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례] 전례-기도하는 교회19: 성찬례 - 예수님과 함께 드리는 감사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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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6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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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기도하는 교회 (19) 성찬례 : 예수님과 함께 드리는 감사기도
복음에서 ‘성찬례’(Eucharistia)는 일차적으로 예수님께서 최후 만찬 중에 하신 기도를 뜻합니다. 그리고 시대가 흐르면서 예수님께서 세우신 예식 전체를 일컫는 표현이 되었습니다. 사실 마태오 복음(26,26)과 마르코 복음(14,22)은 빵을 축성하시며 하신 기도를 축복의 기도(“찬미를 드리신 다음”)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대교의 관습에 따라서 빵을 들어 축복하셨습니다. 여기서 ‘축복’은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베푸시는 은총과 자비를 뜻합니다. 동시에 하느님께 받은 은총에 감사하며 인간이 드리는 찬미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Eulogia(축복)를 ‘성찬례’를 부르는 이름으로도 사용하였습니다. 하지만 마태오 복음사가와 마르코 복음사가는 빵을 축복하신 다음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마태 26,27; 마르 14,23)이라고 기록함으로써, 축복의 기도를 ‘감사’의 기도라고 지칭합니다. 바오로 사도와(1코린 11,24 참조) 루카 복음사가도(루카 22,17 참조) 예수님의 기도를 ‘감사드린다’(eucharistein)라는 동사로 표현함으로써 ‘Eulogia’를 ‘Eucharistia’로, 곧 유대 전통의 ‘축복기도’를 예수님의 ‘감사기도’로 바꿉니다.
최후의 만찬 중에 예수님께서 하신 기도를 ‘감사기도’로 표현하면서, 초대 교회는 빵과 포도주를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시키는 이 기도의 새로움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이제 예수님의 말씀과 기도로 유대교의 파스카 만찬이 아니라 성체와 성혈이 우리에게 양식으로 주어지는 ‘성찬례’가 이루어집니다. 또한 이 새로움은 기도에 담긴 태도에도 있습니다. 유대교의 ‘축복기도’에는 하느님의 초월성과 전능하심을 높이 기리는 찬양의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감사기도’는 하느님께서 이루신 놀라운 일에 대한 단순한 찬미와 찬양을 넘어서 인간에게 베푸시는 주님의 자비와 구원에 응답하는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감사’는 자비와 사랑을 베푸시는 하느님께 받은 것을 조금이나마 돌려 드리는 태도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감사의 마음에 이끌려 지극한 효심으로 성부의 사랑에 응답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그리고 감사의 삶을 통해서 예수님께서는 당신 제자들도 하느님께 받은 모든 것에 대해서 찬미와 감사를 드리도록 이끄셨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감사기도’ 안에서 성령의 현존 또한 인식해야 합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성령 안에서 기쁨에 넘쳐서 성부께 감사를 드리십니다(루카 10,21 참조). 성령께서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성부께로 이끄시며 일치시키시는 ‘영’이십니다. 이 ‘영’은 숨으로서, 예수님 안에 하느님께 기도하는 열정과 효심을 불러일으키십니다. 또한 성령을 통하여 예수님의 십자가상 희생 제사는 성부께 봉헌됩니다(히브 9,14 참조). 이제 예수님의 ‘감사기도’는 성령 안에서 봉헌과 하나가 됩니다. 이처럼 성령 안에서 감사는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것이고, 우리의 감사는 성령의 도우심으로 예수님께서 바치신 구원의 희생 제사 안에서 주님의 봉헌에 하나가 됩니다.
‘성찬례’는 단순히 성체 성사를 지칭하는 이름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성찬례’ 안에서 성부께 감사한 마음으로 당신을 봉헌하셨고, 당신을 따르는 이들도 감사와 봉헌의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셨습니다. ‘성찬례’ 안에서 우리는 구원의 은총을 베푸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만나게 됩니다. 이 사랑은 모든 시련과 고통 속에서 우리와 함께하시고 악에서 구하시는 하느님을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바라보도록 초대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함께 응답하는 봉헌의 삶을 살아가게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거행하는 ‘성찬례’ 곧 미사성제는 우리가 구원의 신비를 만나고 살아가는 원천이며 정점입니다. 거룩한 ‘성찬례’를 통하여 구원의 신비를 만나고 깨닫고 살아가는 감사의 나날을 보내시면 참 좋겠습니다.
[2025년 12월 21일(가해) 대림 제4주일 청주주보 3면, 김형민 안토니오 신부(교구 복음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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