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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4년 11월 23일 (토)연중 제33주간 토요일하느님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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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금쪽같은 내 신앙69: 사람은 말씀으로 산다

2059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10-16

[한민택 신부의 금쪽같은 내 신앙] (69) 사람은 말씀으로 산다


우리를 살게 하고 살리는 말씀

 

 

프랑스에서 유학할 때 꼬맹이 사촌 동생이 편지에 이렇게 썼다. “오빠, 프랑스에서는 빵만 먹고 살아? 밥을 안 먹으면 어떻게 살 수 있어?” 동생은 밥을 안 먹으면 죽는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물론 빵만 먹고도 살지만, 빵으로만 살 수는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은 밥을 먹고, 김치를 먹고, 된장찌개를 먹어야 산다. 한국말을 쓰며 한국 사람과 어울려야 살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신앙이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한다.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믿는다고 여긴다. 그런데 신앙이 먹고 사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말이 달라질 것이다. 먹고 사는 이야기만큼 현실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물음이 던져진다. 사람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사람은 빵으로만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산다.”(마태 4,4) 악마의 유혹에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말에 대한 우리의 경험에서 출발해보자. 오늘 하루 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말을 주고받았나? 우리 입에서 어떤 말이 나갔으며, 우리 귀로 어떤 말이 들어왔나? 말 같은 말이 있는가 하면 말 같지도 않은 말이 있다. 말의 힘은 실로 엄청나다. 우리를 살리는 것이 말이며 우리를 죽이는 것도 말이다. 천 냥 빚을 갚는 것도 말이며, 평생 갚을 수 없는 빚을 지는 것도 말이다. 우리는 말로 인해 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으며, 또 얼마나 큰 상처를 입혀왔나?

 

그런데 말이 되기 위해서는 그 말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화는 인사말로 시작하듯 우리가 건네는 인사말에 상대방이 답할 때 대화가 가능하게 된다. 우리 말은 응답을 받을 수도 있고 거절될 수도 있다. 그것이 말의 운명이다. 또한 말이란 속이거나 감추려는 의도 없이 진실을 담은 것이어야 한다. 상대를 향한 신뢰, 진심이 통한다는 확신, 친교를 바라는 마음, 서로를 향한 존중과 신뢰, 상대가 나를 속이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을 때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

 

사람은 말로 산다. 누군가 나에게 건네는 말에는 나를 향한 눈길과 신뢰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 누군가는 나에게 관심을 갖고 나와 대화를 나누고자 내 삶 안으로 들어오고자 한다. 진정 마음이 오가는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가 힘이 되고 위로가 된다. 사랑이 담긴 말, 진심과 신뢰를 담은 말, 용기를 주는 말 한마디가 나를 살리고 다시 살게 일으켜주며 운명을 바꾼다.

 

베짜타 연못가의 병자, 38년 동안 ‘희망고문’을 받으며 살았던 그를 다시 일어서게 한 것은 예수님의 말씀이었다. “건강해지고 싶으냐?”(요한 5,6) “일어나 네 들것을 들고 걸어가거라.”(5,8) 사랑도 희망도 믿음도 잃어버렸던 병자는 예수님의 말씀으로 다시 일어섰다. 병자를 향한 예수님의 관심과 배려, 사랑을 담은 말씀은 그의 적나라한 삶을 드러내도록, 그리하여 치유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우리를 살게 하실 뿐만 아니라 우리를 살리는 것은 하느님의 말씀이다. 우리 마음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시는 하느님 말씀은 우리를 정화하고 새롭게 창조하며, 우리가 새롭게 살아갈 힘을 주신다. 그 말씀은 우리의 일상 기도를 통해 교회의 삶, 특히 전례와 성사를 통해 다가오신다. 또한 일상의 수많은 사건과 만남, 대화를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우리를 향한 관심과 배려 가득한 말씀을 건네시며, 우리와 관계를 맺기를, 관계 안에서 성장하기를 바라신다.

 

이제 이렇게 기도하면 어떨까. 주님, 오늘 하루도 당신 말씀으로 살 수 있도록 우리 영혼의 귀를 열어주소서!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10월 13일, 한민택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겸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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