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 신학: 광야로 돌아가는 이유(호세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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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2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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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학] 광야로 돌아가는 이유(호세아서)
호세아서는 북이스라엘이 아시리아에 의해 멸망하는 시기(기원전 722년경)를 배경으로 하며, 하느님과 북이스라엘의 관계를 혼인에 비유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느님은 ‘남편 혹은 신랑’으로, 이스라엘은 ‘아내이며 신부’로 묘사됩니다. “나는 너를 영원히 아내로 삼으리라.”(호세 2,21) 호세아 예언자는 북이스라엘의 멸망 이유를 그들이 하느님을 멀리하고 바알 등을 향한 우상숭배에 빠졌기 때문으로 보았고, 따라서 호세아서에서 북이스라엘은 남편에 대한 신의를 저버린 아내로 묘사됩니다. “그 여자는 바알들에게 분향하고 … 그러면서 나를 잊어버렸다.”(호세 2,15) 하느님께서는 불충한 이스라엘을 벌하실 것을 호세아의 삶을 통해 백성들에게 알려주십니다. 아내인 북이스라엘이 남편인 하느님께 충실하지 않았던 것처럼, 호세아도 남편에게 충실하지 못한 여인을 아내로 맞아들이게 됩니다. 그리고 자녀를 낳게 되는데, 하느님께서는 그들의 이름을 ‘로 루하마’와 ‘로 암미’라고 짓게 하셨고, 그 뜻은 글자 그대로 각각 ‘자비가 없다.’와 ‘나의 백성이 아니다.’라는 뜻입니다. 즉 하느님께서는 호세아 자녀들의 이름을 통해 더 이상 북이스라엘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으시며, 그들이 더 이상 당신 백성이 아니게 될 것임을 경고하시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북이스라엘이 지은 죄를 엄하게 꾸짖으시지만, 멸망이나 심판으로 끝내지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다시 돌아와 구원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이끄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이러한 마음은 다음 구절에서 잘 드러납니다. “이제 나는 그 여자를 달래어 광야로 데리고 나가서 다정히 말하리라.”(호세 2,16)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하느님께서는 왜 이스라엘을 ‘광야’로 데리고 나간다고 하시는 것일까요? 예루살렘 성전과 같은 거룩한 장소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광야가 바로 ‘이스라엘이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했던 특별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이집트 탈출 후 이스라엘은 40년간 광야 생활을 하면서, 물이 없어 목마르다고 불평하면서 하느님을 시험하기도 했고,(탈출 17,1-7 참조) 금송아지 상을 만들어 하느님 대신 숭배하기도 했습니다.(탈출 32,1-6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몇 번이고 이스라엘의 잘못을 용서하시며, 그들을 약속의 땅으로 이끌어 주셨습니다. 따라서 호세아서에서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광야로 데리고 가신다는 표현의 의미는 이스라엘을 향한 하느님의 사랑을 다시금 기억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하느님의 사랑을 깊이 체험했던 특별한 순간들이 있으신가요? 하느님 앞에서 나약해지거나 신앙이 흔들릴 때, 그 순간들을 기억하며 하느님을 향한 더욱 굳센 믿음을 지켜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2025년 9월 21일(다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경축 이동) 서울주보 5면, 박진수 사도요한 신부(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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