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성] 영성심리: 마음 바람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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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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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심리 칼럼] 마음 바람길을 걷다
어느 친한 형 신부님이 해 준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한 선배 신부님이 그 신부님에게 전화하셨답니다. 오랫동안 특수 사목을 하다가 본당으로 나가게 되셨는데, 후배지만 본당 사목 경험이 많은 그 신부님에게 본당 신부가 지녀야 할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지 물으시더라는 거죠. 이 물음에 그 형은 “본당 신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체력이지.” 하고 대답했답니다. “그래? 그럼 두 번째는 뭐야?” “두 번째도 체력이야.” “응? 그래? 그럼⋯. 세 번째는 뭐야?” 조금의 고민도 없이 그 형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세 번째도 체력이야.”
한편으론 농담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정말 맞는 말이다 싶습니다. 본당 신부가 지녀야 할 다른 덕목도 많지만, 먼저 체력이 받쳐줘야 그 덕목들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체력은 우리 ‘몸’의 일만이 아니라 ‘마음’의 일이기도 합니다. 몸과 마음은 아주 가까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몸이 힘들면 만사가 다 귀찮고 의욕도 안 생기죠. 평소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일도 괜히 예민해져서 짜증이 납니다. 그래서 ‘체력’과 비슷하게 ‘심력’이란 말을 쓰기도 합니다. 본당 신부에게 체력이 필요한 까닭은, 결국 이 체력이 심력으로 곧바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심력’, 마음의 힘은 우리의 영적 여정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가 천사들과 같은 순수한 영적 존재가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하느님을 향해 걸어가고 있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이 우리의 몸과, 더 크게는 마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그래서 ‘영성과 심리’를 한데 묶어 말씀드렸고, 올 한 해는 어느 심리학자의 이론에 비추어 우리 삶의 영적 여정을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영성’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뭔가 알 것 같으면서도 알쏭달쏭하죠. 하지만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영성’이 뭔지 잘 몰라도 괜찮습니다. 영성은 이해해야 하는 개념이 아니라, 살아가는 삶이니까요.(2023년 3월 26일 자 〈서울주보〉 제2440호 참조)
다만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영성 생활을 잘해 나가고 싶으신 분은 ‘마음’을 잘 돌보시면 좋겠습니다. 몸이 그렇듯, 우리의 마음은 영성 생활을 담아내는 바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마음을 잘 돌보고 다독여주고 건강하게 할 때, 영성을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쉽고 편안해집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무언가 신선한 것이 필요할 때 흔히 우리는 ‘바람 좀 쐬고 온다.’라는 표현을 쓰죠. 이 바람을 우리 마음에도 자주 쐬어 준다면 어떨까요? 늘 나의 마음을 다그치고 비난해서 쪼그라들게 하기보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나’(창세 1,31 참조)의 마음에 신선한 바람과 생기를 북돋워 준다면, 우리의 영성 생활은 더 튼튼해지고 더 큰 기쁨으로 가득 차지 않을까요?
자, 이제 마음 바람 쐬러 길을 나서 봅시다. 그 길에, 주님이 함께 계십니다.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필리 4,4)
[2025년 12월 28일(가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가정 성화 주간) 서울주보 7면, 민범식 안토니오 신부(대신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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