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주 읽는 단편 교리: 최상의 은총이자 사랑 표현, 순교(殉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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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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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읽는 단편 교리] 최상의 은총이자 사랑 표현, 순교(殉敎)
오늘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의 경축 이동일입니다. 그래서 오늘 미사는 주일 전례가 아닌 대축일 전례로 봉헌됩니다. 오늘은 ‘순교’에 관해 알아봅니다.
순교는 하느님과 그분의 진리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주신 최상 은총의 결과이며, 그분을 향한 최고의 사랑 표현입니다. 순교는 그리스어로 [마르튀리온] (μαρτύριον), 라틴어로는 [마르티리움] (martyrium)이라고 하는데, ‘증언’ 혹은 ‘증거’를 뜻합니다. 그런데 이 단어가 박해로 자기 목숨을 내놓는 이들의 행위를 가리키는 그리스도교 용어로 채택되면서 ‘순교’라는 의미도 얻게 되었습니다.
순교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첫째, 육신 생명의 희생 곧 진짜 죽음이어야 합니다. 둘째, 그리스도교에 대한 직접적 반대인 박해로 인한 것이어야 합니다. 셋째, 하느님과 그분 진리를 위해 스스로 기꺼이 죽음을 선택한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와 같은 조건들이 반드시 엄격하고 정확하게 적용되기만 한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교회는 아기 예수님을 대신해서 살해된 아기들(마태 2,16-18)에게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이란 호칭을 부여했습니다. 또한 세례자 요한이나 성녀 마리아 고레티는 그리스도교의 덕행을 방어하려다 목숨을 잃었고, 캔터베리의 대주교였던 성 토마스 베켓은 교회의 질서와 규율을 지키려다 희생된 경우입니다.
순교는 신학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① 그리스도를 본받음: 이미 순교 기록과 교부들의 저서에 나타난 순교의 첫 번째 의미는 스승이며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음’입니다. 순교가 주님과 가장 일치하는 방법임을 알았던 사도들은 직접 그 길을 걸었고, 다른 이들에게도 이를 권하였습니다.
② 그리스도의 현존: 순교는 자기 의지나 영웅심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함께해 주심으로써 가능합니다. 박해자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할지 알려주시는 주님께서 함께하시기에(마태 10,19-20), 순교자들은 죽음 앞에서도 강한 용기와 천상의 평화를 지닐 수 있었습니다.
③ 애덕의 완성: “자기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요한 15,13) 하신 예수님의 말씀처럼 순교는 그리스도인에게 최고의 사랑 표현입니다. 폴리카르포는 순교자들을 “참된 애덕의 원형들”(「필리피인들에게 보낸 둘째 편지」 1,1)이라 하였고,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는 순교를 “애덕의 완성”이라고 하였습니다.
④ 순교의 열매: 순교는 순교자 본인에게 은총을 가져다주면서 교회와 세상의 유익을 위한 희생 제사도 됩니다. 곧 두려움에 빠진 형제들에게 힘을 불어넣으면서 그리스도의 복음을 널리 전하는 도구가 됩니다. 테르툴리아노는 박해자들에게 “그리스도인들이 그대들에게 잡혀갈 때마다 그리스도인들의 수는 점점 늘어난다. 그리스도인들의 피는 그 씨앗이다.”(「호교론」 50,13)라고 말했습니다.
순교자들은 예수님과 긴밀한 일치를 이루며 그분 안에서 완덕에 이른 성인들입니다. 오늘 대축일을 지내면서 특별히 이 땅에 살았던 우리나라의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품었던 신앙이 우리 안에서도 자리할 수 있기를 청하도록 합시다.
[2025년 9월 21일(다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경축 이동) 의정부주보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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