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GOOD NEWS 자료실

검색
메뉴

검색

검색 닫기

검색

오늘의미사 (녹) 2025년 9월 17일 (수)연중 제24주간 수요일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신학자료

sub_menu

종교철학ㅣ사상
과학과 신앙43: 비움과 버림

617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5-09-08

[과학과 신앙] (43) 비움과 버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어린 시절 즐겨 먹던 ‘달고나’가 나온다. ‘뽑기’라고도 불리던 이 간식은 설탕이 주재료이며 식소다를 첨가해 부풀게 한 후 납작하게 누른 다음 그 위에 별이나 우산 등의 모양을 새긴다. 한 번은 집에서 달고나를 만들려고 어머니 몰래 국자에다 설탕을 넣고선 가스 불에 달군 적이 있다. 그런데 설탕은 잘 녹지 않고 국자 위에서 톡톡 튀기만 했다. 아뿔싸! 국자 속에는 설탕이 아닌 소금이 들어가 있었다. 흰색 알갱이인 설탕과 소금이 비슷해 보여 착각한 것이다. 설탕의 녹는점은 185℃로 낮아서 가열하면 쉽게 녹아 액체 상태가 되지만 소금의 녹는점은 801℃로 높아서 쉽게 녹지 않는다.

 

설탕과 소금의 녹는점은 왜 다를까? 설탕(C12H22O11)은 탄소·수소·산소 원자가 서로 전자를 공유하며 형성된 공유결합 물질로 분자 간 결합력이 약해 녹는점이 낮아 열을 가하면 쉽게 녹는다. 하지만 소금(NaCl)은 양이온인 나트륨 이온과 음이온인 염화이온이 강한 정전기적 인력으로 결합한 이온결합 물질로 녹는점이 매우 높다.

 

주기율표에 있는 118개 원소들 중 75% 정도는 나트륨 같은 금속 원소다. 금속 원소는 원자핵을 둘러싼 가장 바깥쪽 전자껍질에 있는 전자를 쉽게 버리고 전기적인 중성 상태에서 (+)성질을 가진 양이온이 되어 에너지 관점에서 더 안정한 상태가 된다. 그렇게 전자를 버리고 형성된 양이온은 전자를 얻은 음이온과 결합하여 새로운 물질을 형성하는데 비누의 주성분인 수산화나트륨(NaOH), 달고나를 만들 때 사용하는 식소다(탄산수소나트륨, NaHCO3), 제습제로 쓰이는 염화칼슘(CaCl2) 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이온결합으로 형성된 물질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원소들은 가지고 있던 전자를 버릴 때 더 안정된다. 이것이 자연의 원리다. 버린다는 것은 비운다는 것이며 비웠을 때 비로소 새로운 것을 채우며 변화할 수 있다. 금속 원소들이 전자를 버리고 양이온이 형성되는 원리는 어찌 보면 ‘비워야 채워지고 버려야 얻는다’는 노자의 사상을 연상시킨다. 2500년 전 노자는 도덕경에서 ‘旣以爲人己愈有(기이위인기유유 : 남에게 베풀어 내 것이 생겨나고), 旣以與人己愈多(기이여인기유다 : 남과 나누어 내 것이 많아진다)’라고 했는데 노자는 이미 물질의 본성과 자연의 이치를 간파하고 있었던 것일까?

 

버리고 비워야 채울 수 있다는 노자의 사상은 무소유를 강조한 불교와 에픽테토스 같은 스토아 학파 철학자들의 사상에서도 볼 수 있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유효기간이 있는 물건을 한시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같다.

 

부와 명예 그리고 사회적 지위 그 어떤 것을 소유하든 영원히 살 수 없는 인간에게 영원한 소유란 불가능하다.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것을 영원히 소유하려 할 때 불행은 시작된다. 시대를 앞서간 미니멀리스트 노자에게서 그리고 무소유의 참 의미를 간파한 옛 현인들에게서 비우고 버리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원자들의 화학결합을 통해 본 자연의 원리와 옛 현인들이 통찰한 비움과 버림의 의미를 되새겨보며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33)는 이번 주 복음 말씀을 묵상해 본다.

 

[가톨릭평화신문, 2025년 9월 7일, 전성호 베르나르도(경기 효명고 과학교사)]


0 28 0

추천  0

TAG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로그인후 등록 가능합니다.

0 / 500

이미지첨부 등록

더보기
리스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