적인 복음의 증거는 한국교회에 특별한 도전들을 제기합니다. 한국교회가 번영하였으나 또한 매우 세속화되고 물질주의적인 사회의 한 가운데에서 살고 일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목자들은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가르치신 기준보다도 기업 사회에서 비롯된 능률적인 운영, 기획, 조직의 모델들을 받아들일 뿐 아니라, 성공과 권력이라는 세속적 기준을 따르는 생활 양식과 사고방식까지도 받아들이려는 유혹을 받고 있습니다. 십자가가 이 세상의 지혜를 판단할 수 있는 힘을 잃어 헛되게 된다면, 우리는 불행할 것입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형제 사제들에게 권고합니다. 그러한 온갖 유혹을 물리치십시오. 성령을 질식시키고, 회개를 무사안일로 대체하고, 마침내 모든 선교 열정을 소멸시켜 버리는 그러한 정신적 사목적 세속성에서 하늘이 우리를 구원해 주시기를 빕니다.” 

 

교황님은 주님의 길이 아닌 세상의 길을 따르게 하는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훈화하시면서 한국 주교단에 성모님 이콘을 선물하셨습니다. 바로 ‘호데게트리아’(Hodegetria) 성모님입니다. 용어는 몹시 생소하지만 사실 모든 분이 잘 아는 성모님입니다. 성모님께서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고 한 손으로 예수님을 가리키시는데, ‘길’이신 주님을 따르라고 안내하는 모습입니다. ‘호데게트리아’는 ‘길’(호도스)을 ‘안내하는’(헤게오마이) ‘여인’(트리아)이신 성모님을 부르는 호칭입니다. 

 

이 호칭은 시노달리타스와 깊이 관련합니다. 교회는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밟아가며 성모님의 역할을 더욱 깊이 의식하게 되었습니다. 성령의 음성을 듣고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 하느님 아버지께 나아가는 여정은 말하기는 쉬워도 실행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따르도록 유혹하고, 신앙인은 끊임없이 세상의 유혹 앞에 흔들리며 넘어집니다. 성령의 음성인지 세상의 부추김인지 구별하기도 어렵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는지 자기 뜻대로 살아가는지 식별하기도 어렵습니다. 마음에서 나오는 온갖 나쁜 생각들이 사람을 더럽히고, 악의 세력이 그리스도인과 교회를 흔들어대기도 합니다. 

 

그러니 길을 안내하는 분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성모님은 길의 인도자로서 교회와 함께 시노달리타스 여정을 걸으시는 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 정기총회 「최종 문서」에서 성모님께 깊이 의탁하며 기도합니다. 

 

“‘호데게트리아’, 곧 길을 가리키시고 인도하시는 분을 뜻하는 경이로운 칭호를 지니신 동정 마리아께 이번 시노드의 결실을 맡겨 드립니다. 위층 방에서 초기 공동체가 오순절의 새로움에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도와주신 교회의 어머니시여, 저희를 가르치시어 저희가 함께 걸어가며 사명을 수행하는 제자들의 백성, 시노드 교회가 되게 하소서.”(「최종 문서」 155항)

 

 

길의 인도자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우리 자신을 맡겨야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진행 중인 제16차 세계주교시노드는 ‘친교’, ‘참여’, ‘사명’을 강조합니다. 교회는 하느님 사랑의 친교에 참여하고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전하는 사명을 수행하는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살아가는 데 소홀하면 신앙인이라 하더라도 세상 사람과 똑같이 재물, 힘, 성공, 기술, 쾌락만 찾게 됩니다. 시노달리타스는 신앙인들이 다시금 하느님을 믿고 바라며 사랑을 전하는 하느님의 사람이 되게 합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라는 성모님의 원의에 따라 살아가는 방법인 겁니다. 

 

그러고 보면 레지오 정신도 시노달리타스와 흡사한 부분이 참 많습니다. 레지오 단원들은 성모님의 인도 아래 기도하고 활동하며 하느님의 나라를 전하는 사명을 받았습니다. 성모님은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이루어지기를 청하며 기도하셨습니다. 레지오 단원들도 주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함께 알아가고 식별하며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사랑을 가난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하는 데 정성을 다 기울였습니다. 레지오 단원들도 주위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야 할 것입니다. 성모님은 우리에게 길을 알려 주시고 우리를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께 이끄시는 분입니다. ‘호데게트리아’, 길의 인도자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우리 자신을 맡겨 드립시다. 아멘.

 

[성모님의 군단, 2025년 12월호, 노우재 미카엘 신부(부산교구 도시빈민사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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