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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15: 유교국가에 가톨릭 알리려 천주님 표현 사용

845 주호식 [jpatrick] 스크랩 2024-08-28

한국 천주교와 이웃 종교 (15) 유교국가에 가톨릭 알리려 ‘천주님’ 표현 사용

 

 

유교의 가르침에 따라 종묘에서는 조선왕조 역대 임금의 신위를 모셨다. 사진은 종묘의 중심 건물인 정전의 전경. 출쳐=국가유산청

 

 

현실 세계를 강조하는 유교를 종교로 이해할 수 있습니까?

 

“교회는 다른 종교들에 담겨 있는 많은 도덕적 가치들과, 사회들 전체의 전통과 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영적인 삶을 위한 잠재력에 경의를 표합니다.”(성 요한 바오로 2세의 아시아 백성을 위한 담화, 1981년 2월 21일)

 

한자의 의미에 따르면 종교(宗敎)는 으뜸 가르침입니다. 유교는 공자의 가르침을 으뜸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종교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교가 서양의 종교 개념인 ‘릴리전’(religion)에 해당하는지를 묻는다면, 이를 긍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서양의 종교 개념은 숭배의 대상과 예식, 교리 체계와 조직을 요구하는데, 유교가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유교 역시 궁극적 실재를 향한 인간의 노력과 열망이라는 점에서 종교의 보편적 정의에 부합합니다. 유교의 근본정신은 결국 하늘의 뜻을 인간의 삶 안에서 윤리적으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유교 안에도 그리스도교의 종교 행위와 비교해 볼 점이 있습니다.

 

 

유교에도 믿고 섬기는 대상과 종교 의례가 있습니까?

 

“아시아는 영적인 것이 높이 존중되는 대륙이며 종교적 감각이 천부적으로 깊이 새겨진 대륙입니다.”(성 요한 바오로 2세의 아시아 백성을 위한 담화, 1981년 2월 21일)

 

서양의 종교 개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유교는 절대적 신념을 가지고 종교 행위를 실천해 왔습니다. 유교에서 최고의 절대자는 ‘천’(天)입니다. 본디 천은 사람의 모습을 나타내는 상형 문자인 대(大)자 위에 선 하나를 그은 글자로, ‘인간 위에서 인간을 굽어보고 있는 하늘’, 곧 지고무상(至高無上)하며 유일한 존재를 의미합니다.

 

이 천을 인격적으로 표현하는 호칭이 ‘상제’(上帝)입니다. 우리말로 ‘천’은 ‘하늘’에, ‘상제’는 ‘하느님’에 해당합니다. 천과 상제는 유교 경전이나 전통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절대자의 명칭입니다. 천과 상제는 만물의 근원이고, 공경과 제사와 기도의 대상이며, 의지와 감정을 지닌 영명(靈明)한 존재이고, 상선벌악의 주재자이며, 인간에게 천명(天命)을 내리고 거두는 최고신입니다. 인간은 천과 상제를 우러러 공경하고(敬天), 두려워하며(畏天), 받들고(奉天), 섬기며(事天), 그에게 제사를 드립니다(祭天).

 

유교의 의례는 크게 제천(祭天), 제지(祭地), 제선(祭先)으로 구분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성대하고 장엄한 것은 하늘에 드리는 제천 의식으로 이는 오직 천자(天子)인 황제만이 거행할 수 있습니다. 제지는 산천에 드리는 제사로 제후(王)들의 몫이며, 일반 백성은 조상에 대한 제사인 제선 의식만을 거행합니다. 그 밖에도 공자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의식이 있습니다. 유교에서 공자는 예수 그리스도처럼 신성을 지닌 존재나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한 분의 성인 또는 선현으로 여겨지며 윤리적 스승으로 존경을 받습니다.

 

 

하느님을 ‘천주님’이라 부르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발전하는 교회 공동체들은 복음 정신에 따라 점진적으로 그들의 그리스도교 체험을 신앙의 객관적 요구에 부합하며 고유한 문화 전통에 맞는 독창적인 방식과 형태로 표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교회의 선교 사명」 53항)

 

천주교를 동양에 전하는 과정에서 예수회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예수회의 창립 회원인 프란치스코 하비에르(1506~1552년) 성인은 인도를 거쳐 1549년 일본 선교를 시작하였으나, 중국 선교는 하지 못하고 선종하였습니다. 1583년 중국에 도착한 마테오 리치(1552~1610년)는 예수회 회원으로서 프란치스코 하비에르의 꿈을 실현하여 중국의 문화를 이용, 그리스도교 선교 활동을 활발히 펼치면서 「천주실의」(天主實義)를 저술하였습니다. 조선에 전래된 이 책은 사대부 계층이 읽었고, 한국 천주교를 태동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본디 유교에서 천(天)은 상제로 불리며 인격적 절대자로 흠숭되었으나, 16세기 말 중국에서는 신유학(新儒學)으로 불리는 성리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성리학은 춘추전국시대 이전(기원전 8세기 이전)의 고전 유학과 달리 도교와 불교의 영향을 받아 무신론적 경향으로 당시 사람들은 천을 비인격적 자연법칙으로 이해하였습니다.

 

마테오 리치는 그리스도교의 인격적 하느님을 중국인들에게 소개하려고, 그들이 경외하는 천(天)에 그 주인 또는 지배자(主)로 설정하면서 천지 만물의 주관자를 뜻하는 ‘천주’라는 용어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또한 유교의 경전에 나타나는 천과 상제가 그리스도교의 하느님인 천주와 같은 존재임을 역설하였습니다.

 

하느님을 ‘천주님’으로 표기하는 것과 가톨릭교회를 천주교로 표기하는 것은 조선에 전해져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천주님’이라는 표현은 유교와 관련이 있습니다.

 

교회 문헌 ⓒ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 위원회

 

[가톨릭평화신문, 2024년 8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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