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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ㅣ교회건축
복원, 미술의 시간을 되돌리다15: 베로네세 카나의 혼인 잔치

1121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10-30

[김주삼의 복원, 미술의 시간을 되돌리다] (15) 베로네세 ‘카나의 혼인 잔치’


루브르박물관에서 가장 큰 작품… 붉은 망토 초록색으로 복원

 

 

- 베로네세 ‘카나의 혼인 잔치’. 출처=루브르박물관

 

 

프랑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관람한 이들 가운데 같은 방에 있는 베로네세(Veronese, 1528~1588)의 ‘카나의 혼인 잔치’를 기억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6×10m에 달해 루브르박물관에서 가장 큰 작품이고 베네치아 유파의 화려한 색채가 압도적인 작품임에도 1/10 크기인 ‘모나리자’의 이름값을 뒤엎기엔 역부족이라고 할까? 고백하건대 필자도 유학 시절 ‘모나리자’가 있는 방을 뻔질나게 방문했지만, 1989년 시작된 복원작업으로 인해 이 작품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

 

‘카나의 혼인 잔치’는 요한 복음서에 나오는 내용으로, 성모님의 간청으로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바꾼 최초의 기적을 묘사한 작품이다. 가톨릭 교리에서 성모님의 존재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 이와 관련한 많은 그림이 그려졌다. 그중에서도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베로네세의 이 거대한 작품이 단 2년(1562~1563년) 만에 그려졌다는 것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 작품에는 무려 130명에 달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특히 인물의 역동성과 제스처를 보면 이탈리아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잔치 광경이 연상된다. 심지어 주인공이어야 할 예수님과 성모님이 중앙에 위치함에도 군중 속에 묻혀 있다. 후광 덕에 간신히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음악 연주·진수성찬·화려한 의상 등은 성스러운 기적의 순간을 표현한다기보다 16세기 베네치아의 자유와 현세의 행복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 붉은 망토 클리닝 전후. 출처=루브르박물관

 

 

이 작품은 원래 베네치아의 산 조로조 마조레 성당에 있었다. 나폴레옹 군대가 베네치아 공국을 점령하면서 전리품으로 가져와 1798년부터 루브르박물관의 소장품이 되었다. 그런데 작품이 너무 크다 보니 반으로 자른 후 말아서 운반했다. 엑스레이 사진상에는 작품 중간 난간의 상단부가 심하게 상하여 복원되었음을 알려준다.

 

1989년 루브르박물관은 이 작품에 바니스의 노화로 인한 물감의 들뜸 현상과 과거 복원 부위에 색 변화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여 대대적인 복원작업을 결정하였다. 특히 압도적인 크기로 인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작품 전면에 걸친 엑스선 촬영과 성분 분석을 통해 작품의 제작기법과 안료의 성분을 알고자 하였다. 이 방대한 복원작업은 ICI라는 프랑스 화학회사가 지원하였으며, 그 조건으로 현장에서 공개적으로 작업하도록 하였다.

 

이 과정에서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한 인물의 붉은색 망토에 대한 제거 여부였다. 성분 분석 결과 붉은색 망토 아래 초록색의 두꺼운 물감층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음에도 논의 끝에 붉은색 물감을 제거하고 초록색의 망토를 살려냈다. 오랜 기간 유지됐던 작품에 임의로 변화를 주었다는 점은 아쉬움을 떨칠 수 없는 부분이다.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10월 27일, 김주삼 루치아노(atr C&R 미술품보존복원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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