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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가톨릭교회의 다양한 수호성인

2253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9-04

[특집] 가톨릭교회의 다양한 수호성인


하느님의 도우심 청하는 특정 직업 · 분야 보호자

 

 

물건을 잃어버렸을 때 함께 찾아줄 누군가가 필요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직장에서 프로젝트가 잘 안 풀려서 도움을 청하고 싶었던 적은? 이럴 땐 수호성인에게 기도해 보자. 교회는 각 직업, 지역, 분야 등에 수호성인을 두고 우리를 위해 하느님께 전구하도록 하고 있다. 교회에는 어떤 수호성인이 있고 그 유래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수호성인들과 그 유래

 

분실물을 찾아주는 수호성인은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이다. 안토니오 성인이 분실물의 수호성인이 된 이유는 이렇다. 누군가 성인의 책을 훔쳐 갔는데, 성인이 책이 되돌아오길 기도하자 책을 찾았다는 일화 때문이다. 시험을 앞둔 사람들은 어느 성인에게 의탁하면 좋을까? 코페르티노의 성 요셉은 사제가 되고 싶었지만, 공부에 재능이 없어 신학교에 들어갈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신학교 입학시험 문제로 유일하게 아는 내용이 나왔고, 무사히 통과해 사제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코페르티노의 성 요셉은 수험생들의 수호성인이 됐다.

 

 

- (왼쪽)구에르치노 <아기 예수와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 지암베티노 치냐롤리 <코페르티노의 성 요셉의 탈혼>. 파도바의 성 안토니오는 분실물을 찾아주는 수호성인, 코페르티노의 성 요셉은 수험생들의 수호성인이다.

 

 

텔레비전에도 수호성인이 있다. 바로 성 클라라이다. 클라라 성인은 1958년 비오 12세 교황에 의해 텔레비전의 수호성인으로 지정됐는데, 성인이 매우 아파 미사 참례를 하러 가지 못했을 때 벽에 비친 환시를 보고 미사를 봉헌했다는 이유에서다.

 

일에 종사하며 곤란함을 겪을 땐 각 직업의 수호성인을 찾아보는 것을 어떨까? 집배원은 하느님의 메시지의 전달자인 천사 성 가브리엘, 외과 의사는 의사였던 성 다미아노, 은행가는 돈을 다루는 세리였던 성 마태오 사도, 장의사는 예수님의 시신을 새 무덤에 모신 아리마태아의 성 요셉, 광고업은 뛰어난 설교가였던 시에나의 성 베르나르디노가 수호성인이다.

 

사진가들의 수호성인은 성 베로니카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로 가는 길에 베로니카 성인은 수건을 들고 서 있었는데, 예수님께서 이 수건으로 땀과 피로 얼룩진 얼굴을 닦았다. 이 베로니카의 수건에 예수님의 초상이 남아있었기에 베로니카 성인이 사진가들의 수호성인이 됐다.

 

이외에도 잘 알려진 수호성인으로는 질병 치유의 루르드 성모 마리아, 생태계에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자동차 운전자를 위한 성 크리스토포로가 있다. 루르드 성모는 프랑스 루르드의 한 동굴에서 성 마리아 베르나데트 수비루에게 발현해 치유의 샘물을 알려줬다. 이 치유의 샘물로 많은 환자들의 병이 치유됐기 때문에 루르드의 성모 마리아는 환자들의 수호성인이 됐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인 2월 11일이 ‘세계 병자의 날’이 된 이유이기도 하다.

 

 

- <동물들에게 설교하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자연에서 형제애를 느끼고 동물에게까지 설교했다는 등의 이유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생태계 수호성인이 됐다.



- (왼쪽)엘 그레코 <수건을 든 베로니카>, 콘라드 비츠 <성 크리스토포로>.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로 가는 길에 수건을 들고 서 있던 베로니카 성인은 사진가들의 수호성인, 아기 예수님을 업고 강을 무사히 건넜다고 전해지는 성 크리스토포로는 자동차 운전자의 수호성인이다.

 

 

성 크리스토포로는 아기 예수님을 업고 강을 무사히 건넜다고 해서 자동차 운전자의 수호성인이 됐으며,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자연에서 형제애를 느끼고 동물에게까지 설교했다는 등의 이유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생태계 수호성인이 됐다. 교회는 9월 1일부터 성인의 축일인 10월 4일까지 창조 시기를 지낸다.

 

 

수호성인의 의미와 선포

 

수호성인에 대한 관습은 다음 두 교리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하나는 사도신경의 모든 성인의 통공(1고린10,16: 2고린 13,13)이고, 다른 하나는 하느님의 나라의 구성원들은 각자가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1고린 1,9: 12,8. 13)는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이다.

 

성당에 수호성인(주보성인)을 세우는 관습은 순교자의 묘지 위에 성당을 건립하고 그 순교자를 수호성인을 모시는 일이 많았던 사실에서 비롯한다. 순교자의 묘지 위에 성당을 짓고 그 순교자를 수호성인으로 모시는 일이 많았던 3세기까지는 순교자만이 수호성인이 됐지만, 그리스도교가 로마제국의 국교로 공인된 이후에는 순교자 외의 성인 및 신비도 성당의 수호성인이 됐다.

 

성인들이 특정 직업이나 장소, 단체 등의 수호성인이 되는 것은 그들에게 있었던 사건이나 특성 때문이다. 수호성인이 국제적 성격을 띠면 교황청에서 이를 인준한다. 

 

한 예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0년 자의 교서를 통해 성 토마스 모어를 정치인들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했는데, 교황은 자의 교서에서 “몇몇 국가와 정부의 수만, 많은 정치 인사들, 일부 주교회의와 주교들이 성 토마스 모어를 정치인들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하도록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성 토마스 모어와 같이 특출한 인물을 정치인들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하는 것은 사회의 선익에 이바지하리라고 확신한다”면서 성인을 정치인들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했다.

 

 

수호성인 후보는 누구?

 

산업이 발전하며 이전에 없던 직업과 분야가 생겨나고 새로운 성인이 탄생하는 등 계속되는 변화 속에 여러 성인이 현재도 다양한 수호성인으로 추대되고 있다.

 

전 교황청 시성부 장관 호세 사라이바 마르틴스 추기경은 2011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젊은이들의 수호성인’으로 선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4년 세계 청년 대회를 시작하는 등 교황 재임 27년간 청년들과 특별한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또 성인의 시성 절차가 진행되던 2006년에는 이탈리아 연극배우들이 자신들의 수호성인으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원한다고도 밝혔다. 성인이 한때 아마추어 연극 배우였고 연극을 위한 시와 드라마를 다작으로 쓴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첫 MZ 세대 성인이 되는 ‘신의 인플루언서’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는 인터넷의 수호성인으로 추대되고 있다. 그가 전 세계의 성체 기적 사례를 정리한 웹사이트를 만드는 등 컴퓨터 영재로 통했던 게 그 이유다.

 

[가톨릭신문, 2024년 9월 1일, 박효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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