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부] 교부들의 삶과 신앙: 그리스도교 철학자 순교자 유스티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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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8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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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부들의 삶과 신앙] 그리스도교 철학자 순교자 유스티누스
지난 시간에는 신앙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사도들이 전해준 인내의 정신을 우리에게 보여준 폴리카르푸스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오늘은 그리스도교 철학자이며 순교로 주님의 영광을 드러낸 교부 유스티누스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리스도교 신학의 발전은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확장되어 감에 따라 현실적인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사도시대를 거치며 곳곳에 생겨난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모습은 로마 제국의 입장에서 유대교의 한 분파 혹은 그들의 아류정도인 사종교(sacra privata)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로마제국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게 됩니다.
4세기초 밀라노 칙령을 통해 종교 관용령이 선포되어 그리스도교가 공인종교(sacra publica)가 되기까지 그리스도교는 늘 박해의 위협속에 살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박해의 원인이 되었던 것은 그리스도교가 사종교(sacra privata)의 차원에서 받게 되는 여러 형태의 의심들이었습니다. 그러한 형태의 의심은 단지 그리스도교가 비합리적인 종교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리스도교 내부에서도 발생하는 이단들, 그리고 그리스도교 외적으로 존재했던 그리스도교의 색채를 가진 이단들이 사회를 어지럽혔던 역사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 기초신학의 발전, 곧 호교론의 출발은 바로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들과 맞물립니다. 이를 바탕으로 전통적으로 기초신학은 3가지 논증의 단계를 가집니다. Demonstratio religiosa 해당 분파가 종교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증, Demonstratio christiana 해당 종교가 정통 그리스도교 인지에 대한 논증, Demonstratio catholica는 해당 종교가 그리스도교의 한 분파로서 보편적 구원가치를 지니는지에 대한 논증입니다. 그리스도교 철학자이며 순교자 유스티누스는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그리스도교가 받게되는 여러가지 형태의 의심과 논란을 극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당대 로마제국은 학문적으로 그리스 철학의 영향아래 놓여있었습니다. 이는 그리스 철학의 다양한 분파들이 추구하는 근본 진리, 존재에 대한 물음과 참된 삶이 화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스 철학을 깊이 연구했던 순교자 유스티누스는 그리스도교 신앙 속에서 철학의 근본 문제들을 다루는 가운데 그 해답을 그리스도교가 가르치는 진리를 통해 알려주고자 합니다. 이러한 그의 노력은 그의 작품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그는 참된 종교를 율법이나 제사의 틀 속에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이야기했으며, 이방의 철학 속에서도 진리의 씨앗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그는 참된 진리는 오직 그리스도에게서 완성된다라고 이야기하며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한 중요한 말을 남겼습니다.
“참으로 경건하고 지혜로운 이들은 오직 진리만을 공경하고 사랑한다. 하지만 전해내려온 그것, 내가 진리라고 믿었던 그것이 거짓이라면 그것을 거부해야 한다고 명령하는 것이 바로 이성의 역할이다. 올바른 이성은 누군가가 불의한 일을 행하거나 가르칠 때 그것을 하지 않도록 기능해야 한다. 더불어 진리를 사랑하는 이는 설령 죽음 앞에 놓이게 된다 하더라도, 자신의 생명보다 올바른 것에 대한 고백과 실천을 앞세울 수 있어야 한다.” 유스티누스, 『제1호교론』 2장.
순교자 유스티누스가 우리에게 남긴 이 말은 그리스도인이 살아야 할 중요한 덕목으로 전해집니다. 내가 믿는 것과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일치하는가에 대한 물음은 종교를 막론하고 진리를 추구하는 모든 이가 마땅히 던져야 할 것입니다. 늘 그 물음 앞에 서야 할 그리스도인인 우리는 우리의 믿음 안에서 온전한 진리로 드러나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살아가야겠습니다.
[2025년 9월 21일(다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경축 이동) 가톨릭마산 8면, 이승언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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